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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갑 경고그림, ‘적절한 혐오감’의 아이러니[유현재의 Now 헬스컴]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통과했지만…금연 정책 기조 의문
  • 유현재 서강대 교수
  • 승인 2015.06.10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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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유현재] 우여곡절 끝에 담뱃값에 흡연의 폐해를 알리는 경고그림을 의무화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지난달 30일 국회를 통과했다. (관련기사: 담뱃갑 경고그림을 둘러싼 동상이몽) 하지만 ‘경고그림에 대해 지나치게 혐오감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단서조항이 달려 찜찜한 뒷말을 낳고 있다.

담뱃값 경고그림 도입과 관련해서 다양한 언론사로부터 인터뷰 요청이 꽤 잦았다. ‘한국형 담뱃갑 경고그림 개발’이라는 과제를 보건복지부·한국건강증진개발원과 공동으로 수행한 바 있고, 약 7개월의 연구 과정을 통해 확보된 구체적인 예시 경고 그림들을 복지부에 제출했던 이력 때문이다.

   
▲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제 28회 세계금연의 날 기념행사에서 한 시민이 담뱃갑 디자인이 그려진 금연 홍보물 앞을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언론을 통해 이미 상세하게 보도됐지만 국회 법사위 소속 새누리당 모 의원은 담뱃갑 경고그림 실시에 대해 결코 긍정적이지 않았다. 설령 경고 그림과 관련된 법안이 통과돼 경고그림이 부착된다 하더라도 사람들에게 심한 혐오감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견지했고, 실제 이같은 내용은 관철됐다.
 
이에 대해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들 내에서도 갑론을박이 있었고, 급기야 언론들은 관련 연구자인 필자나 일반 국민들에게도 마이크를 부여해 의견을 청취했다.

법 통과 직전 이뤄진 인터뷰에서 필자는 기자에게 사견임을 전제한 뒤, 말 그대로 어정쩡한 당시 상황을 자동차 광고 제작의 예를 들어 설명한 바 있다.

“약 4000cc 고급 자동차 광고를 기획하고 제작한다고 했을 때, 해당 광고를 시청한 다음 혹시라도 상처를 받을 수 있는 공중을 배려해야 합니까?” 광고에 등장하는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승용차에 대해 자동차 구매는 물론, 구매를 고려조차도 할 수 없는 다수의 공중들을 배려해 광고 속 자동차의 비주얼이나 이미지가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매력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가 맞느냐는 질문이었다.

자동차 광고의 가장 중요한, 아니 어쩌면 유일한 핵심 목적은 해당 제품을 가장 적확하고 멋있게 표현함으로써 ‘광고’라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Strategic Communication)에 노출되는 모든 사람들이 자동차에 매력을 푹 느끼게 하는 것이라 믿는다. 그것이 자동차 광고의 운명이며 결코 타협하기 어려운 존재 이유다.

즉, 전달되는 메시지나 콘텐츠가 허구가 아닌 이상, 개별 광고나 홍보는 커뮤니케이션 목적에 충실하게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특정 사회의 ‘질서’라는 뜻이다.

정부 금연정책에 붙는 의문부호

   
▲ 흡연이 국민건강에 끼치는 심각한 폐해에도 불구하고 시중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담뱃갑은 '산뜻한' 이미지로 포장돼 있다. (자료사진) 편의점 관계자가 담배 진열대를 정리하는 모습. ⓒ뉴시스

개별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새기는 국가적 행위와 정책은 흡연이 인류 건강에 치명타를 입히고 있다는 세계 공인의 언명이 너무나 명확한 상황에서 이미 70개국 이상이 채택한 사항을 시행하는 ‘숭고한’ 헬스커뮤니케이션이다.

국가에 속한 다수의 국민들이 건강하게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하는 대단히 중요하고 거시적인 국가 행위임에 틀림없다. 이같은 논점에서, 수년이 경과된 후 마침내 빛을 보게 된 경고그림의 탄생에 소위 ‘적절한 혐오감’이라는 개념이 개입된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한 논리가 합리적이라면 담배 가격이 인상될 때도 담배를 소비하는 누군가는 정신적·물질적으로 상처를 경험할 수 있으니 유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관련기사: 오락가락 금연정책, 커뮤니케이션이 아쉽다)

올초 담배 가격 인상의 후폭풍이 거세지자 누군가에게서 저가 봉초담배에 대한 논의가 나왔는데, 논의 자체에 대한 국민 원성이 감지되자 아이디어 차원의 검토였다며 급하게 마무리했던 사례는 강력한 시사점을 준다. (관련기사: ‘저가담배’ 도입 논란…“국민건강 위해 담뱃값 올린다더니”)

금연 관련 정책들이 설령 다소 억지처럼 보이고 받아들이기 불편한 사항들이 발견된다고 하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기조, 즉 다수 국민들의 건강만을 걱정한다는 뉘앙스가 전해진다면 국민들은 쉽게 정부 편이 될 수 있다.

반면, 봉초담배 아이디어 제시라든가 담배가격은 인상됐는데 경고그림의 ‘적절한 혐오감’을 운운하는 이같은 상황은 국민들로 하여금 정책 기조에 대해 의문부호를 달게 만든다.

담뱃갑 경고그림을 반대하거나 혐오감의 수위조절을 주장하는 그룹은 경고그림이 효과가 아직 입증되지 않은 수단이라고 언급한다. 담뱃갑 경고그림이 실시된 다음 흡연율이 실제로 감소했거나, 개인 차원에서 금연을 고려하겠다는 태도를 밝힌 사람들에 대한 정보와 근거를 수록한 연구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캐나다, 호주 등 외국에서 시행된 관련 연구들이 다수 있고, 비록 많지는 않지만 보건복지부와 건강증진개발원, 그리고 필자가 속한 연구팀에서 진행한 연구를 포함한 ‘한국 케이스’도 엄연히 존재한다.

물론 개별 연구에서 사용된 방법론에 문제가 있다든가 샘플수가 부족하다는 등에 대한 비판은 연구자로서의 숙명이며 재차 삼차 후속 연구를 시행할 수 있다.

하지만 관련 연구의 존재 자체를 덮어놓고 부정하는 논리는 지양돼야 한다. 이 시간에도 각자의 연구실을 지키는 대학 교수들과 다양한 콜라보(협업)를 진행하며 증거기반의 정책(Evidence-Based Policy) 수행을 지향하고 있는 정부기관 연구자들과 공무원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 세계 각국의 담배갑 경고그림들. 담배의 유해성을 알리기위해 제품 전면에 충격적인 그림을 사용한다. 사진: 보건복지부.

흡연 막는 ‘숭고한 간섭’이 필요하다

담뱃갑 경고그림 시행은 ‘특수한’ 사회적 상황에 의거, 혐오도를 의도적으로 높일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사안이라 본다. 너무나 다양한 질병에 대단히 중요한 변수임이 확인된 ‘흡연’이라는 주제이며, 현재 우리나라는 성인 남성 기준 흡연율이 약 42%로 OECD 국가들 가운데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도 있는 많은 국민들이 흡연으로 인해 건강을 잃고 있다는 엄연한 현실을 인정한다면, 설령 ‘무슨 일이 있어도’ 담배를 끊을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소비자들이 경고그림을 통해 혐오감을 느낀다고 하더라도 강력하게 시행해야 하는 것은 아닐지 감히 생각해 본다.

한국형 담뱃갑 경고그림의 시행은 향후 어떠한 형태로 전개될지 명확하지 않다. 어떤 그림으로 구현될지, 몇 개의 경고그림이 최종 개발돼 어떠한 주기를 적용해 교체함으로써 효과성을 유지할지, 담배의 종류마다 다른 그림을 부착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등 세부적인 사항은 거의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관련 연구자로서 앞서 기술한 실제적 논의가 더욱 상식적이고 과학적으로 전개돼 한국인에게 가장 합리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담뱃갑 경고그림이 탄생하기를 고대한다.

이같은 노력은 결국 한 사람이라도 더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숭고한 간섭(Intervention)을 행해야 한다는 원칙 하에 진행될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인 지향점은 국회의원이나 연구자 국민,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막론하고 모두 한 마음이라 확신한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유현재 서강대 교수  hyunjaey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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