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파는 ‘좋아요’…빅데이터 오염
사고파는 ‘좋아요’…빅데이터 오염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5.06.1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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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 페북에 웬 印泥 좋아요? 의도적 팬수 늘리기 의혹

빅데이터 오염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돈을 받고 페이스북 ‘좋아요’를 올려주거나 구매후기를 가장한 홍보성 글들이 빅데이터의 신뢰도를 갉아먹고 있다. 각종 통계와 설문조사도 예외가 아니다. 숫자로 무장한 일부 통계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조작되거나 치명적인 함정을 숨기고 있다.

① 사고파는 ‘좋아요’…빅데이터 오염
② 통계의 오류, 여론조사도 예외없다

<더피알>은 국내 대기업 페이스북을 대상으로 ‘좋아요(like)’ 유입 경로를 추적했다. 조사 대상은 시가총액 100대 기업 중 페이스북 좋아요 수가 1만개 넘는 회사다. 대형마트, 소셜커머스 등 페이스북 홍보에 주력하는 업체도 포함해 총 70개의 페이스북을 전수 조사했다.(5월 20일 기준) 

조사 도구는 페이스북 계정의 좋아요 클릭 국가를 분석해주는 ‘팬페이지 카르마(www.fanpagekarma.com)’를 활용했다.

그 결과 석연찮은 공통점이 발견됐다. 해외에서 받은 좋아요 중 상당수가 인도네시아에 몰려있었던 것. 70개 중 25개 업체가 인도네시아에서 좋아요를 가장 많이 받았다. 말레이시아에서 좋아요를 받은 업체도 종종 눈에 띄었다. 

KT의 공식 페이지인 ‘올레’는 63만6449개의 좋아요 중 6만8667개를 인도네시아에서 받았다. 비율로 따지면 10.9%에 달한다. 한국인 좋아요 비율은 79.3%에 그쳤다.

한화그룹의 페이스북 ‘한화데이즈’도 해외서 받은 좋아요 중 인도네시아 비중이 가장 컸다. 전체 44만2670개의 좋아요 중 인도네시아에서만 2만2701(5.2%)개가 클릭됐다.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였다. 인도네시아와 다른 국가에서 받은 좋아요 개수에 차이가 컸다. LG전자는 23만1743개 좋아요 중 인도네시아 1만7989개(7.9%), 말레이시아 3742개(1.6%), 인도 3577개(1.6%)로 나타났다.

CJ 역시 20만1338개 좋아요 중 인도네시아가 1만5507개(7.7%)에 달했다. 한국인 비율은 83.5%에 머물렀다.

이번 조사는 각 기업의 한국어 페이스북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한국어를 모르는 인도네시아인이 좋아요를 눌렀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특히 일부 기업은 한국에서만 사업을 진행하는데도 인도네시아에서 수상한(?) 좋아요가 유입됐다.

한국GM의 ‘쉐보레 코리아’는 전체 11만8584개의 좋아요 중 인도네시아에서 1만5982개(13.7%), 말레이시아에서 1만3490개(11.5%)의 좋아요를 받았다. 한국인 비율은 65.7%(76871개)에 불과했다.

BMW코리아도 인도네시아에서 5646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BMW코리아는 국내에서만 자동차를 판매한다.

정수기업체 코웨이는 인도네시아 좋아요 6195개(8.3%)를 얻었고, 배달음식 서비스 배달의민족은 인도네시아에서 1892개(1%)의 좋아요가 유입됐다. 
 

▲ kt와 쉐보레코리아(오른쪽)의 공식 페이스북 좋아요 국적 비율. 해외에서 받은 좋아요 중 인도네시아 비중이 두드러진다. 짙은 파란색이 한국팬, 짙은 하늘색이 인도네시아팬 비율. 출처: 팬페이지카르마

국내 기업 페이스북의 인도네시아 좋아요 정체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 한 PR회사 관계자는 “국내 기업 상당수가 SNS 초창기 단기간에 팬수를 늘리려고 대행사에 용역을 줬는데,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클릭농장’에서 좋아요가 유입됐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해당 기업들은 어뷰징(본인 계정 외 다중 계정을 조작해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는 행위)  가능성을 일축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페이스북과 인터넷 이용자가 많은 국가로 알고 있다”며 “LG전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좋아요를 누른 것 같다”고 설명했다.

CJ관계자는 “한류 콘텐츠를 다루는 기업 특성상 인도네시아 팬들이 많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한국어로 된 페이지에 굳이 인도네시아인들이 들어오겠냐는 질문에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코웨이 관계자는 “2011년 소녀시대, 2012년 2PM 등 한류스타들을 모델로 기용해 인도네시아 팬들이 늘어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좋아요 1건당 150원…‘클릭농장’ 성업 중

페이스북 좋아요 수는 단순히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 팬이 많을수록 소셜상에서 인기가 높고 영향력이 크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같은 값이라면 더 유명한 기업의 물건이 선호도가 높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좋아요 숫자를 늘리기 위해 각종 이벤트를 진행한다. 그러나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조작 유혹에 노출된다.

실제로 일정 비용을 지불하면 ‘좋아요’를 늘려주는 업체도 만날 수 있었다. 기자가 접촉한 A업체는 “좋아요 한 건당 150~200원, 5000명 올리는 데 70만원”이라며 “일주일 안에 작업 가능하다”고 말했다.

B업체는 “좋아요 5000명에 30만원, 1만명에 100만원”이라며 “순수 한국인 계정으로 올려준다”고 차별화를 강조했다. 이어 “외국인도 상관없으면 1만명에 70~80만원까지 낮아진다”며 “대신 외국인은 이탈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C업체는 아예 견적서를 이메일로 보내왔다. ‘페이스북 마케팅 견적서’라는 제목의 파워포인트 파일에는 ‘좋아요 팬 수 확보만 별도 작업 가능, 외국인·유령회원·프로그램 아닌 실제 유저 확보, 광고주 니즈에 맞는 설정: 나이·국적·지역·성별·관심사 등 세부 타겟팅 가능’이라며 맞춤 홍보를 강조했다.

기자가 접촉한 대행사 5곳 중 1곳만이 ‘가짜 좋아요’ 서비스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사실상 빅데이터 조작이 공공연히 이뤄지는 셈이다.

이들은 홍보 의뢰 기업 페이스북에 유머글이나 낚시성 글을 게시해 팬을 모은다. 친구 수십만명을 보유한 아이디를 여러 개 운영하기도 한다. 한 개의 아이디가 긍정적인 ‘가짜 후기’나 ‘홍보글’을 남기면 다른 아이디들이 잇따라 추천해 불특정 다수에게 홍보하는 방식이다.

인건비가 저렴한 개발도상국에서 수천명을 고용해 가짜 추천을 찍어내는 해외 클릭농장(Click Farm)도 활용한다. 일반인의 SNS 후기인 줄 믿고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빅데이터 조작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연구팀은 ‘좋아요’ 편승효과가 상당하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웹사이트에 올라온 댓글 10만여개를 대상으로 네티즌들의 호감 비율을 조사한 결과, 좋아요 댓글이 많이 붙은 글이 일반적인 글보다 호감 비율이 25% 높았다고 밝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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