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홍보’ 한다던 어벤져스2, ‘국내홍보’였나
‘국가홍보’ 한다던 어벤져스2, ‘국내홍보’였나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5.05.04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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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700만 관객 모으며 역대 외화 최단기록 경신…정부 전망한 2조원 효과는?

[더피알=강미혜 기자]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이 개봉 11만에 7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역대 외화 최단기간을 기록했던 <아이언맨3>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로, 지난해 흥행돌풍을 일으킨 국내 영화 <명량> 다음으로 가장 빠른 속도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 어벤져스2 영화 한 장면.
어벤져스2는 개봉에 앞서 일찌감치 국내 관객들로부터 눈도장을 찍었다. 우리나라 배우 수현이 등장할 뿐만 아니라 일부 장면을 마포대교, 강남대교 등 서울 곳곳에서 촬영하며 막대한 ‘한국홍보 효과’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한국관광공사는 어벤져스2 방한 촬영의 경제적 효과로 4000억원의 직접 홍보효과 및 2조원의 국가 브랜드 가치 상승효과가 있을 것이라 추산했다.

4000억 홍보효과는 영화관 광고비를 적용해 광고 대체 효과를 산정한 것이고, 이에 따른 0.1~0.2%의 국가브랜드 가치 상승을 환산한 비용이 2조원이라는 게 관광공사의 설명이었다. (관련기사: 어벤져스2 촬영, ‘진짜’ 한국홍보될까)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어벤져스2로 인한 ‘국가홍보’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대체적이다. 영화에서 서울 곳곳의 모습이 20여분간 등장하지만 전혀 매력적으로 비쳐지지 않는다.

이는 정부가 영화 <반지의 제왕> 배경이 된 뉴질랜드를 예로 들며 영상물 로케이션 유치에 의한 한국 관광 활성화를 기대한 것과는 괴리가 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시무시한 흥행성적과 더불어 어벤져스2 한국 촬영과 국가홍보 2조원의 관련성에 대한 비판적 기사가 속속 나오고 있다.

<국민일보>는 ‘[영화 경제효과 믿어도 될까] ‘어벤져스 2’ 서울 장면이 2조원? 글쎄올시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정부가 제시한) ‘2조원’ ‘4000억원’ ‘876억원(경제효과 총합)’ 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계산은 없는 셈”이라며 “국가 정책의 경제효과 분석도 잘 들어맞지 않는데 문화의 경제효과 분석은 더욱 애매모호해 정부가 아전인수 격으로 분석하기 쉽다”는 전문가 발언을 덧붙였다.

▲ 어벤져스2 글로벌 홍보 영상에서 등장하는 한국.

<조선비즈>도 ‘어벤저스에 서울 등장시키려 1초에 810만원 썼지만’이라는 기자수첩을 통해 “이미 영화를 본 평론가들 사이에선 ‘서두에 잠시 등장하는 ‘서울’이라는 지명, 간간히 보이는 한글 간판들을 떼놓고 보면 여기가 어딘지 도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서울만의 특징을 살리지 못했다’는 혹평이 줄을 잇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영화가 개봉하면 ‘한국을 홍보하는 특별영상을 제작하고, 출연배우들의 SNS를 활용해 한국을 알리겠다’던 한국관광공사는 개봉 후 일주일이 지났지만, 여태 아무런 말이 없다”며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영화진흥위원회에서도 1초에 810만원을 쓴 효과를 설명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어느 곳에도 없다”고 꼬집었다.

일반 네티즌들 또한 어벤져스2로 인한 국가홍보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긴 마찬가지다.

▲ 어벤져스2 영화의 장면.
한 네티즌은 “서울 나온대서 어떨까 궁금했는데 그냥 관광 홍보가 되지는 않았을 것 같은 칙칙하고 재미없는 느낌이어따(이었다)... 굳이 한국일 필요가 있었나 싶을 정도;”(@prod******)라는 소감을 전했다.

또다른 네티즌도 “어벤져스2에서 나온 서울이 굳이 서울이어야 하는 이유를 전혀 찾을 수 없었다는 점에서 당연히 홍보 효과는 0으로 수렴하는 게 뻔한 것인데”(@rp****)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사실 어벤져스2 국내 촬영으로 인한 국가홍보의 ‘허상’은 전문가들이 여러 차례 지적해왔다.

한상덕 문화평론가는 앞서 <더피알>과의 인터뷰에서 “영화상에서 나온다고 해도 일부일 뿐, 한국의 선진적 모습을 전체적으로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며 “영화 촬영장으로서의 기능을 발휘하는 것에 정부가 지나치게 확대해석해 효과를 추정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지난해 <더피알>이 ‘국가홍보’를 주제로 가진 전문가 대담에서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어벤져스2 덕분에 일반 국민들이 국가홍보라는 의제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딱 거기까지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의 의미도 없다”고 평가했다.

대담자인 손지애 전 아리랑TV 사장도 “정말 홍보효과를 논하려고 하면, 영화에 한국이 ‘그냥’ 나온다가 아니라 한국의 ‘무엇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며 “전 세계 관객 앞에서 서울이 노출된다는 것만으로 국가홍보에 있어 지나치게 중요한 일로 부각시키고 엄청난 성과를 거둔 것처럼 말하니까 거부감이 생기는 것”이라고 일침하기도 했다.

700만 관객이라는 압도적 숫자에서 어벤져스2의 ‘국내홍보’는 톡톡히 성공한 듯 보인다. 그런 만큼 당초 기대한 ‘국가홍보’ 측면에서도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정부의 구체적 답변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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