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피쉬’에 먹혀버린 씨월드
‘블랙피쉬’에 먹혀버린 씨월드
  • 임준수 (micropr@gmail.com)
  • 승인 2015.06.16 09: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준수의 캠페인 디코딩] 선제적 대응 간과, 소셜 여론·고객 정서 회복에 사활

[더피알=임준수] 2013년 1월 선댄스영화제에서 호평을 받고 같은 해 7월 개봉된 다큐멘터리 영화 <블랙피쉬(Blackfish)>는 생각보다 강하고 오랫동안 씨월드를 괴롭히고 있다.

▲ 범고래(블랙피쉬)의 슬픈 운명을 그린 다큐멘터리 <블랙피쉬>가 2013년 개봉된 이후 악화된 여론으로 씨월드는 오랫동안 곤경에 처해 있다. /사진: 블랙피쉬 포스터.
영화는 비평가들의 찬사와 더불어 사람들에게 범고래의 슬픈 운명에 대한 애잔한 동정심을 불러일으켰다.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업체가 <슈퍼 사이즈 미(Super Size Me)>로, 또 가공음식업체나 축산업체 등도 <푸드, 주식회사(Food, Inc)>로 골머리를 앓은 적 있지만, 씨월드만큼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지는 않았다.

블랙피쉬 개봉 이후 2014년 9월까지 씨월드 수입은 7%가 줄었고 관람객도 5% 감소했다. 정점에 있었던 주가는 계속 곤두박질해 2014년 말에는 거의 60%가 떨어졌다. 집단 소송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결국 지난해 말 씨월드 엔터테인먼트의 CEO 짐 애친슨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씨월드가 겪는 일련의 ‘플랙피쉬 효과’는 <워싱턴포스트>가 구성한 주가 추이 차트를 보면 한 눈에 알 수 있다. (아래 그래프 참고)

뒤늦은 대응, 빗나간 타깃

블랙피쉬에 대한 씨월드의 초기 대응은 과거 맥도날드가 <슈퍼사이즈 미(Super Size Me)>에 대응했던 것과 대비된다.

맥도날드는 영화가 출시되기 전 사전반박(prebuttal)을 내는 등 이른바 선제적(preemptive) 대응 전략을 썼다. 급증하는 비만 이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주도하고, 패스트푸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줄이기 위해 ‘사회적책임(CSR) 블로그’를 운영했다.

메뉴의 다양화와 트랜스지방 사용 않기 등 가시적 실천의지도 보여줬다. 또 비만을 줄이려면 개인이 더 열심히 운동해야 한다는 쪽으로 책임의 귀인을 돌리는 ‘틀짓기(framing)’를 구사했는데, 이런 전략은 오늘날 비만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코카콜라 등 탄산업체들도 똑같이 사용하고 있다.

씨월드가 맥도날드처럼 상황을 주도하는(proactive)하는 캠페인을 벌였다면 오늘날과 같은 큰 위기를 맞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블랙피쉬 개봉 후 씨월드의 대응은 거의 마비상태였다고 지적한다.

반면 <뉴욕타임스> 기자는 다른 유사 사례와는 달리 씨월드가 주요 일간지를 통해 ‘공개서한(open letter)’을 내는 등 사후 반박(rebuttal)을 통해 공격적인 대응을 했다고 보도했다.

▲ 씨월드의 주가는 블랙피쉬 개봉 이후 60%나 폭락했다. / 출처: 워싱턴포스트

통상 블랙피쉬와 같은 다큐멘터리 영화는 관객이 그지 많지 않기에 기업들은 이슈에 대해 무대응 전략을 택하는 경우가 있지만, 씨월드는 엔터테인먼트 PR회사인 42West의 조언을 받아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전했다고 평가한다.

또 회사의 중역들과 조련사들에게 미디어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임하게 했다. ‘비판자의 신뢰성에 흠집내기’ 전략의 일환으로, 블랙피쉬에 등장하는 전직 트레이너들은 범고래 ‘틸리쿰’을 조련해 본 적도 없거니와, 했다 하더라도 아주 먼 거리에서 도움을 주는 보조였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2013년 씨월드가 행했던 이런 반응적(reactive) PR 행위들은 시기적으로도 늦었고 전략 차원에서도 비효과적이었다.

우선 초기 위기 대응이 왜 신문독자층에 맞춰졌는지 이해가 안 간다. 씨월드의 주요 고객은 어린 아이들을 둔 ‘밀레니얼(millennials) 세대’인데 왜 씨월드는 수용자의 연령층이 높은 엘리트 신문에 공개서한을 냈을까?

▲ 블랙피쉬발(發) 이슈 초기에 대응해 씨월드 측은 장문의 공개서한(http://bit.ly/kefqrm)을 통해 입장을 밝혔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 사진: 해당 공개서한 일부.

공개서한은 특정 이슈에 대해 입법자들이나 관료, 공직자들의 주목을 얻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씨월드에 가려는 젊은 부모들에게는 맞지 않다.

또한 시기적으로도 늦었다. 씨월드의 대응은 CNN이 2013년 10월 블랙피쉬를 방영한 뒤에 집중됐는데, 당시는 이미 블랙피쉬가 전국적 이슈가 된 후였고 회사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한 뒤였다.

씨월드가 오늘날처럼 큰 위기를 맞게 된 것은 소셜미디어상의 여론전에서 실패한 것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다.

미디어마이저(MediaMiser)가 작성한 인포그래픽을 보면, 블랙피쉬가 트위터와 온라인 뉴스매체에서 씨월드에 관한 대화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다. (→해당 사이트 http://bit.ly/1JUtW7Y) 감성분석(sentiment analysis)에 반영된 소셜대화상의 정서를 봐도 씨월드에 관한 언급은 압도적으로 부정적인 것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씨월드가 초기 대응에서 소셜미디어를 간과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마 블랙피쉬에서 제기한 문제를 공개적으로 대응하면 이슈가 오히려 확산되고 페타(PETA) 등 급진적 동물보호단체들이 깔아놓은 판에 말려들어간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소셜 여론전’ 압도한 페타

하지만 씨월드가 초기에 소셜미디어상의 PR을 외면하는 동안 페타는 배우와 모델 등 유명인을 통해 집요하게 이 이슈를 물고 늘어지면서 소셜 여론과 정서를 주도했다. 상식과 정도를 벗어난 PR 방식 때문에 종종 공중들의 조롱을 받아온 페타이기에 일정하게 거리를 두던 유명인들이, 씨월드의 범고래 이슈에서만큼은 페타의 홍보전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이미지를 내주었다.

지난 5월초에도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인 빅토리아 시크릿의 슈퍼모델 마리사 밀러가 페타 홍보를 위해 욕조에서 누드 포즈로 사진촬영을 했다. 그는 “엄마로서 블랙피쉬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고, 엄마와 아이를 갈라놓는 것에 대해 매우 슬펐다”고 말했다.

▲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는 웹사이트 홍보와 유명인을 통해 씨월드에 반(反)하는 여론을 주도해갔다. /사진: 임신 상태에서 페타 홍보를 도운 슈퍼모델 마리사 밀러.
블랙피쉬가 만든 판 위에서 페타는 가장 돋보이는 승자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모든 동물애호가들의 대변인격으로 부상했다. 씨월드가 내보내는 캠페인 메시지의 상당 부분이 페타의 주장을 반박하는 데 할애되고 있을 정도다.

페타는 110회 이상의 보도자료를 냈고, 웹사이트 등을 통해 방문자들에게 씨월드의 야생포획동물들을 모두 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 보낼 것을 요청하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 사이트를 통해 현재까지 110만명 이상이 페타가 요청한 탄원에 참여했다고 한다.

회사의 수익에 영향을 주는 지표들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 3월 씨월드는 대규모 PR캠페인을 전개한다고 발표했다.(아래 영상 참고) 텔레비전, 신문은 물론 캠페인 웹사이트를 만들고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 등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이번엔 크로스미디어 시너지와 함께 더 광범위한 수용자층에 도달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해당 캠페인과 관련, 데이비드 달레산드로 CEO는 “우리에 관해 수많은 오정보와 거짓말이 난무해있는데, 캠페인을 통해 이를 바로 잡고 사람들의 판단을 돕겠다”고 밝혔다.

씨월드의 재반격, 성공할까

이런 문제의식이 담긴 씨월드의 텔레비전 광고에서는, 씨월드에서 범고래와 함께 생활하는 조련사들을 등장시켜 세 가지 팩트에 대해 이야기한다.

첫째, 지난 35년간 우리는 범고래를 수집하지 않았다.
둘째, 씨월드는 바다포유류를 세상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돌보고 있다.
셋째, 정부 용역 연구는 씨월드의 범고래가 야생 상태의 범고래만큼 오래 산다는 것을 입증해 주고 있다.

1년 전 장문의 공개서한에서 아주 구체적 설명을 한 것에 비하면 메시지가 꽤 간결해진 셈이다. 물론 광고의 끝에는 ‘Get the Facts(사실을 알다): AskSeaWorld.Com’의 자막을 띄워 소비자가 온라인을 통해 회사에게 직접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 있는 참여의 공간을 마련했다.

소셜미디어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텔레비전 캠페인과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 디지털 캠페인의 목표를 ‘공중들이 갖는 걱정과 질문에 대한 답을 주기 위해 이들과 대화를 여는 것’으로 삼고 있다.

일례로 트위터상에서 ‘#AskSeaWorld’ 해시태그를 이용해 사용자들이 대화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트위터 해시태그를 이용한 캠페인 참여 유도는 과거 맥도날드가 전개한 ‘#McDStories’ 해시태그처럼, 안티쪽 사람들이 ‘하이재킹’(hijacking·납치, 탈취 등)해서 반대의 목소리를 조직화하는데 이용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른바 ‘해시재킹(Hashjacking)’인데, 이번 씨월드 캠페인에서도 벌써 그런 움직임이 포착된다.

▲ 초기 소셜 여론전에 '완패'한 뒤 씨월드는 트위터 등 sns 채널을 통해 자사 입장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 사진: 씨월드 트위터 화면 일부.

씨월드는 또 캠페인 웹사이트(SeaWorldCares.com)를 통해 관여도가 높고 추가정보를 얻고자 하는 공중들에게 사실을 알리려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사이트 내 정보의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씨월드의 수의사들을 주요 화자로 부각시켰다. 또 진실을 알리기 위해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이 캠페인 웹사이트에서 얻은 정보나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공유해주길 요청하고 있다.

블랙피쉬 상영 후 20개월간 무기력하게 당하기만 했던 씨월드가 다시 이미지를 회복하고 씨월드 사업의 하일라이트인 범고래쇼를 지속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다만, 씨월드 측은 캠페인의 초기인 현재까지 공중들의 반응이 압도적으로 긍정적이라고 자평한다. 아울러 씨월드 1·4분기 입장객 수가 5.6% 늘었고, 수익도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2.3% 늘었다고 발표했다.


임준수

시러큐스대 교수

현재 미국 시러큐스(Syracuse) 대학교 S. I. Newhouse School의 PR학과 교수다. PR캠페인과 CSR 커뮤니케이션의 전략과 효과에 관한 연구를 하며, The Arthur Page Center의 2012-2013년 Page Legacy Scholar로 선정되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