광고총량제 둘러싼 미디어업계의 ‘동상이몽’
광고총량제 둘러싼 미디어업계의 ‘동상이몽’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5.04.2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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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24일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의결 예고…핵심 쟁점은?

[더피알=박형재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오는 24일 전체회의에서 지상파 방송 광고총량제를 도입과 가상·간접광고 확대, 협찬고지 제도 개선 등을 골자로 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기로 했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 2월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위한 입법예고를 진행했지만 미디어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반대여론이 거세 의결을 미뤄왔다. 하지만 방송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방송광고 규제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의 최대 쟁점은 역시 지상파 광고총량제다.

▲ 방송통신위원회가 오는 24일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기로 했다. 사진: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에서 전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뉴시스

현재 방송의 프로그램광고·토막광고·자막광고 등 유형별로 시간과 횟수를 제한하던 것을 풀고, 전체 광고시간만 제한하는 제도다. 지금은 프로그램광고를 시간당 최대 6분까지 할 수 있지만 총량제가 되면 최대 9분까지 가능하다. 한 시간짜리 예능프로그램의 경우 최대 24개가 붙는 광고를 36개로 늘릴 수 있다.

쉽게 말해 개정안이 의결되면 지상파 방송 입장에선 광고주들이 선호하는 광고를 더 비싼 가격에 많이 편성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유료방송 업계는 총량제가 실시되면 지상파 광고쏠림이 더 심화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상파에 연간 최대 2750억원의 추가 수익이 예상되며, 이는 신문 등에서 넘어가는 만큼 매체 간 불균형이 커진다는 것이다. 특히 조중동 등 종합편성채널을 소유한 신문들은 연일 지면을 동원해 반대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방송 vs 신문, 연일 ‘밥그릇싸움’

조선일보는 ‘방통위 광고총량제 강행, 朴정부 눈엔 지상파만 보이나’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광고총량제가 지상파TV의 배만 불리고 신문이나 잡지·통신·케이블TV·종편·인터넷신문 등 다른 미디어들의 경영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사실은 누가 봐도 뻔하다”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지상파 편드는 광고총량제, 대통령은 알고 있나’란 사설에서 “광고총량제가 도입될 경우 광고주의 81.7%가 신문, 유료 방송 등 타 매체 광고비를 줄여 지상파 광고비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며 “신문산업의 존립기반이 흔들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성완종 정국에 광고총량제 들이밀기’라는 제목의 21일자 기자칼럼에서 “방통위의 밀어붙이기 행보에 대해 각계에서는 비판에 귀를 닫고 앞으로만 가는 ‘일방통행위’라거나 소통 대신 불통을 조장한다는 의미의 ‘불통위’라고 꼬집고 있다”고 비판했다.

▲ 지상파 광고총량제를 놓고 미디어업계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조중동 등 종편 보유 신문과 kbs 등 지상파3사는 대립되는 입장에서 공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신문사들의 아우성과 함께 ‘맏형’격인 한국신문협회가 전면에 나서기도 했다. 신문협회는 지난 2월 26일 이사회에서 ‘전 회원사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광고총량제 도입을 저지하자’고 결의했다. 특히 △신문협회 전 회원사가 광고총량제 부당성을 지적하는 사설·칼럼 일제히 게재 △관련 기획기사 일제히 싣기 등의 방침을 정했다.

이후 3월 2~9일 일주일 동안 신문협회 소속 34개 신문에서 광고총량제 비판 기사 또는 사설·칼럼이 일제히 쏟아졌다.

연일 계속되는 신문의 맹공에 지상파도 발끈하고 나섰다. 한국방송협회는 지난 1월 27일 성명을 내고 “광고총량제 도입으로 지상파의 광고규제가 일부 완화될 예정이지만 중간광고 등은 종편 등 유료방송에만 허용되고 있다”며 “여전히 종편과 유료방송에 유리하게 설계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는데 지상파 특혜라는 것은 상식에서 벗어난다”고 반박했다. 3월 23일에는 조중동 등의 광고총량제 보도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청구했다.

지상파 3사도 뉴스를 통해 지원사격을 했다. KBS는 ‘과도한 지상파 광고규제 풀어야’, MBC는 ‘광고시장 규제완화 한 목소리’, SBS는 ‘방송 광고 총량제, 국민 절반 이상이 찬성’ 등으로 리포트를 내보냈다.

광고총량제에 사활? 진짜는 중간광고

대체 광고총량제의 파괴력이 어느 정도기에 종편 신문과 지상파 등이 체면마저 내려놓고 진흙탕 싸움을 하는 걸까? 광고총량제의 효과에 대해선 조사 기관에 따라 의견이 분분하지만 정작 실무자들 사이에선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손계성 한국방송협회 정책실장은 “현재 광고가 완판되는 인기 프로그램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총량제 도입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지상파 광고담당자들도 총량제 도입에 대해 시큰둥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 노골적인 ppl로 방통심의위 징계를 받은 mbc ‘우리 결혼했어요!’의 한 장면.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처럼 제품의 특장점을 ‘시현’하는 것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사진: 해당 방송 화면 캡처.
광고업계 역시 효과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곽혁 한국광고주협회 상무는 “광고는 기본적으로 수요 공급의 문제다. 기업에서 광고해야겠다, 이런 생각이 별로 없는데 광고량을 조절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오히려 광고혼잡도만 증가시켜 광고시청률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방통위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의뢰한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광고총량제 도입으로 지상파 방송 3사가 얻게 될 추가적인 광고수익은 217억~383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유료방송업계가 주장한 2750억원(방송학회 추산)과 차이가 크다.

효과가 미미한 광고총량제를 두고 종편과 신문협회가 강력 반발하는 배경에는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줄다리기란 분석이 제기된다. 광고총량제가 풀리면 다음번엔 중간광고 차례라는 점에서 선긋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방송업계에서는 지상파에 중간광고가 도입되면 연간 1300억원 정도의 광고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광고총량제를 둘러싼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 갈등은 결국 중간광고 때문”이라며 “지상파는 중간광고와 광고총량제를 같이 가면 반발이 심하니 단계별로 통과시키려는 의도고, 종편 신문사와 유료방송은 광고총량제를 강하게 흔들어야 방통위가 중간광고를 허용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손계성 실장 역시 “결국 중간광고로 가야 한다. 현재 지상파 광고는 광고효율성이 떨어진다. 프로그램 끝나면 당장 채널이 돌아가기 때문에 광고주 선호도가 낮다”며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테니 시청자들이 광고는 좀 불편해도 이해해달라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지상파와 유료방송의 고래싸움에 시청자들만 새우등이 터지고 있다는 점이다. ‘광고’라는 먹거리를 놓고 다투는 사업자들 사이에서 시청자의 권리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당장 광고총량제가 시행되면 시청자들은 인기프로그램 한 편을 보기 위해 더 큰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프로그램 전후 광고가 시간당 최대 6분에서 9분까지 늘어나기 때문이다. 예컨대 MBC ‘무한도전’(80분)의 경우 광고가 현재 36개에서 최대 54개로 늘어날 수 있다.

‘방송 공공성 훼손과 시청자 채널선택권 침해’도 시민단체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지상파가 광고를 더 붙이겠다며 인기몰이에 나서다 보면 시청률 지상주의가 심화되고, 지상파가 프로그램을 위한 광고가 아닌 광고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주력할 것이란 주장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인기프로그램의 광고 블록이 공고화되고 쏠림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면서 “이는 곧바로 제작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프로그램 다양성을 훼손할 수 있다. 이런 부작용을 실질적으로 보완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약탈적 광고영업 행태부터 관리해야”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 포함된 지상파 가상광고 허용, 간접광고 범위 확대가 총량제보다 더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방송법 개정안에는 광고총량제 외에도 △가상광고 허용장르·허용시간 확대 △신유형 방송광고 제도화 △간접광고 허용시간 확대 및 기준 명확화 △협찬고지 금지 완화 및 종류 확대 △방송광고 금지품목 규제 개선 등이 담겼다.

▲ 방통위는 방송법 개정안에서 스포츠 중계에만 허용했던 가상광고를 교양, 오락, 스포츠 보도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사진: 한 스포츠 중계의 가상광고 장면(위) / 광고총량제를 둘러싼 갈등의 중심에는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문제가 걸려있다. 사진: 엠넷 ‘슈퍼스타k’의 한 장면. (아래).
이에 따라 운동경기 중계 프로그램에만 가능했던 현행 가상광고를 교양·오락·스포츠보도에도 허용하고, 방송법에서 7가지 종류로만 규정하고 있는 것을 방통위 고시로 정해 새로운 유형의 가상광고를 가능토록 했다. 간접광고도 상품의 기능 등을 허위·과장해 시현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특징적 기능 시현 등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이는 시청 흐름을 방해하는 수준을 넘어 광고와 프로그램의 칸막이를 아예 없애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며 “상품 시현의 경우 광고주가 신제품 출시에 따른 광고를 목적으로 프로그램에 들어와 방송이 완전히 홈쇼핑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가상광고 등은 새로운 광고 유형이기 때문에 광고주가 선호할 수 있다”며 “신문 등 올드미디어들은 지금 광고총량제가 워낙 핵주먹이라 이 부분을 주목하고 있지 않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처럼 숨은 파괴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상파와 종편의 첨예한 대립에도 불구하고 방통위는 광고총량제를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가 지난해 내세운 7대 정책과제에 포함된 내용인데다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방송법 개정안 도입의 명분으로 광고 시장 활성화와 방송 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썬 규칙을 바꾸는 명분도, 실리도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진봉 교수는 “방통위는 시청자 위주로 가야 하는데, 너무 산업 위주로 가고 있다. 미디어 산업 간 중재자 역할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시청자의 편의를 먼저 생각한 정책을 내놔야 한다”며 “약탈적 광고영업 행태 등 혼탁해진 광고시장부터 공정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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