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할 수 없는 설명충, ‘스피드웨건’
미워할 수 없는 설명충, ‘스피드웨건’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5.05.13 10: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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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댓글로 시선끌고 큐레이션 콘텐츠로 인기몰이…페북 스타 반열

[더피알=안선혜 기자] 페이스북에 혜성처럼 등장해 기사 링크마다 요약 댓글을 달던 ‘참견왕 스피드웨건’이 요즘 핫한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누리꾼들이 그렇게나 싫어한다는 ‘설명충(지루하게 설명을 늘어놓는 사람을 비하하는 말)’으로 분류되지만, ‘쿨내(쿨한 냄새)’ 풍기는 독특한 말투와 일본 유명 만화 캐릭터를 차용해 ‘예스잼(재미있다는 의미의 인터넷식 표현)’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차별된다.

스피드웨건은 일본 만화 <죠죠의 기묘한 모험>에 등장하는 캐릭터로, 여러 상황에서 주인공을 대신해서 설명해주는 역할로 인기를 얻었다.

 

▲ 일본 만화 <죠죠의 기묘한 모험>에 등장하는 스피드웨건. 누리꾼들이 어떤 게시글에 대한 설명을 댓글로 달 때 이 캐릭터 이미지를 함께 사용하곤 한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는 스피드웨건 역시 이 이미지를 사용해 기사 댓글을 달았다.

오픈한 지 4일 되는 그의 페이스북 페이지는 벌써 팬수 4만4000명을 넘어섰다. 누리꾼들은 “고마워요 스피드웨건”이라며 열광한다.

하지만 일부 인터넷 매체들 사이에선 그의 존재가 달갑지 않게 받아들여진다. 실제 참견왕 스피드웨건이 활동을 시작한지 하루 만에 <인사이트>를 비롯해 <위키트리> 등은 자사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그를 차단시켰다.

지난 10일 위키트리가 밝힌 바에 따르면 누리꾼(독자)이 뉴스를 직접 보지 않고도 해당 기사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한 그의 댓글은 매체 입장에선 골칫거리로 작용했다. 광고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이들 매체에게 스피드웨건의 댓글은 자사 사이트로의 독자 유입을 막는 하나의 장애물이었던 셈이다.

이렇듯 일부에선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지만 의외로 그의 참견을 원하는 곳도 많다. 점심에 카레를 먹겠다는 스피드웨건의 포스팅에 청정원은 그의 설명충 말투를 따라하며 자사 카레 상품을 홍보하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네이버 폴라(관심사 기반 SNS) 역시 자사 페이스북에서 한 이용자가 주류계의 허니버터칩으로 떠오른 소주 ‘순하리’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며 스피드웨건에게 SOS를 보내자 스피드웨건을 소환했다. 폴라 페북 운영자와 스피드웨건은 댓글로 한바탕 사담을 나누며 큰 웃음을 안겼다.

그밖에도 치킨업체, 농산물업체 등에서도 자발적으로 스피드웨건의 참견을 갈구하며 그의 말투를 따라 하기에 나섰다.

▲ 사진출처: 스피드웨건 페이스북 페이지

이 참견왕은 최근 또 다른 참견거리를 찾아 나섰다. 포털 사이트에 오른 인기 검색어를 간단히 설명해주는 콘텐츠를 최근 페이스북에 올리기 시작한 것.

일명 ‘스피드웨건이 알려주는 세상의 흐름’이다. 검색어 설명 순위 가운데는 간간이 자신의 개인적 취향을 넣어 웃음을 안기기도 한다. 카레 덕후(일명 오타쿠) 풍모답게 “오늘 저녁=카레”라거나 “페이스북 스타 최마리님이 스피드웨건을 구독”했다는 등의 소식들이다.

최마리(페이스북 스타 페이지) 구독을 기념하는 뜻에서 다소 엉뚱하게 ‘최마리’로 삼행시를 짓기도. 이 이벤트 게시글에는 본인이 직접 ‘최고라네. 마시따네. 리(이)것은 오뚜기카레’라며 청정원을 도발하는 댓글을 달았다.

앞서 청정원이 댓글을 통해 자사 제품 홍보를 한 것에 대한 소심한 복수였지만, 동시에 청정원 측의 ‘댓글 도발’이 재미와 마케팅 두 가지를 모두 잡은 참견이었다며 쿨한 칭찬을 보낸다.

이러듯 스피드웨건이 SNS 상에서 재미있는 이슈를 만들어내며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지만 미디어 입장에서는 여전히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스피드웨건을 차단한 인사이트와 위키트리의 경우 콘텐츠 큐레이션 명목으로 단발적으로 소비되는 뉴스를 생산하는 매체들이다. 독자들이 모인 공간(페이스북 등 SNS)을 찾아가서 다양한 뉴스거리를 제공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일반 대중들은 이마저도 귀찮아서 직접 사이트에 들어가서 읽기보다는 짧게 정리를 해주는 서비스를 원한다는 측면에서다.

설명충 캐릭터에 심취한 까닭에 급작스레 기자 역시 설명충 본능에 눈을 떴으나, 다시 본 기획에 충실해 런던 빈민가에서부터 따라와 뜬금포 참견을 하는 스피드웨건과 주고받은 인터뷰를 소개한다.

▲ 스피드웨건에게 팬이 선물한 이미지.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남성, 25살. 이름은 말할 수 없네. 꿈이 있어서 학교를 휴학하고 청년 창업 프로젝트에 참가했는데 지금은 개인적인 일을 하고 있다네. 전공은 생명과학이지만 의류업계 쪽에서 일을 하고 있다네. 적어도 졸업하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건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네.

페이지를 오픈한 지 일주일도 안 돼 벌써 팬수 4만을 넘었네. 이런 인기를 예상했나.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 돈을 쓰지도 않고 이렇게 된다는 게 나도 놀랍군.

페이지는 개인이 혼자 운영하는 것인가.
만든 지 이제 4일(12일 기준)째라네. 누군가와 함께 하기에는 짧은 시간인 것 같군. 페이스북의 힘은 기업들이 눈을 돌리기 전부터 느꼈다네. 2013년에도 다른 페이지를 운영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네. 그때 내가 올린 게시글이 히트를 쳐서 약 140만명의 사람이 봤다네. 나는 거기에 흥미를 느꼈다네.

스피드웨건 페이지를 운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적어도 페이지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페이지를 키우는 일에 흥미가 있을 것이네. 금전적인 가치로 따져도 무시할 수 없네. 나는 이 스피드웨건이라는 캐릭터에서 사람들에게 충분히 사랑받을 가능성을 보고 시도해봤네. 다른 의미 없는 댓글보다는 정보성을 지니는 글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네.
다른 이용자와 함께 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네. 내가 댓글을 달면 그 안에 댓글로 고마워요 스피드웨건이라고 외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보네.

사랑받아서 무엇에 쓰려고 그러나.
아직은 뚜렷이 결정된 건 없네. 분명한건 여러 방향으로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네!

그 여러 방향 가운데 몇 가지만 이야기 해줄 수는 없겠나.
마케팅적인 부분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네. 하지만 사람들이 불쾌해하지 않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네. 대표적으로 청정원 정도로 볼 수 있겠네. 재미와 마케팅 두 가지를 잡았다고 본다네.

하지만 최마리 삼행시를 보면 청정원이 섭섭해 할 것 같네.
오뚜기 카레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네. 장난이라네. 나는 뭐든 다 좋네.

▲ 청정원이 올렸던 카레여왕 홍보 댓글을 스피드웨건이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다시 한 번 언급하고 있다.

인사이트와 위키트리가 본인을 차단시킨 이유를 무엇이라 생각하나.
할 말이 많네. 당연한 조치라고는 생각하네. 다만 기사요약은 활동 극초기에만 했고, 그 이후에는 기사와 관련 없는 댓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네. 기사와 내 댓글을 한번이라도 읽어봤다면 내 입장을 이해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네.
몇몇 사람들은 내가 기사요약을 했기 때문에 차단당했다고 하는데 내 생각에는 댓글에서 많은 사람들이 스피드웨건을 찾아 댓글의 순기능을 막았기 때문에 그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나 싶네. 그게 아니라면 당장 차단을 시켰어야 맞다고 보네. 다만 내가 사라진다 해도 분명한 건 기사를 설명해주는 사람이 있고, 의미 없는 사진으로 도배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거네.
적어도 내가 댓글을 달면서 사람들에게 논란의 여지를 주는 일과 불쾌감을 주는 행위는 일체 하지 않았고 최대한 중립적인 부분에서 이야기 했다네.

다른 많은 언론사가 있는데 왜 위키트리와 인사이트를 선택했었나.
일단 아무리 좋은 페이지라고 해도 사람들이 없으면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네. 4만이라는 숫자가 얼마나 큰지 직접 페이지를 운영해보면 느낄 수 있을 것이네.
위키트리와 인사이트에 수많은 구독자들이 있는 것도 한몫했고, 내가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기 때문에 그곳을 선택했네. 많은 언론사들이 있었지만 유독 두 곳의 댓글이 활발하더군.

굉장히 장문의 댓글을 달았는데도 사람들이 좋아하니 신기할 따름이네. 인기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내가 기사를 봤을 때 내가 궁금한 게 뭔지에 초점을 두고 그 내용을 찾아 적었네. 내가 궁금하면 다른 사람들도 궁금해 할 것이라고 생각했네.

그럼 사람들의 궁금증을 풀어준 것이 인기의 요인이라 보는 건가.
솔직하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네. 정말 내가 쓴 글을 읽어 준건지 아니면 그저 스피드웨건이라는 캐릭터에 열광하는 건지. 분명한 건 스피드웨건 캐릭터의 힘이 컸네.

기사에 댓글 다는 활동을 이제 못하게 됐는데, 그럼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기사에 댓글 다는 일이 솔직히 혼자서 하기엔 여간 힘든 게 아니라네. 차라리 차단시켜줘서 고맙다고 할 정도네. 이젠 내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어 활동하려고 하네.

어떤 콘텐츠를 만들건가.
설명충의 콘셉트를 그대로 살리고 정보성을 지니며 사람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해 봤다네. 그게 인기검색어 설명이라네.

하루에 몇 번 정도 참견글을 올리나.
내키는 대로 올린다네. 보통 아침과 저녁, 늦은 저녁. 인기검색어라는 게 순간순간 변하지 않아 어느 정도 변화가 있을 때 올린다네. 중복자료라면 싫어할 거라고 본다네.

혹시 온라인 마케팅이나 PR 분야에서 공부를 했었나.
내가 관심 있는 분야는 의류, 마케팅, 심리 3가지라네. 그래서 의류는 패션페이지, 심리는 상담을 위한 상담페이지를 만들었다네. 공부는 따로 해본적은 없고 마케팅 강의 듣는 건 좋아한다네.
온라인은 익명성이라는 단점도 있지만 장점도 있다고 생각하네. 자기를 모르는 사람이 고민을 들어주고 같이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만든 고민상담페이지와 내 의류업종과 관련된 패션페이지가 있다네.

페이지를 운영할 때 주의하는 점이 있나.
나는 평소에도 욕을 안 하고 인터넷 상에서는 더욱 주의한다네.

바람직한 청년일세. 준비하고 있는 일도 건승하길 바라겠네.
알겠네. 나에 대해서 쓸게 뭐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도움이 됐으면 좋겠군. 그럼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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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1-04-18 12:14:00
스피드 웨건이 아니라 왜건이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