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도시’ 알리는 온라인 전도사들
‘맛 도시’ 알리는 온라인 전도사들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5.05.0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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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PR현장] 지역 음식 길라잡이 ‘대구 식객단’

‘대구 음식’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맵다’ 혹은 ‘짜다’는 수식어 정도만 생각난다면 대구 음식의 진정한 매력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사람들은 ‘맛의 고장’하면 흔히 남도(南道)를 떠올리지만 이에 못지않게 대구에는 찜갈비, 따로국밥(육개장), 막창구이, 복어불고기, 현풍 곰탕 등 맛있고 다양한 먹거리들이 가득하다. 대구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진 ‘대구식객단’은 진정한 ‘대구의 맛’을 알리고 있는 일등 공신이다.

올해로 6년째를 맞이하는 대구식객단은 블로그를 비롯한 온라인 활동을 통해 지역 내 다양한 음식점들을 소개하며 ‘맛의 도시 대구’라는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 (사진: 대구광역시청)

따스한 햇살이 내려앉은 어느 금요일. 대구시 수성구의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8명 남짓한 사람들이 모였다. 20~30대로 보이는 젊은 여성부터 중년의 주부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가진 이들은 공통점이 별로 없어보였지만 서로 안면이 있는 듯 편안하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 서로 처음 보는 듯한 사람들도 인사를 주고받으며 자연스럽게 대화에 녹아들었다.

그런데 여느 식사모임과는 좀 다른 분위기다. 여러 카메라가 식탁위에 놓여 있고 대화주제도 일상적인 이야기보다는 시내 음식점에 관한 것이다. 장소가 식당이다 보니 음식 이야기가 이상할 것은 없지만 꽤나 진지한 토론이다.

이윽고 음식이 나오자 이들은 일제히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기에 바빴다. 식사는 촬영이 끝난 후에야 시작됐다. 서로 음식을 챙겨주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자유롭게 식사를 하다가도 음식이 나올 때마다 이들의 촬영은 되풀이됐다. 새로운 음식이 등장할 때마다 서버에게 조리법에 대해 상세하게 묻기도 했다.

이들 ‘정체’는 다름 아닌 대구식객단(이하 식객단) 멤버들이었다. 그리고 이날 모임은 레스토랑 측이 식객단을 초청해 만들어진 자리였다. 일종의 시식 평가회였던 것. 식사가 끝나자 업주와 식객단과의 대화 자리도 만들어졌다. 분위기는 훈훈했지만 식객단 멤버들의 날카로운 질문과 평가가 이어져 마치 기자간담회를 연상케 했다. 웬만한 음식평론가 못지않아 보일 정도로 음식에 대한 조예가 남달랐고, 레스토랑에 도움이 될 만한 제언들도 쏟아졌다.

지역 식문화 발전에 일조하는 온·오프 서포터즈

식객단은 지난 2010년 탄생했다.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 대회를 앞두고 음식 관련 전문가들이 아닌 일반 시민들이 지역 음식점을 알리고 자체 모니터링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여기에는 ‘맵거나 짜다’는 대구 음식에 대한 편견들을 깨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말 그대로 대구음식을 홍보하는 서포터즈다.

단순히 대구 음식을 알리기만 하는 개념은 아니다. 식객단은 지역 내 음식점을 전반적으로 평가하고 개선점을 파악하는 역할도 한다. 지역 식문화 발전에도 일조하고 있는 셈이다.

▲ 지난 1월 열린 제6기 대구식객단 위촉식./사진:대구광역시청

이들의 활동은 주로 온라인을 통해 이뤄진다. 식객단들은 평소 생활 속에서 지인이나 가족과 방문한 지역 내 음식점 중 소개할만하다는 판단이 들면 직접 사진을 촬영하고 업주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보는 등 일종의 맛집 취재에 나선다.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친절도와 위생상태, 차림새 등도 평가의 대상이 된다.

이렇게 작성된 맛집 소개는 개인 블로그나 인터넷 카페 등에 게재된다. 이들이 활동하는 개인 블로그와 카페에는 식객단임을 알리는 배너가 부착된다.

이 정도라면 일반적인 온라인 서포터즈 혹은 맛집 블로거들과 다를 게 뭐냐는 말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차별점이 있다. 식객단이 만든 콘텐츠는 ‘대구 푸드’ 홈페이지(www.daegufood.go.kr)에도 업로드 되기 때문이다.

대구 푸드에는 식객단이 맛집 후기를 올릴 수 있는 별도의 카테고리가 있다. 대구식객단에 선발되면 대구푸드에 글을 게재할 수 있는 별도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가진다. 대구푸드에 올라온 식객단의 후기는 개인 블로그와도 연동돼 손쉽게 해당 블로그에 접속할 수 있다.

대구 푸드는 대구시가 운영 중인 지역음식 사이트로, 당연히 대구음식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담겨있다. 단순히 맛집이나 향토음식만을 소개하는 개념을 넘어 ‘대구 음식 포털’로 볼 수 있을 만큼 지역별, 가격별 등 다양한 분류로 나뉘어져 체계화돼 있다. 식객단이 올린 정보도 이 데이터베이스의 중요한 바탕이 된다.

식객단과 대구 푸드 사이트를 운영중인 대구시 식품관리과 관계자는 “다른 지역의 (음식 관련) 홈페이지도 있지만 책자같이 만들어져 있다. ‘대구 푸드’는 블로그 형 홈페이지”라며 “화면만 봐도 해당 음식점을 100%에 가깝게 이해할 수 있는 홈페이지는 전국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아울러 식객단들은 이미 업로드가 돼 있는 음식점 소개에서 변동된 부분이 있으면 이를 바로잡는 역할도 한다. 메뉴가 바뀌었거나 해당 음식점이 폐업했을 경우, 가격이 올랐을 경우 등 업데이트 사항을 대구시 측에 알려주는 것. 대구 푸드의 정보가 정확도가 높은 이유 중 하나다.

단순한 맛집소개 넘어 자문역할도

식객단의 활동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대구 시내 관광지를 여행하고 해당 지역의 음식을 살펴보는 팸투어도 진행됐다. 테마별로 팀을 나눠 음식을 먹어보고 여행지와 연계된 음식을 소개해주는 활동이다.

앞서 언급한 음식점 초청행사는 자주 마련되지는 않아도 소비자 입장에서 업주에게 ‘발전적’ 조언을 해주는 자리가 된다. 업주가 초청행사를 제안하면 식객단 멤버들이 방문해 음식의 맛과 서비스 등을 꼼꼼하게 체크하고 이를 정리해 업주에게 전달하는 자문의 개념이다.

▲ 대구시가 운영중인 ‘대구푸드’ 사이트./사진:해당 사이트 캡쳐

이같은 식객단의 활동은 대구음식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맛의 도시’라는 브랜드 제고에 큰 보탬이 될 수밖에 없다. 자신을 40대 후반의 사업가라고 소개한 식객단 멤버 이재의 씨는 대구음식을 알리는 데 식객단 활동이 큰 보탬이 된다고 단언했다.

이 씨는 “다른 지방에 여행을 많이 가는 편인데 (해당지역 맛집을 찾을 때) 블로그를 많이 참고한다”며 “검증되고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식객단의 맛집 추천이라면 훨씬 더 대구를 찾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50대 후반의 주부 나옥흠 씨는 “예전엔 대구라고 하면 다른 지역에서 음식을 찾아먹을 정도로 맛이 없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최근 관광객들이) 타 지역이 아닌 대구에서 맛있는 음식들을 찾게 되는 이유에는 식객단의 활동이 큰 것 같다”고 자평했다.

대구시 식품관리과 관계자는 “대구시에는 음식점이 2만8000개 가까이 있다. 전문가들이 못 보는 부분들을 이분들(식객단)이 채워준다”며 “내가 어디 사람인데 대구에 가보니 이런 게 있다며 식객단 블로그에 올린 것처럼 만족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소개했다.

게다가 대구 푸드 홈페이지는 영어와 일어, 중국어 등 3개 국어로도 볼 수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대구 음식을 알릴 수 있는 기반이 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 나옥흠 씨는 “최근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들이 대구로 몰려오는데 대구를 알리는 관광상품과 연계해 이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요리를 개발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같은 식객단의 활동과 시 관계자들의 남다른 노력에 힘입어 대구는 점점 ‘맛의 도시’로서의 브랜드를 쌓아 나가고 있다. 또한 외지인뿐만 아니라 대구시민들에게도 지역 음식점에 대한 바른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이같은 효과는 지역경제 활성화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제로 식객단이 블로그에 올린 한 음식점의 경우, 일일평균 100명 가까이 손님들이 늘었다고 한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 푸드 홈페이지에는 450만명 이상이 방문했다.

‘아무나 못해요’…깐깐한 선발과정

식객단은 1년에 한 번씩 새로운 멤버들을 뽑는다. 대구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남녀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지만 아무나 쉽게 식객단의 일원이 될 수는 없다. 올해 활동을 시작한 6기의 경우 총 70명 중 신규 모집정원은 40명이었지만 신청자는 100명이 넘었다는 것이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나머지 30명은 지난해 활동한 5기 멤버 중 활동 성적이 우수한 이들을 우선 선발했다. 시 관계자는 “외식업 대구지부와 사단법인 대구음식포럼에서 추천받은 분, 그리고 시 관계자 등이 심사위원이다. 심사위원들은 신청자들의 블로그나 카페를 다 방문해보고 방문자 수나 구성 등을 확인해 점수를 매긴다”고 설명했다.

▲ 진지하게 음식을 촬영 중인 식객단./사진:대구광역시청

맛집 관련 온라인 활동을 하는 네티즌만으로도 신청자가 넘쳐난다고 한다. 식객단 모집에 대한 별도의 홍보가 없어도 보도자료가 한번 나가면 문의전화가 이어진다고 시 관계자는 전했다.

이렇게 ‘깐깐한’ 심사를 거쳐 선발된 식객단에게는 대구 푸드 홈페이지 이용 방법이나 사진 촬영, 편집 등 온라인 홍보에 필요한 요소들과 컴퓨터 오류 해결 방법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다. 이전 기수에서 활동한 선배 식객단 멤버들이 강사 역할을 맡는다. 식객단의 콘텐츠는 본인이 직접 방문한 음식점과 관련된 글, 그리고 직접 찍은 사진만 올리는 것이 원칙이다.

인원수는 300명이 넘었던 식객단 운영 첫해(2010년)보다 상당히 많이 줄어들었다. 이유가 있다. 시 관계자는 “처음에는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대구 음식을) 알리기 위해 인원이 많았지만 식객단이 조금씩 정착되고 홍보가 되면서 100명으로 줄였다”며 “이후 (식객단의) 자존감과 (콘텐츠의) 퀄리티를 높이고 내용을 좀 더 전문화하기 위해 올해 70명을 선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남녀 비율을 보면 여성이 55명으로 남성(15명)보다 높은 편이다.

사실 식객단에게 큰 혜택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무보수 명예직일뿐더러 차비 정도에 지나지 않는 활동비가 제공될 뿐이다. 물론 매 기수마다 식객단 활동이 끝난 후 별도의 표창과 시상이 있지만 모든 멤버들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대구의 음식문화 높일 수 있어 큰 보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객단 멤버들은 적극적으로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상에 ‘대구식객단’을 검색하면 이들의 다양한 맛집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활동을 거의 안하는 분은 없다. 활동이 다소 작은 분들도 5% 미만”이라며 “(적극적인 활동에는) 대구시민으로서의 자부심과 대구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출발하는 것 같다. 음식과 사람만나는 것, 블로그 활동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다. 그런 것들이 주효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기자가 만나본 식객단 멤버들은 작지 않은 보람과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이재의 씨는 “우리가 소개한 음식점이 장사가 잘 되거나 개선되면 대구의 음식문화를 좀 더 높일 수 있다는 보람이 있다”며 “대구음식에 대한 편견이 많았는데 우리 활동뿐만 아니라 업주들의 노력을 통해 대구음식의 위상이 한층 더 올라간 것이 의미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살다가 지난 2004년 대구에 정착했다는 50대 주부 정희 씨는 “‘맛있었다’ ‘잘 왔다’ ‘덕분에 좋은 곳을 알게됐다’는 말을 들을 때 보람이 있다”며 “간혹 (식객단) 덕분에 손님이 좀 온다는 업주분이 있을 때도 뿌듯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 ‘대구푸드’ 사이트에 올라온 식객단 멤버들의 음식점 리뷰./사진: 해당 사이트 캡쳐

올해로 6년째에 이른 만큼 식객단 운영은 이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시 관계자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기 때문에 지금 정도로 운영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며 “글이나 사진만 좀 더 다듬으면 될 것 같다. (멤버들이) 식객단이라는 자부심과 대구를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백윤자 대구시 식품관리과 과장은 “앞으로도 식객단 운영을 활성화해 대구시민과 대구를 찾는 외지인들에게 품격 있는 음식을 제공하고 안락한 접객 서비스를 유도하는 등 대구의 음식문화 수준 향상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숨은 맛집 발굴과 홍보를 통해 지역 음식점의 마케팅을 지원하고, 한발 앞선 정확한 맛집 정보를 대구음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유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대구가 명실상부한 ‘맛의 고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평가도 무리는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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