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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메르스, 위기관리 실패의 데칼코마니
세월호-메르스, 위기관리 실패의 데칼코마니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5.06.10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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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일했던 준비체계, 커뮤니케이션 미스 반복돼

[더피알=문용필 기자] 중동호흡기질환, 이른바 메르스(MERS) 사태가 좀처럼 진화되지 않고 있다. 초기 환자가 발생한 수도권을 넘어 전국 곳곳에서 메르스 확진판정이 잇따르고 있다. 확진자수는 100명을 넘어섰고 격리 대상자는 3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온 나라가 ‘메르스 혼란’에 빨려들어가는 분위기다.

대한민국은 지난해 4월 한 차례의 ‘패닉’을 경험한 바 있다. 300명이 넘는 희생자를 낸 세월호 참사가 그것이다.

안전사고와 질병이라는 측면에서 차이점은 있지만 지난해 국가 전체가 거대한 장례식장으로 변했던 ‘세월호 참사’와 이번 메르스 사태에는 분명 공통점도 있다. 어설픈 초동대처로 사태를 악화시켰고 부적절한 위기대응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해 국민들의 혼란을 초래했다는 점이다.

▲ 지난해 세월호 침목 당시 사고 해역에서 구조작업을 벌이는 모습(왼쪽)과 치료를 받고있는 메르스 환자 ⓒ뉴시스

위기관리 전문가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는 지난해 5월 <더피알>에 ‘세월호 침몰, 10대 위기관리 실패요인’이라는 제하의 칼럼을 게재한 바 있다.(관련기사: 세월호 침몰, 10대 위기관리 실패 요인)

세월호 침몰로 시작된 위기관리 실패, 그리고 대표적인 실패요인을 지적한 사항 중에는 메르스 사태에도 적용되는 것이 적지 않다. 정 대표의 당시 칼럼을 바탕으로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에서의 공통된 위기관리 실패요인을 비교했다.

☞ 안일한 초동대처·사전준비

세월호  일단 위기발생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던 최초의 바리케이드가 무너졌다. 세월호를 운영하고 있는 청해진해운은 최초 몇 명의 탑승객이 승선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지도 못했다. 탑승객과 함께 실린 컨테이너와 차량들의 무게와 수 또한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선박 내 구명조끼는 충분하지 않았고, 배가 침몰할 위기에 사용할 선박 좌우편의 구명뗏목(구명벌)은 46개(25인승)나 달려있었지만 1~2개를 제외하곤 제대로 펴지지도 않았다.

메르스  메르스 사태를 막을 수 있었던 ‘최초의 바리케이트’는 보건당국의 방역망이었지만 쉽게 뚫려버렸다. 국내 첫 메르스 환자는 지난달 18일 서울 시내의 모 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 이 환자는 중동 지역인 바레인에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고 병원 측이 이를 신고했지만 보건당국은 바레인이 메르스 발생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검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은 다음날 다시 검사를 요청했고 결국 이 환자는 지난달 20일 확진판정을 받았다.

메르스가 처음 발견된지 3년이나 지났지만 정부의 사전 대비가 부족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지난 7일 <코메디닷컴>에 기고한 글을 통해 “메르스 관련 긴급대책회의를 몇 차례 했다고 했지만 그뿐이었다. 매뉴얼도 만들지 않았고, 일선의 의료진들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도 않았다”며 “격리시설도 준비하지 않았고, 메르스 환자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한 그 어떤 사전 대책도 가동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국보건노조는 지난 5일 기자회견을 통해 자체조사결과를 토대로 “전염병에 대비한 N95 마스크 등 일반적인 보호장비 조차 제대로 구비돼 있지 않은 병원들이 다수 발견됐다”며 “감염병 진료 및 치료에 전면 배치돼있지 않은 병원이라 하더라도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비상 상황과 의심환자의 내원 등을 대비한 준비가 이뤄지지 않고있다”고 주장했다.

☞ 지나친 낙관론 뒤 ‘땜질’ 커뮤니케이션

세월호  차선책으로 사고 직후 커뮤니케이션만 정확했다면 사망자를 줄일 수 있었다. 기울어져 가는 선박 탑승객들에게 선장과 직원들은 “선내에 머무르라” 커뮤니케이션 했다. 침몰이 예상되면 취해야 하는 상식적인 승객들의 이동과 집합 조치들을 따르지 않은 것이다. 많은 학생들은 선내에 머무르며 추가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기다렸다.

메르스  지난달 20일 첫 메르스 환자 발생사실을 발표하면서 보건당국의 전망은 낙관적이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일반국민에게는 전파가능성이 없다”며 “세계보건기구(WHO)는 메르스를 공중보건위기 대상 감염병으로 정하고 있으나, 현 상황이 국가간 여행, 교역, 수송 등을 제한할 사항은 아니라고 공식 평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메르스 확진환자와 격리대상자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보건당국의 판단은 틀렸음이 입증됐다.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은 지난달 29일 “개미 한 마리라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자세로 하나하나 철저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했지만 메르스는 결국 대한민국을 휩쓰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보건당국은 3차감염 가능성도 낮게 봤지만 역시 예상을 빗나갔다.

▲ 메르스와 관련해 격리조치됐다가 음성판정을 받고 일반에 재공개된 과천 서울대공원의 낙타 ⓒ뉴시스

게다가 보건당국은 국내 실정에 맞지않는 메르스 예방법을 제시해 구설수에 올랐다. 낙타와의 밀접한 접촉을 피하고 멸균되지 않은 낙타유나 익히지 않은 낙타고기를 섭취하지 말 것을 당부한 것. 이는 인터넷 상에서 다양한 패러디물로 양산되며 두고두고 네티즌들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 이슈대응 둘러싼 부처간 엇박자

세월호  국무총리를 비롯 해양수산부, 안전행정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국방부, 문화체육관광부, 해양경찰청, 소방방재청, 해군, 전라남도 등이 모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하긴 했지만, 일사불란한 지원과 동원을 위한 상호간 협업과 커뮤니케이션은 지체됐다. 이때부터 흡사 운동회에서 바통 수백 개를 들고 뛰는 선수들의 규칙 없는 이어달리기를 연상케 하는 형국이 돼버렸다.

메르스  메르스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가장 우려됐던 부분 중 하나는 ‘집단감염’의 위험성이었다. 때문에 메르스 발병지역 학교의 휴교문제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하지만 교육부와 보건당국의 시각에는 엇박자가 나타났다.

황우여 교육부총리는 지난 3일 지역교육감들과의 메르스 대책회의에서 “휴교나 휴업은 경계단계에서 작동하는 방안이지만 예방차원에서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권준욱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의학적으로 맞지않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학생들을 보호해야 할 일선 학교들의 입장에서는 과연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헛갈릴 수 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긴밀한 공조체제를 통해 동일한 목소리를 내야 할 정부의 미숙한 대처가 또한번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메르스 대응 지자체 단체장 간담회 ⓒ뉴시스

지자체와 보건당국의 갈등양상도 불거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4일 밤 긴급 브리핑을 통해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은 35번환자의 동선을 공개하고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겠다”고 선언했다. 빗발치는 요구에도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한 병원을 밝히지 않았던 정부의 행보와는 사뭇 다른 움직임이었다.

박 시장의 행보를 놓고 정부는 비판일색이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부의 조치가 마치 잘못된 것처럼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입장을 발표해 국민들의 불필요한 오해와 우려를 불러일으킨 데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고 언급했고,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도 “박 시장의 어제 밤 발표를 둘러싸고 관계된 사람들의 말이 다르다”며 “불안감과 혼란이 커지는 상황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결과적으로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장들과 최대한 협조하기로 했다.

☞ 소극적 커뮤니케이션과 부족한 정보

세월호  이번 사고의 핵심 이해관계자인 피해가족들에 대한 적극적 커뮤니케이션도 초기부터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았다.(중략)피해가족들은 지속적으로 구조상황과 정부의 구조 계획들을 알고 싶어 했지만, 적절한 정보제공과 업데이트는 되지 않았다.

메르스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고 국민들의 불안감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메르스 감염자가 다녀간 병원 리스트를 공개하지 않아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문형표 장관은 지난 2일 브리핑에서 병원공개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어떤 환자가 병원을 방문했다고 특정 병원에 가면 안된다는 것은 지나친 우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터넷 상에는 출처불명의 확인되지 않은 병원리스트와 루머들도 공공연하게 떠돌아다녔다. 리스트에 포함된 병원에서 진료를 받거나 진료를 앞두고 있는 이들의 불안감도 커져갔다. 결국 정부는 지난 7일 확진환자가 발생했거나 거쳐간 24개 병원 리스트를 공개했지만 늑장 대응이라는 비난을 면하기는 어려웠다. 그나마 일부 병원정보가 잘못 전달돼 논란이 일었다. 질병관리본부는 트위터 계정을 닫았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은 후 다시 계정을 열기도 했다.

☞ 리더십 실종, 컨트롤타워 타령 

세월호  대통령도 초기부터 정확한 현지 상황을 완전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구명조끼를 입었는데 어떻게 발견이 힘드냐” 묻는 대통령의 질문이 방송됐다. (중략) 일부 장관은 빈소에 들어가면서도 욕설을 들어야 했다. 피해가족들이 모인 체육관에서 의전용 팔걸이의자에 앉아 라면을 먹는 모습이 찍힌 장관도 있었다. 이와 같은 대형 재해시 리더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세세하게 전략적이어야 하고 사려 깊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메르스  박근혜 대통령이 메르스 사태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언급한 것은 지난 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자리였다. 지난달 20일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로 10일이나 지난 시점이다. 그러나 유감표시나 사과는 없었다. 확진 환자수를 잘못 이야기하는 실수도 나왔다. 메르스 사태에 대한 위기의식이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메르스 대응 민관 합동 긴급점검회의는 이로부터 이틀이 지난 뒤에야 열렸다.  

▲ 지난 3일 열린 메르스 대응 민관합동 긴급 점검회의에서 화상 회의를 하고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뉴시스

보건당국의 수장인 문형표 장관도 리더십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지난 2일 “마스크를 쓰는 것은 위생을 위해 장려한다”면서도 “메르스 때문에 추가적인 조치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정작 본인은 지난달 23일 인천공항에서 검역상황을 점검하면서 마스크를 쓴 것으로 밝혀져 빈축을 샀다. 복지부는 “정해직 검역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보건당국에 대한 불신의 시선이 더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 밀려드는 루머와 추측

세월호  여러 언론들의 무책임한 속보 경쟁 또한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충분한 정보가 전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기반으로 하여 짜깁기 된 루머들과 음모론 또한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것들이었다. 문제는 또 이에 대응 하는 정부의 체계였다. 각 부처별로 해명을 시도했다. 각자 루머에 대한 사실규명에도 허둥댔다. 통합된 루머 대응과 정보 관리는 아마 끝까지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메르스  메르스 사태가 발생한 이후 온라인 상에는 온갖 루머들이 나돌았다. 확인되지 않은 메르스 병원 리스트와 ‘코에 바셀린을 바르면 된다’ ‘양파를 실내에 두라’는 등의 근거없는 예방법들이 떠돌아다녔다. 국민들의 불안감이 어느 정도인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보건당국은“의도적으로 퍼트리는 유언비어에 대해 수사를 통해 처벌하는 등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단호하게 대처했다. 물론, 근거없는 루머는 당연히 차단돼야 하지만 정부의 초동대처가 미숙했던 데다가 국민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강경입장은 여론의 지지를 받기 쉽지 않았다. 정부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메르스 관련 소문들은 계속 퍼져나갔다.

정부가 체계적인 정보제공을 하지 않다보니 추측성 보도도 난무했다. 김영욱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지난 5일 열린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메르스와 관련해) 언론의 조급함과 전문가들의 자존심이 겹쳐서 전문가 의존형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부 언론들은 실제상황보다 부풀려진 보도로 공포심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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