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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공포’, 땜질식 커뮤니케이션이 원인
‘메르스 공포’, 땜질식 커뮤니케이션이 원인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5.06.04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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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대비한 공중보건 위기 대응 시스템 필요

[더피알=문용필 기자] 대한민국이 ‘메르스 공포’에 휩싸였다. 중동호흡기증후군이라고 부르는 메르스(MERS) 확진 환자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격리대상이 1000명을 훌쩍 넘기면서 메르스 감염에 대한 불안감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보건당국의 메르스 관련 대국민 커뮤니케이션은 국민적 불안감을 씻어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에 대비한 위기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마련과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결국 ‘신뢰’의 문제라는 이야기다.

보건당국의 오락가락 커뮤니케이션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국내 첫 메르스 환자 발생사실을 발표한 것은 지난달 20일. 당시 질병관리본부는 “의료진을 포함해 감염 가능성이 있는 접촉자를 대상으로 조사 중에 있으며 유입이 의심되는 국가에 대해서도 전수 검역을 즉각 시행해 일반 국민들에게는 전파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같은달 25일에는 ‘Q&A’ 형식으로 메르스에 대한 안내자료를 배포했다. 해당 자료에서 질병관리본부는 “자가격리만으로도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면서 “환자가 이미 거쳐 간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것으로 감염될 가능성은 없다”고 전했다.

▲ 마스크를 쓴 시민들. ⓒ뉴시스

하지만 보건당국의 희망 섞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확진자는 계속 늘어났다. 불과 일주일만에 감염자는 18명(6월 1일)까지 늘어났다.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이 지난달 29일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회의에서 “개미 한 마리라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자세로 하나하나 철저하게 대응하라”고 당부한지 불과 나흘만의 일이었다.

보건당국은 3차 감염자의 발생가능성도 낮게 봤지만 지난 1일 3차감염자가 발생함으로써 이는 ‘허언’이 돼 버렸다. 4일 오전 기준 메르스 확진환자는 총 35명에 달하고 이 중 2명이 사망했다. 자택 및 시설 격리자는 1360여명에 달한다.

국가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린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 과정에서 보인 보건당국의 ‘땜질식’ 커뮤니케이션은 국민들의 불신을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정부는 감염환자가 발생한 병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문형표 장관은 2일 브리핑을 통해 병원공개불가 입장을 나타내면서 “어떤 환자가 병원을 방문했다고 특정 병원에 가면 안된다는 것은 지나친 우려”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정서‧현실과 괴리된 ‘마이웨이’

하지만 국민들의 생각은 문 장관의 생각과 사뭇 달라 보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휴대전화+유선전화 RDD 자동응답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4.4%p)에 따르면, ‘병원과 지역을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82.6%에 달했다. 반면 ‘공개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은 13.4%에 그쳤다.

국민들의 불안감을 입증하듯 SNS와 모바일 메신저 등 온라인상에는 출처불명의 메르스 감염자 방문 병원 리스트가 떠돌고 있다. 그러자 해당 병원에 외래진료가 예정돼 있는 이들의 불안감 섞인 우려가 이어졌다. 예약을 취소해야 하느냐는 질문도 쏟아졌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강경하다. 보건당국은 “(메르스 관련) 미확인 정보 등은 전혀 사실과 관계없다”며 “의도적으로 퍼트리는 유언비어에 대해 수사를 통해 처벌하는 등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물론, 루머나 괴담은 당연히 차단해야 하겠지만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밖에 없는 대목. ‘메르스는 안 막고 국민들의 입을 막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정부의 이런 대국민 소통방식에 대해 헬스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메르스가 지난 2012년 발견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건당국이나 정부는 뾰족한 방법이 없을 수도 있지만 솔직하게 국민들의 편에서 정보를 가감 없이 알려주려는 자세가 돼 있다면 국민들이 이를 받아들일 수준은 된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유 교수는 “(정부는) 옛날식 사고로 정보를 선별해서 알리는 행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지만 국민들에게는 삶의 문제”라며 “보건당국이 말하는 것과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 보건당국이 내놓은 메르스 예방법 자료./사진:보건복지부 페이스북

정부의 메르스 환자 발생병원 공개 불가 입장과 관련해선 “정부가 인정하든 안하든 국민들은 어느 정도 병원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는 상태”라며 “국민들의 정보력 수준과 정부가 생각하는 차원은 눈높이가 분명 달라보인다”고 꼬집었다.

국내 현실과 괴리된 커뮤니케이션도 도마 위에 올랐다. 보건당국은 최근 인포그래픽 형식으로 알기 쉽게 설명한 ‘메르스 예방 자료’를 통해 낙타와의 밀접한 접촉을 피하고 멸균되지 않은 낙타유나 익히지 않은 낙타고기를 섭취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낙타가 흔한 중동지역 여행객을 위한 성격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사실상 국내에서 낙타고기나 낙타유를 구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인 셈이다. SNS상에는 “낙타 조심하라는 정부 덕분에 도로에 낙타가 한 마리도 없다” “낙타 바베큐 파티 하려고 했더니” “낙타고기 어디가면 구경할 수 있나요?” 등 네티즌들의 비아냥이 이어졌다.

질병관리본부, 상시적 커뮤니케이션 조직 부재

헬스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같은 ‘미스 커뮤니케이션’의 이유를 위기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의 부재에서 찾는다. 메르스같이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질병이 발생했을 경우, 사전 대비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매뉴얼 혹은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동석 엔자임헬스 대표는 “발생국에서 역학조사를 하고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는지 정보를 수집해 국내에서의 커뮤니케이션 준비를 해놓는 것이 공중보건위기관리의 핵심”이라며 “언론이나 일반인들은 정부가 왜 준비를 안했느냐고 쉽게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이를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그런 여건을 만들어주지 않으면서 (사건이) 터지면 (정부를) 욕하고 다 잊는다. 그리고 (관련) 예산을 깎거나 질병관리본부에 전문적인 커뮤니케이터 배정도 안한다. 당장 벌어진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그런 면에서 사실은 다들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 지난 2일 메르스 관계부처 장관회의 결과 및 향후 대책에 대한 브리핑을 하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뉴시스

아울러 “질병관리본부는 실제로 메르스에 대한 준비를 많이 했지만 국민들은 불안해한다. 이는 신뢰부족에서 오는 것”이라며 “신뢰구축이 전염병 관리의 핵심인데 이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때문에 (보건당국이)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혼란이 불가피했던 것 같다. 미리부터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부에 대한 신뢰를 쌓아 (질병 발생시) 매뉴얼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병일 HBA 부대표는 “질병관리본부가 출범한지 11년가량 됐는데 그간 아시아 국가들이 놀랄 만큼 효과적으로 운영돼왔지만 커뮤니케이션 주무부처가 없다는 것은 지적할 만하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에는 커뮤니케이션만을 전담하는 별도 부서나 조직이 갖춰져 있지 않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각 과에서 담당한 보도자료를 감염병관리센터 산하의 감염병관리과에서 취합해 보건복지부로 보내고 복지부 대변인실에서 이를 배포한다.

헬스커뮤니케이션, ‘민방위’처럼

본부차원의 언론대응은 감염병관리과장이 담당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사실상 국가의 질병관리나 방역의 최일선에 있다는 점에서 별도의 커뮤니케이션 부서가 없다는 점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다만,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의 경우에는 별도로 홍보팀이 조직돼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트위터와 페이스북 계정(@koreacdc)의 경우, 4일 오전 현재 승인된 팔로어만 트윗을 볼 수 있거나 아예 페이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홈페이지 외에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통로도 사실상 차단돼있는 셈이다. 정부나 공기관, 부처를 막론하고 SNS는 대외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히 미흡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이 부대표는 “질병관리본부에 결핵과 에이즈 등 파트 전문가는 있지만 통합적인 (커뮤니케이션) 컨트롤타워의 개념에서 지휘하는 사람은 없다”며 “본부는 (커뮤니케이션) 실행부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누구의 책임을 묻기보다는 민방위처럼 국가가 중장기적으로 해야 하는 문제다.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않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 질병관리본부에는 커뮤니케이션만을 전담하는 별도의 부서가 없다. (자료사진)ⓒ뉴시스

그러면서 이 부대표는 “공중보건 위기대응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필요한 상태다. (본부가) 현재수준에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정부차원에서 이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현재 교수도 “상시적인 (위기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며 “이참에 헬스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사람들을 발탁해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다만, 커뮤니케이션 전문 인력을 배치하기 보다는 보건당국의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박동진 한림대학교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반드시 PR전문가나 커뮤니케이터가 질병과 관련해서 무언가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커뮤니케이터들은 언론관계나 (PR)전략은 잘 짜겠지만 건강과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모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질병관리본부는 전문가 집단이기 때문에 이들의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키우는 것이 더 빠른 방법이라고 본다”며 “이들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소통의 방법을 익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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