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모르고 PR 하다간…
‘문화’ 모르고 PR 하다간…
  • 신인섭 (1929insshin@naver.com)
  • 승인 2015.04.2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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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섭의 글로벌PR-히스토리PR] ‘작은 실수’로 국제관계 악화될 수도

[더피알=신인섭] 이 글을 읽는 독자 중 ‘문화’가 무엇인지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사람은 문화 속에서 살기 때문이다. 저명한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Edward T. Hall)은 1959년에 쓴 <침묵의 언어(The Sielent Language)>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문화란 이미 수많은 의미를 가진 말이므로 하나 더 했다고 해서 잘못 될 것은 없을 것이다. 인류학자에게는 문화란 인간의 생활방식, 습득한 행동, 태도 그리고 물질적인 것의 총화이다.”


이 정의를 풀이하면 문화란 김치요 비빔밥이요 햄버거요 자장면이요 제사장에 놓은 음식의 차림이며, 절에서 불공드리는 불자의 합장(合掌)이요 교회에서 부르는 찬송가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요 K-Pop의 노래와 춤이요 법관의 옷이요 해변의 비키니이다. 또한 아프리카 원주민의 옷차림이고 악보도 없는 노래이기도 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것이 문화다.

2001년 초 유네스코(UNESCO)는 ‘문화는 사회 혹은 사회적 그룹의 특출한 정신적, 물질적, 지적 및 정서적인 일련의 특징으로 간주되어야 하며 예술과 문화 외에도 라이프스타일, 공동생활 방식과 아울러 가치 체계, 전통 및 신앙을 포함한다’고 말했다. 이 정의는 문화를 세련된 인류 문명의 소산인 문학, 그림, 음악, 무용 따위로만 바라본 19세기 문화의 개념을 바꾸고 훨씬 확대했다.

글로벌 PR에 있어서도 문화는 대단히 중요하다. 글로벌이란 지구상의 여러 나라와 관련됨을 말한다. 그리고 PR이란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소통 방식을 말한다.

굳이 학자들의 어려운 정의를 빌릴 것 없이 글로벌 PR이란 정치제도, 경제체제, 언론과 표현의 자유 정도, 매체 보급 상황, 종교, 말, 피부색 그리고 그 밖의 여러 가지 상황이 다른 나라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말이고 글이며, 그림이고 또 소리이다. 때로는 손짓이나 몸짓도 관련된다.

‘사자’ 건드린 도요타

미국 부시 대통령이 오스트레일리아 방문 때 ‘작은 실수’를 하나 범했다 한다. 승리를 의미하는 브이(V)자 제스처를 취했는데, 손 방향을 달리해 그만 욕이 돼버린 것이다.

10여년 전 일본 도요타 자동차는 중국에서 사자(lion) 때문에 난리를 겪은 적 있다. .중국 사람들은 사자를 좋아하고 사랑한다. 중국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은 싱가포르의 별칭이 ‘라이온 시티(Lion City)’일 정도다.

▲ 10여년 전 일본 도요타 자동차는 중국에서 사자(lion)가 차량을 향해 경례하는 콘셉트의 광고를 선보였다가 중국인들에게 사과해야 했다. 사진: 당시 도요타 지면광고 /필자 제공


그런데 도요타 광고에서 차량을 향해 사자가 경례를 하는 장면이 문제로 불거졌다. 해당 광고를 접한 중국 젊은이들은 ‘아무리 도요타 자동차가 좋기로서니 중국인이 좋아하고 중국을 상징하기도 하는 사자가 거수경계를 붙일까’라며 화를 냈다.

도요타 중국 지사에 중국인 임원이 있었고 또 중국 광고회사를 통해 만든 광고였던지라, 책임소재를 놓고 옥신각신이 벌어졌다. 결국 도요타가 공개적으로 사과했고, 해당 광고는 철회됐다. 중국 문화를 조금 더 깊이 고려했더라면 없었을 해프닝이다.

이슬람교에는 먹어도 되는 음식 할랄(Halal)과 안 되는 음식 하람(Haram)을 구별한다. 알려진 대로 이슬람교에서는 돼지고기를 금한다. 그래서 비(非)이슬람 국가에서는 자기 상점에 할랄 식품만을 판다는 표시를 한다. (관련기사: 16억 무슬림의 마음 사로잡는 첫 관문, 할랄)

▲ 박근혜 대통령은 중동 순방을 하면서 아부다비 그랜드 모스크 방문시 머리를 가리는 스카프인 사일라(shayla)를 착용했다. ⓒ뉴시스

지난 3월 초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 4개국 순방을 하면서 아부다비 그랜드 모스크를 방문했을 때 머리를 가리는 스카프인 사일라(Shayla)를 착용해 화제를 모았다. 방문국인 이슬람 국가의 문화를 존중한다는 뜻의 표시였다.

반면 미국의 다국적 기업 임원 한 사람은 인도에서 실수를 할 뻔했다. 사전에 기자 회견에 대한 브리핑을 받아 만나는 언론사와 기자 이름도 알았다. 그런데 여기자와 만나 악수를 하는데 움찔했다. 인터뷰는 잘 마쳤으나, 후에 알고 보니 해당 여기자가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이었다.

70년대 ‘망고’의 말로

1970년대 중반 한국이 겪은 국제적 망신 사례가 있다. 미국에서 떠들썩했던 곡물상 박동선의 미 국회의원 대상 로비 사건이다. 한국에 유리한 입장을 취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려 촌지를 돌리려던 것이 들통 나면서 일명 ‘코리아 게이트(Korea Gate)’라는 말까지 붙었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로비문화가 어떤지 사전에 면밀히 파악했더라면 그같은 망신은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정식 명칭은 합중국(United States)이고 다양한 인종, 민족 그리고 각종 종교와 문화의 나라인 미국은 PR과 광고가 가장 발달했으며 세계 굴지의 PR회사, 광고회사가 있는 나라이다. 그러나 미국의 다국적 기업도 이따금 실수를 한다.

미국 항공사가 최신 설비를 갖춘 항공기 취항을 알리는 광고를 게재했는데 이름이 ‘랑데부(Rendezvous)’ 라운지였다. 랑데부는 원래 약속 시간과 장소라는 뜻이지만, 취항하는 나라에서는 젊은 남녀가 만나는 밀실이라는 의미가 있었다. 결국 랑데부 라운지는 웃음거리가 됐다.

또 다른 사례로는 남미에 새로 도입한 자동차 ‘노바(No Va)’를 들 수 있다. 그런데 노바는 스페인어로 ‘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가지 않는 자동차라는 말도 안 되는 네이밍이 된 것이다. 말이 어떤 실수를 낳는지에 대한 교훈은 우리나라도 겪었다.

1970년대였는데 망고 주스란 브랜드가 나왔다. 70년대이면 일제 시대 태어나 일본말을 아는 사람이 아직 많던 무렵이다. 망고는 과일 이름이기도 하지만 일본어로는 여성 생식기의 속칭이기도 하다. 당연지사 이 주스는 사라졌다.

문화의 차이가 가장 잘 나타나는 것은 나라의 공휴일이다. 한국의 공휴일은 15일이다. 이 가운데 3일 연휴는 설날과 추석이다. 설날에는 제사 드리고 추석에는 성묘를 한다. 둘 다 조상숭배와 관련된다.

중국 최대의 명절은 우리의 설날인데 춘절(春節)이라 한다. 싱가포르 인구의 77%는 중국계이다. 다음으로 말레이시아와 인도계가 각각 15%, 8%이고 종교는 이슬람과 힌두교다. 인구의 15%는 기독교인이다. 그래서 인구 460만의 도시국가는 중국의 도교, 이슬람, 힌두교 그리고 기독교 명절이 공휴일로 돼 있는 다민족·다문화 국가이다. 이 사실이 PR에 주는 시사점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신인섭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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