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실패공식④ 커뮤니케이션에 ‘전략’이 없다
위기관리 실패공식④ 커뮤니케이션에 ‘전략’이 없다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15.06.03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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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불만 끄지 말고 화재 원인을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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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실패공식① 커뮤니케이션하지 않는다
위기관리 실패공식② 타이밍을 놓친다
위기관리 실패공식③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않는다

[더피알=정용민] 위기가 발생하면 여기저기에서 ‘위기관리 전략’이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근데 막상 그 전략이라는 걸 들어보면 위기 상황을 넘기기 위한 어떤 이벤트나 술수를 지칭하는 경우들이 흔하다.

‘회장님’이 사고 현장으로 날아가 고개를 숙였다는 것을 위기관리 전략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행동에서 위기관리 전략은 “왜 회장이 현장으로 몸소 빨리 날아가야만 했는가? 왜 자신이 직접 고개를 숙여 사과해야 했는가?”에 관련된 것이다.


“그 회장님의 전략은 무엇이었을까?”라고 했을 때, 단순히 고개를 숙이는 것이 전략이라기보다는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빨리 보여주어야 하겠다”는 것이 회장님의 전략이라 이야기 하는 게 맞다.

문제는 위기 상황에서 해당 위기를 타개할 전략이 없거나 부실할 때 발생한다. 일단 상황이 닥치면 위기관리 매니저들은 어떻게든 불만 끄려 한다. 불이 난 근본 원인들은 웬만해서는 보지 못한다. 불을 만든 요인까지는 관리 불가능하다고 아예 포기하기도 한다.

기업 위기 발생 시에는 기업이 스스로 정확하게 여론을 읽고, 최고의사결정자(VIP)에게 그 여론의 청사진을 그대로 전달해 전략적인 기조를 형성하는 것이 급선무다. VIP께서 충분히 여론을 읽고 계시다 추측해서도 안 된다.

VIP 주변에는 알게 모르게 조언을 하고 자의적 상황 해석을 고하는 여러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물론 종합적으로 상황 및 여론분석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면도 있지만, 부정적인 위기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자신에게 긍정적이거나 낙관적인 조언을 하는 사람들을 따르게 된다(일부 로펌 시니어 변호사들이 이를 잘 활용한다).

여론은 들끓어 금세 냄비 바깥으로 거품을 쏟아내려 하고 있는데, 누군가 VIP 귀에 대고 이런 말을 하는 거다.

“회장님, 사실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서 법정에서 시시비비가 다 가려질 겁니다. 아마 그때에는 만천하가 회장님이 옳으셨다는 걸 다 알게 되겠죠. 대담하게 마음 가지시고 담담하게 상황을 지켜보시지요.” 이 얼마나 달콤한 이야기인가?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얼마나 고맙겠나?

반대로 “회장님, 저희가 예상하고 또 많은 언론 데스크들이 조언하는 바에 따르면 오늘이라도 당장 회장님께서 직접 언론을 불러 사과 기자회견을 하셔야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규제기관을 중심으로 한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상당히 부정적 자세로 돌아 설 것 같습니다. NGO 고발도 예상되고 있습니다.” 얼마나 짜증나는 조언인가? 다 인지상정이다. 전략은 이 양자 간 선택의 문제다.

언론 대응은 홍보부서 소관?

최근에는 온라인과 대표적인 SNS들을 읽고 분석해 여론의 향배를 점치는 기업들도 많아졌다. 그 점에서 온라인과 SNS는 참 고마운 대상이다.

물론 온라인과 SNS만 의지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전통 언론들도 분석하고 소비자 접점에서 리스닝도 한다. 각종 전문가들과 관련 이해관계자들을 만나 의견도 청취하면서 최대한 정확하게 여론을 읽으려 한다. 이 모든 노력이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것이다.

위기 발생 시 커뮤니케이션에서 상당한 문제점들을 나타내는 기업들도 많다. CEO나 임원들을 만나보면 “언론 대응은 홍보실 소관”이라 한다. 자기는 모르겠다면서 신경 쓰지 않는 임원들도 많다. 자신과 자기 부서에게 맡겨진 역할과 책임이 아니라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위기가 발생 했을 때 조직 전반에 걸쳐 어떤 시스템을 가지고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가는 임직원들 모두가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전략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평소 홍보실에게 언론 대응을 전가하는 가이드라인에만 익숙한 임원들의 상당수가 실제 언론과 접촉하면 많이 무너진다. 적극적으로 접근해 오고, 기술적으로 취재하는 언론이 자신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왜 해외 글로벌 기업들이 임원들과 중요 직책자들에게 미디어트레이닝을 시킬까? 홍보실이 모든 언론 대응을 핸들링하는데 왜 귀중한 시간을 내어 미디어트레이닝을 받으며 힘들어 할까? 다 전략적인 목적이 있다.

한 번도 대규모 위기 상황을 경험해 보지 못한 CEO와 임원들도 있을 것이다. 한 회사에서 30년 근속해 임원이 됐는데도 돌아보면 별로 큰 사고나 이슈에 몇 번 휩싸여 본적이 없다. 근데 오늘 밤이라도 갑자기 큰 문제가 발생한다고 해보자.

개개인은 경험이 없다. 위기관리 전략을 세워야 하는 건 아는데 이상하게 깜짝 이벤트가 떠오른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짜려면 여러 고려들이 전제되고, 논리와 핵심 메시지들이 구성되어야 하는데 한 번이라도 해봤어야 알게 아닌가.

국내와 글로벌의 차이

그런 경험을 주기 위해 많은 기업들은 CEO와 임원들에게 아주 실질적인 위기대응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진행한다. 사실 그런 세션들은 교양이나 알아두면 좋은 정도의 학습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생존 연습이다.

국내 기업 CEO들과 글로벌 기업 CEO들(외국인)을 비교해 보면 위기관리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훈련 시간이나 경험치에 있어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그 차이가 벌써 위기 요인인 셈이다.

회사에 커뮤니케이션 창구는 일원화해 놓았는데 그 창구가 제대로 훈련 받지 못한 경우도 꽤 많다. TV보도들을 보면 하루에도 몇 명씩의 ‘커뮤니케이션 창구’가 우스꽝스러운 변명과 메시지로 시청자들을 재미있게 하고 공분하게 한다. 훈련되지 않아 제대로 이야기를 못하고, 정확한 메시지 대신에 자신의 애드리브나 생각을 언론에 발설하는 거다(홍보실 시니어 임원들도 이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기자들과 너무 친해서 메시징에 문제를 일으키는 많은 케이스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위기 상황에 개입하는 임원이나 관계자가 있는 경우도 있다. 특히나 초기 SNS(트위터가 대세를 이루던) 성장 시절에는 대단했었다. 대표가 직접 자신의 트위터로 위기에 개입해 싸우기도 하고, 임직원들이 자사의 위기를 놓고 온라인 공중들과 전면전을 벌이기도 했었다.

위기관리 전략은 사실 평소에는 상당히 고민해 만들어 놓은 가이드라인과 체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원보이스 전략, 창구 일원화 전략, 멀티 대변인 전략, 워룸(war room)을 기본으로 한 신속히 마주 앉기 전략, 성실 정확 보고 공유 전략, 위기관리 매니저 활용 전략, 1시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룰, 관제탑 전략, 보험 및 대비 예산 확보 전략… 지금이라도 위기가 발생하면 바로 실행 가능하도록 미리 갖추어 마련해 놓은 체계들을 말한다.

아무 체계나 가이드라인 없어도 전략적일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희망은 그 자체로도 위험하다. 기업 위기관리 역시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라고 할까? 다음은 기업이 위기 시 전략 없이 아무렇게나 커뮤니케이션 하는 대체적인 이유들이다.

정확하게 여론을 읽는 데 실패해서
위기관리위원회가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하지 않아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개념이 내부에 존재조차 하지 않아서
훈련 받지 않은 창구들이 함부로 커뮤니케이션해서
경험 없거나 잘못된 경험을 기반으로 한 창구들이 커뮤니케이션해서
완벽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 팩을 기반으로 해서
정치적으로 개인적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상황에 개입해서
대 이해관계자 관리와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법적 고려가 부족해서
법정 논리만 가지고 싸우려 해서(나중에 변호사들은 여론의 법정 패배에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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