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바다의 스마트 버전 ‘중고시장’ 뜬다
아나바다의 스마트 버전 ‘중고시장’ 뜬다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5.04.29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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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함과 더불어 ‘안전거래’에 대한 요구 증가

[더피알=조성미 기자] 1500원짜리 과자 허니버터칩이 3배가 넘는 5000원대에 거래가 되는가하면, 경매사이트 이베이에서는 3봉지에 56.75달러(약 6만2000원)에 매물이 등장하기도 했다. 요즘 중고장터는 중고만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가치에 따라 통념을 깨는 거래의 채널이 되기도 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2003년 개설된 국내 대표 중고품 거래장터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는 2월 기준 1300만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대한민국 인구 5000만명 가운데 4분의 1이 중고장터에 가입할 정도로 2015년 대한민국은 활발한 중고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2009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온라인을 제외한 중고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약 10% 성장한 4조1272억원 수준이었다. 이후 중고시장 규모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나와 있지는 않지만, 최근에는 오픈마켓을 비롯한 스마트폰 앱을 통한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업계에서는 국내 중고거래 시장이 약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 ‘허니버터칩’ 열풍이 불며 제품을 구하기 힘들어지자, 소비자가 3배 이상의 가격으로 주고거래 사이트에 매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중고거래가 활성화된 데에는 장기적인 불황으로 알뜰 소비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고, 더불어 신규 모델 출시와 사용 시기의 제한 등을 이유로 ‘새 것과 같은’ 상태의 중고품목들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비자가 느끼는 중고거래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이 줄어들면서 중고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다.

11번가에 따르면 가장 많은 중고거래를 보이는 전자기기의 경우 성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리퍼나 스크래치 상품을 정가 대비 반값에 구입할 수 있어 매년 수요가 늘고 있다. 또 2014년 9월 말 실시한 옥션의 설문조사 결과, 중고거래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75.8%가 저렴한 가격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과거 수입명품이나 디지털기기 등 상대적으로 고가품에 중고거래가 한정돼 있었다면 최근에는 일상용품까지로 취급 품목이 확대되고 있다.

기술발전이 가져온 ‘중고천국’

실제로 옥션의 중고장터 거래 분석 결과에서 이용자가 많이 구매한 제품을 살펴보면 디지털 기기, 패션의류 및 잡화, 도서, 스포츠·레저, 유아용품, 취미·컬렉션 순으로 다양한 상품이 거래되고 있다.

특히 의류/패션잡화/운동화 등의 매출 비중이 전체 40% 이상 차지할 정도로 패션 상품 거래가 늘어났고, 쇼핑 시간이 부족한 주부들의 경우 모바일을 통해 유아용품을 거래하는 빈도가 많아지면서 매일 300개의 새로운 매물이 올라오는 등 거래량과 거래 품목이 빠르게 증가 추세다.

중고거래의 활성화는 최근 경제 트렌드인 공유경제 측면에서도 중요한 부분으로 꼽히고 있다. 성낙환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유경제, 소비자들의 롱테일 수요 깨운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공유경제 사업 모델 중 하나로 물물교환 및 중고거래를 통해 자원을 재활용하고 재분배해 장기적으로 재화를 공유한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중고거래로 소비행태가 변화하는 것과 더불어 재화에 대한 소비자들의 시각도 바뀌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재화의 가치는 생산비용과 물류비용 등을 기준으로 소비자 가격이 산정된다. 하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한정판’ 상품의 경우 그 값어치가 순식간에 천정부지로 뛰기도 한다.

과거 단순히 필요에 의해 소비를 하던 것에서, ‘나에게는 쓰레기가 남에게는 보물’이라는 말처럼 소유하는 사람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지고, 숨겨진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들끼리의 커뮤니티가 형성된 것도 중고시장 활성화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정건길 11번가 중고 담당MD는 “중고거래의 확대로 많은 소비자들이 제품 구매 후 되팔 경우를 고려해 포장박스, 더스트백 등을 버리지 않고 보관하는 추세”라며 “새것과 같은 패키지 구성으로 되팔기 때문에 구매자 입장에서도 중고품에 대한 신뢰가 늘어난 것도 중고시장 활성화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IT기술 발전도 중고시장 활성화의 기폭제가 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저렴하게 좋은 상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의 욕구는 오랫동안 있어 왔다. 때문에 과거에는 생활정보지 등을 통한 중고품 거래가 꾸준히 이어져왔다.

그러던 중 스마트폰의 보급과 온라인, 택배서비스 발달과 만나면서 상품 확인 및 배송이 편리해진 점이 중고거래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상품가치가 있는 중고제품을 판매하려는 판매자와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하려는 소비자의 연결고리가 확대된 것이다.

실제로 리퍼·전시·스크래치 상품을 한데 모은 중고상품 전문관인 ‘중고스트리트’를 2012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11번가의 경우 현재 등록 판매자수만 3000명, 판매물품이 100만개에 육박한다. 특히 2014년 전체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하며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누구나 판매자로 참여가 가능한 오픈마켓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중고거래 플랫폼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온라인 오픈마켓 이어 모바일 앱으로 확대

특히 최근에는 중개업자가 물품을 직접 매입해 판매를 대행해주는 형태로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 중고거래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면서 많은 이들이 물건을 사고팔지만, 적정가를 책정하고 안전하게 거래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은 문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우선 11번가는 중고상품의 신뢰와 거래 활성화를 위해 ‘안심구매서비스’ 제도를 도입했다. 중고스트리트에서 상품을 구매한 후 30일 이내 제품 이상 발견 시 A/S비용을 최대 11만원까지 보상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복잡한 상품등록 절차 없이 신청만 하면 수거부터 검품, 판매 후 입금까지 전문업체가 대행해주는 휴대폰·컴퓨터·디지털카메라·명품 매집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G마켓도 중고 휴대폰, 태블릿PC, 노트북, PC 등을 간편하게 거래 할 수 있도록 ‘원클릭 중고매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이 서비스는 물품을 직접 수거할 뿐 아니라, 해당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송비를 모두 지원하고 거래 미성사시에 회수 택배비 역시 무료로 제공해 부담을 낮췄다. 또 매입한 물건은 전문 업체에서 신속하게 검수해 가능한 최고가에 매입하고, 거래 종료 후 금액을 현금잔고로 실시간 지급해 판매자의 편의성을 높였다.

이처럼 오픈마켓들이 중고거래시장을 활성화시키고 있는 가운데, 최근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중고의 발견’은 검색, 전화, 방문견적 없이도 비교견적이 가능한 모바일 중고거래 앱이다. C2B(개인 대 기업) 거래방식의 특성상 오프라인 중고매입업체의 서비스가 더해지면서 개인 간 직거래보다 편리하고 안전하게 거래가 가능하다.

‘셀잇’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가격제안부터 제품을 담을 박스준비, 판매, 안전한 입금까지 모든 과정을 대행하며 14일 동안 판매되지 않은 제품은 직접 매입해준다. 제품의 반품 및 환불이 가능하며, 3개월 내 고장 발생 시 수리비용을 지원해 구매자도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안전거래’는 여전한 화두

온라인 중고거래가 접근성과 판매와 구입이 편리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기 피해에 대한 우려는 남아있는 상황이다. 개인 간 거래가 많고, 온라인을 통한 장거리 거래에, 매물을 직접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택배로 거래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들이다.

▲ 경찰청이 사이버 범죄 예방 정보를 제공하는 앱 ‘사이버캅’
실제로 중고거래에서 발생하는 사기거래 유형으로는 상자 안에 무게만 대강 맞춰 쓰레기를 담아 보내거나, 사용 흔적이 많은 제품을 새 상품이라고 속이는 경우, 또 돈만 받고 물건을 보내지 않는 등 그 수법도 다양하다.

이런 이유로 에스크로 안전결제와 같은 안전장치가 강조되고 있다, 에스크로 서비스는 구매자의 결제 대금을 제3자에게 예치하고 있다가 배송이 정상적으로 완료된 후 판매자에게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주문한 상품을 받지 못하면 돈을 떼이거나 엉뚱한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불상사를 줄였다.

이외에도 오픈마켓이나 중고거래 앱들은 저마다의 안전장치 확충에 노력하고 있다. 옥션의 경우 사기거래 등에 대한 우려를 갖고 안심거래를 고민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허위판매자에 대한 벌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옥션 중고장터는 판매자가 고정가를 제시하거나 경매를 진행할 수 있는데, 만약 판매자가 낙찰 받은 상품을 판매 거부하는 경우 경매벌점 1점을 부과, 벌점이 누적 3점이 되면 60일간 일반경매 판매와 구매가 불가능 하도록 조치를 취해 놓고 있다.

또한 모바일 앱 ‘페이맨’은 기존 안전거래 방식을 개선해 모바일에 도입했다. 중고거래가 포털 사이트의 카페에서 활발하게 이뤄지는 점에 착안, 포털 로그인 계정과 연동해 편리성을 증대했다.

이용방법은 거래신청(상품등록)을 하고 상대방의 아이디와 물품 정보를 입력해 등록하면 된다. 거래단계는 입금·배송지 입력·물품 발송·수령·구매 결정(혹은 반품 결정)의 총 5단계로 거래자 간 진행되며, 물품 배송 단계에서는 입력된 택배사의 운송장 번호를 통해 배송 추적이 실시간으로 가능하다.

급증하는 중고거래의 피해를 막기 위해 경찰청도 ‘사이버캅’이라는 사이버 범죄 예방 정보 제공 어플리케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이 앱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의 자료를 활용해 발신 번호나 계좌번호가 인터넷 거래 사기에 이용된 적 있는지 이력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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