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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시대, ‘내부자산’에 집중하라[헬스커뮤니케이션닥터] ‘경험’으로 차별화해야
  • 김동석 엔자임 헬스 대표
  • 승인 2015.05.1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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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김동석] 헬스커뮤니케이션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지 벌써 20여년이 다 되어간다. 가장 보수적인 분야 중 하나인 헬스케어 시장도 세월의 무게는 어쩔 수 없는 지 크고 작은 변화가 한창이다.

헬스케어는 크게 세 단계를 거치며 발전해왔다. 천연두를 예방할 수 있는 인두접종법의 보급으로 국가 주도의 ‘공중보건 시대’가 시작됐고, 페니실린의 발견으로 제약사와 병원이 주도하는 ‘치료 시대’가 열렸다. 2001년 인간지놈프로젝트로 인간의 유전자 지도가 공개된 이후 우리는 현재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을 넘어 ‘건강수명 시대’를 살고 있다.

   

이처럼 헬스케어의 변화와 혁신은 의료기술이 주도해왔다. 하지만 현재 헬스케어 산업의 혁신은 의료기술이 아닌 스마트폰과 같은 정보통신 기술에 의해 실현된다. 스마트폰은 의사가 독점해 왔던 질병 진단의 상당 부분과 일부 치료 부분을 대체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보급은 헬스커뮤니케이션, 헬스케어 마케팅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핵심은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개인이 모두 미디어가 되는 시대’가 열렸다는 점이다.

그럴 듯한 홍보와 광고로 병원에 환자를 불러들인다고 해도 현장에서 약속했던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실망한 환자가 미디어가 돼 부정적 입소문을 확산시키는 네트워크 구조다. 물론 그 반대로 긍정적 입소문의 빠른 확산도 가능해졌다.

잠재(신규) 고객보다 기존(현재) 고객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까다로운 잠재 고객들을 병원에 부르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러나 이미 병원을 찾은 고객들(훌륭한 미디어)에게 진실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만족한 고객은 자발적으로 병원의 마케터이자 미디어가 돼 본인의 네트워크에 입소문을 내며 잠재고객까지 병원으로 불러모으는 것이다. 기존의 병원 고객 한 명 한 명은 매일매일 우리 병원과 회사를 홍보해 주기 위해, 혹은 흠집 내기 위해 찾아오는 방송국이자 신문사인 셈이다.

고객보다 중요한 것은 ‘직원’

기존 고객보다 더 중요한 마케팅 타깃이자 내부 자산은 다름 아닌 ‘직원’이다. 조직문화를 혁신하기 위한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대상이 아닌, 그야말로 돈벌이를 위한 마케팅에서조차 내부고객인 직원이 중요해졌다.

병원은 대표적인 서비스 산업이다. 제품이 소비자와 최종 접점이 되는 제조업과는 달리, 서비스업은 사람(직원)이 소비자와의 최종 접점이다. 병원, 즉 회사는 고객에게 무언가를 약속한다. 하지만 그 약속을 전달하는 서비스의 주체는 병원이 아닌 직원이다. 병원 경영진의 의지와 약속과는 달리 직원들이 환자와의 접점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환자 제일주의’라는 고객을 향한 병원의 약속은 공허한 울림이 될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의 발달로 직원들이 외부와 의사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이 생겼다는 것 역시 내부 고객을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마케팅 타깃에 두고 생각해야 함을 의미한다. 모든 고객이 미디어인 것처럼 모든 직원이 미디어인 셈이다. 회사에 충성도가 높은 내부 직원의 말 한마디는 어떤 훌륭한 고객의 코멘트보다도 강력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내부 고객인 사람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제품처럼 일률적일 수 없고 교육으로도 완벽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서비스 교육에 앞서 직원들에게 직업적 가치(Value)를 인식 시키는 것이 어느 산업 군보다 중요하다.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한 근본적 가치(세상을 건강하게 하는 일)를 알고 일하는 직원들이야말로 환자들에게 지속 가능한 진정한 의미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최근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 병원에서 ‘환자 경험 디자인(Patients Experience Design)’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은 이 같은 환경변화와 맥을 같이 한다.

   
▲ 소아암환자들의 치료 의지를 북돋우는 ‘SUPERFORMULA TO FIGHT CANCER’ 캠페인. 베트맨 등 만화영화에 등장하는 슈퍼히어로의 모습을 링거에 박스 형태로 덧씌우거나 슈퍼히어로가 암세포와 싸우는 만화영상을 제작해 어린 환자들이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의료영역 역시 정보의 유통이 용이해지면서 기술(Technology)의 독점권을 오래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이는 의료 기술 외에 또 다른 차별화 요소를 찾아야 하는 과제를 던져준다. 경험은 기술보다 종합적인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기술보다 모방이 쉽지 않다. 또한 경험은 기술보다 다양성을 가지고 있어 잠재된 가치의 종류가 무한하며 새롭게 발굴될 가능성 역시 크다.

환자는 모든 소비자 중에서 가장 까다로운 소비자다. 아픈 상태라는 최악의 조건에서 서비스를 받기 때문이다. 입원 등 보통은 서비스를 경험하는 기간이 길다. 심지어 몇 년의 시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경험하기도 한다. 어느 산업 군보다 환자의 경험관리가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이 진행하고 있는 HUSH(Help Us Supporting Healing) 캠페인은 환자 경험 관리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병원에 입원했을 때를 상상해 보자. 환자는 밤늦은 시간에도 주사 및 링거 교체 등으로 뒤척이기 일쑤다. 잠에서 깨기도 전에 의사의 아침 회진 준비를 위해 레지던트와 간호사의 사전 점검이 이어진다. 각종 검사를 위해 이른 아침부터 환자들은 아픈 몸을 이끌고 검사실 앞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병원은 환자들에게 육체적·정신적으로 불편한 공간이고, 다시는 오고 싶지 않다는 경험을 제공해 준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환자들의 이런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환자들이 방해 받지 않고 충분히 잠을 잘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취침 시간에 간호사가 병실을 방문할 때는 불을 켜지 않고 랜턴을 활용해 불빛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고, 각종 진단도 이른 아침을 피함으로써 환자들에게 충분한 수면을 제공했다. 그 결과 환자들에게 병원에 대한 긍정적 경험을 선사했을 뿐만 아니라, 치료기간과 입원기간을 의미 있게 단축시키는 실질적 치료 효과를 거뒀다.

브라질의 A.C.Camargo암센터는 어린이 암환자들의 치료 의지를 높이기 위해 ‘슈퍼포뮬러 투 파이트 캔슬(SUPERFORMULA TO FIGHT CANCER)’ 캠페인을 진행했다.

베트맨 등 만화영화에 등장하는 슈퍼히어로의 모습을 링거에 박스 형태로 덧씌우거나 슈퍼히어로가 암세포와 싸우는 만화영상을 제작해 어린 환자들이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암 치료에 있어 환자 자신의 치료 의지가 치료 효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점을 알게 하고, 고통의 경험일 수밖에 없는 암 치료의 과정에 즐거운 경험을 선사해 준 것이다.

환자 치료하는 디자인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병원별로 다양한 이름의 ‘환자 경험 디자인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병원 내 감염의 온상인 의사들의 긴 넥타이를 보우타이(나비넥타이)로 바꾸는가하면, 수많은 약을 챙겨 먹어야 하는 고령의 만성질환자들을 위해 날짜를 잊지 않게 하는 약 꾸러미를 디자인해서 선보이기도 했다.

   
▲ 한 눈에 360도에서 환자의 상태를 살필 수 있도록 한 응급실 개선 서비스 디자인.
엔자임헬스와 서울과학기술대학교는 보건복지부의 용역을 받아 복잡한 응급실에서 환자를 효율적으로 관찰하고 서비스하기 위해 기존의 일자형이 아닌, 중앙에 의료진 데스크를 두고 둥글게 환자 병상을 배치해 한 눈에 360도에서 환자의 상태를 살필 수 있는 서비스 개선 디자인을 기획하기도 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현재까지 국내의 환자 경험 디자인은 커뮤니케이션적인 접근이라기보다 주로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이 주도하는 효과적인 병원 설계에 가깝다는 점이다. 이는 헬스커뮤니케이터들이 분발해야 할 지점이다.

온∙오프라인할 것 없이 요즘 병원은 상업적 광고와 홍보 문구로 가득하다. 병원의 장점을 알리는 마케팅이 활발해 질수록 역설적으로 병원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은 차가워지고 있다. 마케팅 전략의 핵심이 ‘차별화’라고 할 때 스마트폰이 가져다 준 변화를 통해 병원의 근본가치에 집중하고, 내실을 다지며 여느 병원들과는 다른 길을 가는 병원이 있다면 오히려 승산이 있다.

좋은 제품은 어떤 마케팅보다 앞선다. 결국 좋은 제품은 소비자가 먼저 알아보고 인정해 준다는 어느 기업의 신념처럼 내부 자산과 병원의 근본 가치에 집중하는 병원은 과장된 마케팅으로 환자를 불러 모으는 병원보다 더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감출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어진 개인 미디어 시대가 건강한 마케팅을 하며 의료의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병원에게 가져다 준 소중한 선물이다.

   

 

김동석

헬스커뮤니케이션 전문회사 엔자임 헬스(Enzaim Health) 대표

 

 

김동석 엔자임 헬스 대표  thepr@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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