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통화 무제한 시대의 허와 실
음성통화 무제한 시대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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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5.2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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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이슈] 데이터 중심 요금제 속속, 통신비 절감 효과 얼마나?

[더피알]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5월에 일제히 음성통화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내놓았다. (관련기사: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이통3사 구도 달라질까)

데이터 중심 요금제란 말 그대로 무선인터넷 데이터 위주로 요금을 받는다는 뜻이다. 즉, 음성통화는 월 기본료 외에 아무리 많이 사용해도 추가 요금을 받지 않는다. 휴대폰에서 음성통화 무제한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음성통화 뿐 아니라 문자메시지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 이동통신 3사가 지난 5월, 음성통화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일제히 내놓았다. ⓒ뉴시스

그동안 휴대폰 하면 당연히 통화품질을 강조해 온 만큼 음성통화에 대해 추가 요금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파격이다. 그렇기에 이동통신 3사가 이 요금제를 선보이자 가입자들이 폭발적으로 몰려들었다.

지난 8일 가장 먼저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내놓은 KT는 20일까지 가입자가 25만명을 넘어섰고, LG유플러스 역시 15일 출시한 이 요금제 가입자가 6일 만에 10만명을 넘었다. SK텔레콤 역시 요금제 출시 첫 날인 20일 15만명을 돌파했다. 이는 SK텔레콤 사상 요금제 출시 첫 날 끌어 모은 최다 가입자 기록이기도 하다.

이동통신 3사는 음성통화나 문자메시지 요금을 추가로 받지 않는 만큼 가입자들 입장에서는 그만큼 통신비 절감 효과를 볼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 도입으로 고가 요금제를 썼던 가입자들이 직접적인 혜택을 봐 연간 최대 7000억원의 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지만 모든 가입자가 똑같이 통신비 절감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이용 행태의 따라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통신비를 절약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여기에 바로 데이터 중심 요금제의 함정이 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의 함정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무선인터넷, 즉 데이터보다 음성통화를 많이 이용하는 가입자들에게 유리하다. 오히려 데이터를 많이 이용하는 가입자들은 굳이 이 요금제로 변경하지 않아도 된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의 기존 ‘전 국민 무한 85’ 요금제는 2년 약정 가입으로 2만원씩 할인 받아 실제 내는 금액은 월 6만5000원이다. 그런데 이번에 데이터 요금제는 약정 할인을 없애 버렸다. 따라서 85요금제에서 제공하는 12기가(GB)와 비슷한 데이터 용량의 새로운 61요금제를 선택할 경우 차이가 크지 않다. 61요금제는 기본료 월 6만1000원에 85요금제와 비슷한 용량의 데이터 11기가를 제공한다.

▲ 데이터 요금제 전환을 유도하는 치열한 마케팅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사진: 이통3사가 선보이는 광고의 한 장면.
그래서 미래창조과학부도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음성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무제한 음성 통화를 제공하던 기존 5만1000원에서 2만9900원으로 인하됐다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무선 데이터 사용량은 적지만 음성통화가 많아 불필요하게 비싼 요금을 내던 영업사원, 대리기사, 콜센터 개인 상담원, 주부 및 중장년층 등 약 300만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요금이 증가할 수도 있다. 이전보다 100원이라도 비싼 데이터 요금제로 바꾼 KT 가입자들을 살펴보면 1인당 월 5900원 정도 부담이 늘었다. 일부 이용자들에게는 오히려 요금제 변경이 불리하다는 뜻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3사의 데이터 요금제는 보통 데이터 1GB 당 월 요금이 5000원씩 증가하는데 가령 월 평균 데이터 2.5GB를 소비하는 이용자에게는 이 구조의 요금제가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동통신 3사가 홍보하는 요금제에는 부가가치세가 빠졌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2만9900원 요금제부터 음성통화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부가세 10%를 더하면 실제 가입자가 다달이 내야 하는 돈은 3만2890원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무턱대고 요금제를 바꿀 것이 아니라 과연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꼭 바꿔야 하는 지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 같은 데이터 중심 요금제라도 이동통신업체별로 특징이 약간씩 다르기 때문에 가입자의 이용 행태에 맞춰서 선택해야 한다.

불붙는 이통사 마케팅 경쟁

이동통신업계에서는 유선전화와 통화를 많이 하면 SK텔레콤, 매달 데이터 이용량이 달라지면 KT, 모바일 인터넷(IP)TV를 많이 보면 LG유플러스를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고 분석한다. SK텔레콤은 2만원대 최저 요금제부터 유·무선 모두 무제한 통화를 제공한다. 반면 KT는 5만9900원부터 유선전화와 휴대폰 모두 무제한으로 통화할 수 있고, LG유플러스는 휴대폰 통화만 무제한 쓸 수 있다.

KT는 3사 중 유일하게 남은 데이터를 다음 달로 넘기거나 다음 달 데이터를 미리 당겨쓸 수 있는 ‘밀당’ 서비스을 기본 제공해 데이터를 융통성 있게 이용할 수 있다. 아울러 LG유플러스는 동영상을 많이 시청하는 젊은층을 겨냥한 동영상 데이터 요금제를 따로 운영 중이다.

그러나 기존 요금제 내에서 음성통화와 무선데이터를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면 굳이 요금제를 바꾸지 않는 게 오히려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월 기본료 안에서 제공하는 음성통화와 무선인터넷 제공량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약정 할인 등이 적용되지 않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옮길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이동통신 3사들의 요금제 경쟁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특히 데이터 요금제 전환을 유도하는 마케팅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관련기사: 불붙은 이통3사 ‘요금경쟁’, 마케팅 차별화는 어떻게?) 이를 감안해 통신사들도 잇따라 데이터 이용을 촉진하는 서비스를 내놓고 데이터 요금제 전환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KT는 원하는 시간대만 골라 데이터를 무제한 쓸 수 있는 ‘마이 타임 플랜’ 등 부가 서비스를 6월에 내놓을 예정이고, 다른 통신사들도 비슷한 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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