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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못 심어준 靑-정부, 박원순만 탓하나
‘신뢰’ 못 심어준 靑-정부, 박원순만 탓하나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5.06.0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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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불안감 잠재우는 지도자 리더십 필요

[더피알=문용필 기자] 리더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신뢰’다. 리더에 대한 믿음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구성원들이 리더의 말을 제대로 수긍하고 따르기 어렵다. 작은 조직에서도 그러한데 국가지도자, 혹은 정부에 대한 신뢰의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중동호흡기증후군, 즉 ‘메르스’에 공포가 대한민국을 집어삼키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와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날로 커져가고 있다. 확진판정을 받은 환자 수는 하루가 멀다하고 계속 늘어나고 있다. 3차 감염에 이어 지역사회전파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 지난 4일 메르스 관련 긴급 브리핑에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 ⓒ뉴시스

하지만 정부는 확진환자들의 이동경로 같은 국민들이 목말라하는 정보를 거의 제공하지 못했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버텼다. 첫 환자가 발생한지 2주일 이상지난 5일에서야 국내 첫 메르스 환자가 입원했던 병원명을 공식적으로 언급했지만 이미 알 사람들은 다 아는 정보였다.

보건당국은 매일 메르스 관련 브리핑을 실시하고 무언가 대책은 계속 내놓고 있지만 헛바퀴를 돈다는 느낌을 감출 수 없다. 땜질식, 우왕좌왕식 커뮤니케이션이 이어졌다. 이런 와중에 허술한 방역관리체계는 언론보도에 의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당연히 국민들은 정부를 향한 불신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5일 발표된 메르스 관련 여론조사 결과는 이를 방증한다.

리얼미터가 전날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휴대전화+유선전화 RDD 자동응답 방식/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에 따르면 정부의 메르스 관리 대책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68.3%에 달했다. 국민 10명중 7명은 정부의 대책을 믿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4일 밤 진행된 박원순 서울시장의 긴급 브리핑은 주목할 만한 장면이었다.

이날 박 시장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35번 환자에 대해 “5월29일부터 증상이 시작됐고 5월30일 증상이 심화되기 시작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5월30일 1565명이 참석한 개포동 재건축 조합행사에 참석했고 대규모 인원이 메르스 감염위험에 노출되게 됐다”고 밝혔다. 5월 30일부터 이틀간의 환자동선도 공개됐다.

아울러 박 시장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겠다”며 “서울시 자체적으로 더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나가겠다. 이 시간 이후부터는 제가 직접 대책본부장으로 진두지휘하겠다”고 선언했다.

박 시장의 브리핑 후 인터넷 상에는 박 시장을 향한 네티즌들의 찬사가 이어졌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메르스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팽배해진 상황에서 모든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스스로 방역의 최일선에 서겠다는 각오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물론 논란도 있다. 서울소재 모 병원의 의사인 35번 환자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를 통해 “31일 이전에는 제가 평소 고통을 받던 알레르기성 비염과 다르다고 생각할 만한 증상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메르스 감염가능성을 처음 떠올린 것은 언제냐”는 질문에 이 환자는 “31일 아침”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그날 아침부터 가래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9시에서 10시 사이에 예정된 심포지엄도 신청만 해놓고서 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최종판정은 (6월)2일 받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지금 박 시장이나 서울시는 정작 부정확한 정보로 시민의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저는 엉뚱한 희생양이 되었다”며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사실관계를 좀 더 따져봐야 할 상황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치쇼’가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다. 박 시장이 유력한 야당 대권주자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밤 시간에 기자들을 불러 브리핑을 한 것을 두고도 다음날 아침에도 충분히 발표할 수 있는 내용인데 불안감만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 지난 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메르스 대응을 위한 민관합동 긴급점검회의 ⓒ 뉴시스

정부와 청와대의 반응에도 불만이 잔뜩 묻어난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5일 “정부의 조치가 마치 잘못된 것처럼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입장을 발표해 국민들의 불필요한 오해와 우려를 불러일으킨 데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고 언급했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도 “박 시장의 어제 밤 발표를 둘러싸고 관계된 사람들의 말이 다르다”며 “불안감과 혼란이 커지는 상황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이런 반응을 보일 자격이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이 보인 리더십은 여전히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메르스 사태에 대해 첫 공식적인 발언을 한 것은 지난 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였다. 환자가 발생한지 무려 10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박 대통령은 “초기 대응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국민들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거나 사과의 메시지를 남기지는 않았다. 이날 이미 확진환자가 18명까지 늘어났는데도 15명이라고 말하는 실수까지 나왔다.

이로부터 이틀 뒤에는 대통령이 주재하는 메르스 대응 민관 합동 긴급점검회의가 열렸다. 이날 박 대통령은 “그동안의 여러 문제점에 대해, 국민의 불안함 속에서 어떻게 확실하게 대처방안을 마련할지를 정부가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더 이상 확산이 안 되도록 만전을 기해야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늑장대처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사과도 없었다. 대통령 본인이 직접 나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겠다는 뉘앙스의 발언도 나오지 않았다.

국민들은 오는 14일로 예정된 대통령의 방미(訪美)일정 강행 여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엄중한 시기에 대통령이 해외로 나간다면 이에 대한 곱지않은 시선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은 국정의 총책임자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서 보여준 리더십은 국민들에게 그다지 큰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비록 진실 공방은 이어지고 있지만 적어도 박 시장이 그랬던 것처럼 박 대통령도 사태를 진화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해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국민들은 지금 믿음을 줄 수 있는 국가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십을 원하고 있다. 비록 논란에 휩싸이고 정치적인 액션으로 보일지라도 말이다. 일단은 메르스를 잠재워야 하지 않겠는가. 그만큼 국민들의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는 지도자의 커뮤니케이션이 절실해 보이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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