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공백 1년’ 바라보는 언론, 이견이 없다?
‘이건희 회장 공백 1년’ 바라보는 언론, 이견이 없다?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5.05.12 18: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재용 부회장 리더십 집중조명…대부분 비슷한 톤앤매너

[더피알=강미혜 기자] 2014년 5월 10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입원했다. 삼성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현실에서 이 회장의 갑작스런 와병 소식은 재계 안팎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이 회장의 부재로 인한 경영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그로부터 1년. 삼성의 현재 모습과 향후 행보에 다시 한 번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언론들은 각종 기획시리즈를 통해 ‘이건희 공석 1년’을 집중 조명하고 나섰다. 이 회장의 건강 이슈만큼이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리더십에 관한 기사가 쏟아졌다.

▲ (자료사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3월 29일 중국 하이난에서 개최된 보아오포럼(bfa) 참석을 마치고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는 모습. ⓒ뉴시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특이한 점이 목격된다. 바로 언론의 보도태도다. 종합지와 경제지, 방송사와 신문사, 진보와 보수 성향의 매체를 막론하고 대부분 비슷한 톤의 기사를 내보낸 것. 이는 기사 제목들만 봐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국민일보  [이건희 회장 공백 1년…변신하는 이재용 부회장] 실적 챙기고 광폭 행보 ‘삼성의 대표 아이콘으로’
조선일보  발넓고 발빠른 JY스타일…당분간 회장 승진 안한다
TV조선  [회장님 회장님] 이재용 삼성 1년…전용기 안 타고 조용한 카리스마
한겨레  삼성 내부에서 본 이재용 리더십
연합뉴스  <한주간 재계이슈> 이건희 회장 공백 속 ‘이재용 리더십’ 주목
한국일보  소통의 이재용…삼성은 체질개선 중
서울신문  이건희 회장 입원 이후…이재용의 1년
매일경제  돋보인 ‘JY리더십’…글로벌·실용주의·현장경영·소통
경향신문  [이건희 회장 와병 1년] ‘이재용의 삼성’ 연착륙…과제는 미래 먹거리 찾기
아시아경제  [이건희 와병 1년②]베트남의 ‘배틀男’…이재용의 대진격
KBS  이건희 회장 ‘공백 1년’..이재용 체제 안착하나
머니투데이  이건희 회장의 플랜…이재용 부회장의 실행 1년 성공적

<조선일보>의 경우 ‘발넓고 발빠른 JY스타일…당분간 회장 승진 안한다’(5월 4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삼성과 재계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 “명실상부한 ‘글로벌 삼성’으로 새 DNA가 형성되고 있는 게 돋보인다”며 이재용 부회장 체제 1년을 평가했다.

그러면서 “영어와 일본어에 능통한 이재용 부회장이 국내외 정치·경제 거물(巨物)들을 능동적으로 만나 비즈니스 네트워킹을 강화한 게 대표적인 사례”라며 “이건희 회장이 사실상 ‘은둔 경영’을 고수해 온 것과 반대로 이 부회장의 최근 1년 행보는 글로벌과 개방(開放), 공유(共有) 3가지로 압축된다”는 전문가 견해를 덧붙였다.

<한겨레>는 ‘삼성 내부에서 본 이재용 리더십’(5월 7일)이란 기사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 경영에 결정적으로 개입한다는 것은 삼성 안에서 두루 인정한다”며 “삼성 쪽은 이를 이건희 회장 체제의 특징인 ‘오너 리더십과 전문경영인 체제의 조화’의 연장선상에서 설명한다”고 전했다.

이어 “(갤럭시S6·엣지를) 메탈 케이스로 전환하고 이를 위해 1억원짜리 기계 2만대를 일본에서 들여오는 2조원대 투자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결심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삼성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실으며, “이 회장의 공백 상태에서 대규모 투자나 큰 변화에 이 부회장의 결정이 아주 중요하다”고도 언급했다.

한겨레는 같은 기사에서“일련의 변화에 “계열사 매각과 사람을 자르는 게 이재용 경영 방식이냐”라는 불만도 나온다”는 상반된 시각도 담았지만 대체로 호의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경향신문> 역시 ‘‘이재용의 삼성 연착륙…과제는 미래 먹거리 찾기’ 기사에서 “‘시스템의 삼성’이라는 그간의 평가에 걸맞게 위기관리 능력을 발휘했다. 검증되지 않은 경영자라는 꼬리표로 우려를 낳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그룹 전면에서 ‘뉴삼성’을 이끄는 리더십을 선보였다는 평가도 나온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KBS>는 ‘이건희 회장 ‘공백 1년’..이재용 체제 안착하나’(5월 10일)란 제목의 뉴스 리포팅에서 “반도체가 잘 버텨주고 스마트폰도 세계 1위로 부활하면서 이재용 체제에 대한 우려는 일단 안도감으로 바뀌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또한 “나라 안에선 수익성이 낮은 4개 계열사의 매각과 사상 최대 규모의 반도체 투자라는 굵직한 선택이 이뤄졌다”면서 “밖으로는 사물인터넷 등 신사업 분야에서 해외 기업들을 잇따라 인수했고, 골칫거리였던 애플과의 특허 분쟁을 풀어낸 것도 성과로 꼽힌다”고 덧붙였다.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해도 국내 대다수 언론이 이건희 회장의 부재를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과 연결 지어 호의적으로 바라봤다.

물론 이 부회장은 지난 1년간 기업 인수·합병 및 매각을 통해 과감한 선택과 집중을 보였다. 스마트폰 판매량 부진은 갤럭시S6·S6엣지로 털어냈다는 평가도 이끌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리더십’에 대해 이견(異見)이 없다는 사실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특정 사안에 대해 감시와 비판, 견제하는 언론의 속성이 삼성의 지난 1년을 돌아보는 과정에선 왜 실종되다시피 한 것일까?

이에 대해 언론계의 한 중견 인사는 매체 광고시장의 어려움을 큰 이유로 꼽았다. 그는 “삼성 관련해 그간엔 지나칠 정도로 매서운 잣대를 댔던 진보 (성향의) 매체들도 우호적인 기사가 많다”며 “매체 광고시장이 어려운 건 누구나 다 알고 있지 않느냐. 최대 광고주인 삼성의 눈치를 (언론이) 알아서 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언론계 또다른 관계자는 “아직까지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보면서 “(이 부회장이) 잘 한 것도 분명 있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있는 상황에서 언론들의 보도행태는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