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안선혜 기자] 한 팬이 가수 이효리의 이름으로 개설한 페이스북 페이지 탓에 수십여 매체가 뜬금없는 기사 재탕을 하게 된 일이 벌어졌다.
16일 복수 매체는 가수 이효리가 페이스북을 통해 제주도 관광객들에게 자신의 집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호소를 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 인용된 이효리의 글은 “친애하는 제주도 관광객 여러분들, 죄송하지만 저희 집은 관광 코스가 아닙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에도 수십 차례 울리는 초인종과 경보음으로 저희 모두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궁금한 점 많으시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호소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 게시물은 지난해 6월 이효리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던 글과 동일한 내용으로, 당시의 포스팅을 단지 그대로 복사해 올린 것이다.
이효리의 페이스북으로 소개된 해당 페이지도 실은 이효리 본인이 아닌 한 팬이 개설한 것이다. 페이스북 페이지 정보에는 ‘우주의중심 이효리 팬페이지(fanpage)’라고 기재돼 있고, 페이지 분류는 ‘집 수리/인테리어’로 설정돼 있다.
페이지명이 이효리인 데다 커버와 프로필 사진도 이효리의 이미지가 올라와 있어 오인하기 쉽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게시글 다수가 단지 제주도와 관련된 다른 페이지 링크를 걸어놓은 것들임을 발견할 수 있다.
다수 매체는 이효리가 자신의 블로그에 동일한 당부의 말을 올렸을 때에도 이 소식을 줄지어 보도한 바 있다. 약 1년 가까이 지난 시점이지만 똑같은 글이란 걸 인지하지 못하고 마치 새로운 소식인 양 소개한 셈이다.
사안의 경중과 사실확인 절차는 건너뛰고 기계적으로 이슈를 쫓기에 급급한 한국 언론의 보도 행태와 일부 마케터들의 비도덕적 사칭이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