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에 수천억, 슈퍼셀의 자신감
마케팅에 수천억, 슈퍼셀의 자신감
  • 더피알 (thepr@the-pr.co.kr)
  • 승인 2015.05.1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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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이슈] 모바일 게임 신화 어떻게 만들어졌나

[더피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세계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IT기업은 바로 핀란드의 게임업체 ‘슈퍼셀’이다. 이 업체는 지난해 3개의 모바일 게임으로 조 단위 매출이라는 엄청난 실적을 기록했다.

최근 슈퍼셀이 공개한 지난해 실적은 매출 17억달러(약 1조8713억원), 영업이익 5억6500만달러(약 6226억원)이다. 전년 대비 매출은 약 300%, 영업이익은 약 200% 급증했다. 이 같은 실적이 놀라운 것은 ‘클래시 오브 클랜(COC)’ 등 3,4개의 모바일게임만으로 이뤄낸 성과이기 때문이다. 클래시 오브 클랜은 다른 사람의 영토를 공격해 자원을 빼앗는 사회관계형게임(SNG)이다.

▲ 핀란드의 게임업체 ‘슈퍼셀’은 막대한 마케팅비를 들여 초반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을 쓴다. 사진: 슈퍼셀 홈페이지 메인 화면.

앱 분석 전문기업 앱애니 집계에 따르면 클래시 오브 클랜은 지난해 전세계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렸다.

국내에서도 폭발적 인기를 누려 최근까지 구글의 앱 장터인 구글 플레이에서 매출 1,2위를 오르내렸다. 그 덕에 슈퍼셀 역시 모바일용 소프트웨어(앱) 등록자 가운데 최고 매출을 올린 업체가 됐다. 2위는 ‘캔디 크러시 사가’로 유명한 스웨덴의 킹이다. 슈퍼셀은 애플 앱스토어 등 앱 장터에서 게임을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게임 아이템을 유료로 판매하는 방식(부분 유료화)으로 수익을 올린다.

3개 게임으로 조 단위 매출 일궈

이 업체가 대단한 것은 핀란드 헬싱키 본사를 포함해 서울, 미국 샌프란시스코, 일본 도쿄에 근무하는 전 직원이 155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 업체가 매출을 올리는 방식은 독특하다. 해외 시장 진출시 막대한 마케팅비를 들여 초반에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을 쓰는데,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지출한 마케팅비만 484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도 TV와 가두광고 등에 수백억원을 퍼붓는 공격적 마케팅으로 클래시 오브 클랜을 널리 알렸다. 심지어 주말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의 시작과 끝에 광고를 앞뒤로 붙이는 등 한때 프라임타임대 광고를 휩쓸었다. 광고도 15초짜리 하나가 아니라 15초짜리 광고 4개를 연결해 무려 1분의 시간을 독점하는 식으로 막대한 비용을 썼다. <아래 영상 참고> 


이처럼 독특한 방식에는 슈퍼셀 특유의 자신감이 깔려있다. 핀란드 헬싱키의 슈퍼셀 본사를 방문해 보면 이들의 자신감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슈퍼셀은 한때 핀란드를 대표하는 국민기업이었던 노키아가 무너진 뒤 텅 비어버린 노키아 연구동의 1개층을 사용한다.

특이한 것은 회사에 들어가자마자 신발을 벗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처럼 집 안에서 신발을 벗는 핀란드 특유의 문화가 기업에도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지난해 말 이 업체를 방문한 스웨덴 국왕도 “신발을 벗어달라”는 일카 파나넨 슈퍼셀 CEO의 요청에 따라 구두를 벗었다. 입구 한 켠에는 이렇게 벗어놓은 신발과 외투를 보관하는 공간이 있다.

입구 앞에는 세계 지도를 그린 전광판이 하나 걸려 있다. 지도에는 수많은 불빛이 쉴 새 없이 깜빡거리고 있다. 파나넨 슈퍼셀 CEO는 “전세계에서 실시간으로 슈퍼셀 게임을 하고 있는 이용자들 현황을 보여주는 전광판”이라고 설명했다. 전광판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고 했다. 한때 잘 나갔던 영국이 ‘해가지지 않는 나라’를 주장했던 것처럼 전광판만 보면 슈퍼셀의 게임은 끝나지 않을 듯한 분위기다.

슈퍼셀은 “잘 하는 것에 집중해 천천히 진행하는 슬로 기업”이라고 얘기한다. 그만큼 완성도에 집중하고, 성과를 위해 재촉하지 않는다.

‘클래시 오브 클랜’은 아이폰 앱이 나오고 1년 6개월 뒤에야 안드로이드 앱이 나왔고,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어 앱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 사이 중국에서 만든 불법 복제 중국어판 ‘캐슬 클래시’가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5위에 올랐지만 이들은 대응하지 않는다. ‘짝퉁’이 따라올 수 없는 완성도 높은 앱을 내놓으면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 슈퍼셀은 ‘클래시 오브 클랜(coc)’ 등 3,4개의 모바일게임만으로 핀란드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떠올랐다. 사진: coc 게임 화면.

실패의 토양 제공하는 핀란드 정부

그런데 이런 성공은 사실 핀란드 정부의 적극적인 IT 산업 육성책이 없었다면 실현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핀란드는 세계 1위 휴대폰 업체였던 노키아가 스마트폰 바람에 밀려 1위 자리를 내놓고 마이크로소프트(MS)에 매각된 뒤 경제성장률이 2012년과 지난해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핀란드 정부는 이 같은 경제 불황 타개를 위해 벤처 생태계 조성이란 카드를 꺼냈다. 특히 적은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 생태계 조성에 앞장섰다.

우선 창의적 아이디어가 쏟아지도록 각종 규제를 없앴다. 특히 해외 투자자 확보를 위해 지난해 법인세를 유럽연합(EU) 내 최저인 20%로 낮췄고, 조세 감면이나 지원금까지 제공한다.

여기에 헬싱키 공대가 주축이 돼서 창업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사우나’, 정부 주도의 세계 최대 창업 컨퍼런스인 ‘슬러시’ 행사 등을 잇따라 마련해 슈퍼셀을 비롯해 로비오 등 성공한 기업들이 후배 기업들을 이끌도록 하고 있다.

사실 슈퍼셀도 창업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에게 투자자를 연결해 주는 스타트업 사우나를 통해 성장할 수 있었다. 스타트업 사우나는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6주에 걸쳐 투자 전문가들의 상담을 거쳐 사업을 구체화 한다. 이런 적극적 장려책 덕분에 현재 핀란드 전체 창업기업 중 모바일 게임업체가 40%에 이른다.

핀란드 정부의 규제 철폐로 창업이 잇따르며 노키아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것이다. 피나넨 대표는 “성공한 벤처기업들이 계속해서 나오려면 실패해도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정부가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덕분에 슈퍼셀은 무너진 휴대폰 업체 노키아를 대신해 2010년 설립 5년 만에 핀란드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등극했다. 업계 관계자는 “PC에서 모바일로 게임 이용 환경이 바뀌면서 게임의 수명이 짧아지고 개발업체가 성공하기 어려워졌다”며 “하지만 슈퍼셀은 작품성만 뛰어나다면 얼마든지 그런 환경을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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