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방미 연기의 정치적 함의
대통령 방미 연기의 정치적 함의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5.06.11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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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솎아보기] 메르스 초기대응 실패, 외교일정 포기 자초한 셈

박근혜 대통령이 메르스 대응을 위해 14~18일로 예정된 미국 방문을 전격 연기했다.

청와대는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국민 안전을 챙기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관련기사: 박 대통령 방미 연기 “국내서 국민 불안 해소할 것”), ‘집안에 우환이 있는데 밖으로 도느냐’는 비판적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메르스 사태가 현재진행형인 상황에서 무책임한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대 우방국과 오랜 협의를 거쳐 잡은 정상외교 일정을 나흘 전에 변경한 것은 이례적이다. 상대국에 대한 결례는 물론 최근 중국과 일본이 잇따라 미국과 밀월관계를 맺는 상황에서 외교적 부담도 작지 않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의 결정은 국민불안 등에 비춰 메르스 사태 조기 종식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주요 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결국 정부의 메르스 초기 대응 실패가 정상 외교까지 발목을 잡았다”고 평가했다.(관련기사:  ‘메르스 공포’, 땜질식 커뮤니케이션이 원인) 메르스 사태 초기에 보여준 정부의 무능함과 정권의 상황관리 능력에 대한 국민 불신이 대통령의 방미 일정마저 연기시켰다는 것이다.

언론들은 “대통령의 결정은 존중하지만, 국익을 생각하면 일정을 단축해서라도 다녀오는 게 맞다”며 “처음부터 대응을 잘했더라면 이런 고민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청와대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이병기 비서실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뉴시스

<주요 신문 11일자 사설>

▲ 경향신문 = 방미 연기한 박 대통령 '메르스 대응' 진두지휘해야/감염병에 대책 없는 대형병원의 현실/지배구조 개선 없인 해외자본 먹잇감 못 벗어난다
▲ 국민일보 = 박 대통령의 방미 연기 결정 존중은 하지만/메르스 최전선에서 사투 벌이는 의료진에 격려를/취약한 지배구조 파고든 엘리엇 공세, 근절책 절실
▲ 동아일보 = 訪美까지 연기한 朴 대통령 '메르스 진압사령관' 역할 해야/"핀테크 위해 銀産분리 완화" 역설한 임종룡 금융위원장/황교안 총리 인준투표 늦출 이유 없다
▲ 서울신문 = '메르스 사태' 끝까지 마음 놓아선 안 된다/이 와중에 판치는 무질서와 비양심/아베 정부, 고노ㆍ무라야마 고언에 귀 기울여라
▲ 세계일보 = 메르스 파고 넘으려면 방심 말고 최선 다해야/메르스 최전선서 싸우는 의료진에 경의를/일본을 걱정하는 무라야마ㆍ고노 두 노정객의 호소
▲ 조선일보 = 메르스 실패 이어 韓美회담 연기, 대통령 제대로 판단한 건가/외국 펀드의 삼성 공격, 오너 경영 투명하게 하는 계기 돼야 /서울성모ㆍ이대목동병원처럼 하면 메르스 맥 못 춘다
▲ 중앙일보 = 메르스 지금이 고비… 방심 말고 철저히 대처하라/아쉬운 대통령 방미 연기, 메르스 진화에 최선 다해야/국회, 조속한 총리 인준 절차 밟아 국정공백 메우길
▲ 한겨레 = '빈곤층' 홀대하는 메르스 대책 안 돼야/검증 회피로 일관한 황교안 후보자, 총리 자격 없다/메르스 충격에 가린 '심각한 가뭄'
▲ 한국일보 = 박 대통령 방미 연기는 잘한 결정이다/정부ㆍ국민 모두 아직은 긴장 늦추지 말아야/검찰 성완종 수사, 이렇게 맹탕으로 끝낼 건가
▲ 매일경제 = 朴대통령 미국 방문연기 양국협력 차질 없도록/벌써 메르스發 엄청난 경제충격, 최소화에 만전을/포스코의 미얀마 가스전 매각 발상 小貪大失이다
▲ 한국경제 = 朴대통령의 정상회담 연기, 이런 식으로 해도 되나/세수를 어떻게 늘리는 것인지 보여주는 일본/"과학 기초교육이 흔들린다"…스트롱코리아 포럼의 고언

조선일보는 ‘메르스 실패 이어 韓美회담 연기, 대통령 제대로 판단한 건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14~18일로 예정된 미국 방문을 연기했다. 청와대는 ‘메르스 조기 종식 등 국민 안전을 챙기기 위해 방미 연기를 결정했다’며 ‘사전에 미국의 이해를 구했으며 가장 빠른 시기로 방미 일정을 재조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조선은 “대통령이 출국을 나흘 앞두고 외국 방문 일정을 연기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결국 정부의 메르스 초기 대응 실패가 정상(頂上) 외교까지 발목을 잡는 연쇄 파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박 대통령은 국민 안전보다 외국 방문을 더 우선시한다는 비판이 신경쓰였을 것”이라고 배경을 분석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방미 연기 결정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메르스는 국민이 일상생활을 접어야 할 만큼 치명적인 질병이 결코 아니다. 전문가들은 ‘필요 이상으로 메르스 공포가 과장돼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여론을 좇느라 중요한 외교 일정을 지레 포기하는 선례를 남긴 점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중앙일보 역시 ‘아쉬운 대통령 방미 연기, 메르스 진화에 최선 다해야’라는 사설에서 “박 대통령의 방미 연기는 아쉬움이 남는다. 국익을 생각하면 일정을 단축해서라도 다녀오는 게 맞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치보다 국민안전을 중시한 판단의 결과라고 보고, 그 결정을 존중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나 대통령이 국내에 있고 없고가 사태 해결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 만큼 우리는 컨트롤타워에 권한과 책임을 확실하게 맡기고 최대한 신속하게 다녀오는 것이 낫다고 봤다. 처음부터 대응을 잘했더라면 이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란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한국일보는 ‘박 대통령 방미 연기는 잘한 결정이다’라는 사설을 통해 “박 대통령이 방미 연기를 결정한 것은 여전한 국민불안 등에 비춰 메르스 사태 조기 종식이 무엇보다 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고심 끝에 내린 결단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건당국은 메르스 확산이 정점을 지났다고 하나 아직 마음을 놓기에는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제라도 대통령이 앞장서 국가의 모든 역량을 투입하고 여기에 국민이 적극 동참한다면 메르스 사태를 이른 시일 내에 끝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는 ‘박 대통령의 방미 연기 결정 존중은 하지만’이란 사설에서 “결국 메르스 사태 초기에 보여준 정부의 무능함과 정권의 상황관리 능력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대통령의 방미를 연기시켰다고 봐야 한다. 정부가 이 같은 상황을 자초했다는 얘기다”라고 지적했다.

국민은 “평소 박근혜 정권이 국민들과 소통이 잘되고, 국민들이 정부를 신뢰하며, 정부의 위기 대처 능력이 평균 이상이 됐더라면 대통령의 정상외교를 연기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또 박 대통령이 메르스 초기에 적극 개입하며 상황 관리를 잘 해나갔더라면 오히려 국익 차원에서 정상외교를 다녀오라는 의견도 많았을 것이다. 방미 연기는 이런 정치적 함의를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사제공 논객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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