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만 더 키운 창비의 ‘신경숙 구하기’
논란만 더 키운 창비의 ‘신경숙 구하기’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5.06.18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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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대응 않겠다는데 해명 나서 되레 빈축

[더피알=안선혜 기자] 유명 소설가 신경숙 작가에 대한 표절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출판사인 창비(舊 창작과비평)측의 해명이 더 큰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지난 16일 이응준 작가는 허핑턴포스트를 통해 신 작가의 단편소설 <전설>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金閣寺), 우국(憂國), 연회는 끝나고> 중 단편소설 <우국>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 신경숙 작가. ⓒ뉴시스

거센 논란이 일자 해당 작품을 출판했던 창비 측은 이튿날인 17일 즉시 신 작가가 보내 온 메일과 자사 문학출판부의 입장을 담아 제기된 표절 의혹을 전면 반박했다.

창비 측은 “일본 작품은 극우민족주의자인 주인공이 천황 직접 통치를 주장하는 쿠데타에 참여하지 못한 후 할복자살하는 작품이며 신경숙의 ‘전설’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인간의 근원적인 사랑과 전쟁 중 인간 존재의 의미 등을 다룬 작품”이라면서 “유사한 점이라곤 신혼부부가 등장한다는 정도”라고 밝혔다.

이어 “(문제가 된) 신혼부부가 성애에 눈뜨는 장면묘사 역시 일상적인 소재인데다가 작품 전체를 좌우할 독창적인 묘사도 아니”라고 일축했다.

신 작가 역시 “해당 작품(<우국>)은 알지 못한다”며 “풍파를 함께 해왔듯이 나를 믿어주시길 바랄뿐”이라는 입장을 창비 측에 전달하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신 작가의 해명을 놓고도 문단 내외부의 반발이 거세지만, 여론은 신 작가를 옹호하고 나선 창비의 대응에 더욱 주목하는 모양새다.

독자와 문학평론가들이 창비 측의 ‘신경숙 구하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내부 직원을 자처하는 트위터리안들도 나서 반발하는 분위기이기 때문.

비난의 화살이 신 작가에게서 출판사로 돌려진 데에는 잘 나가는 베스트셀러 작가와 한국문학계의 권력집단이 된 주요 문학출판사 간 공생관계가 핵심이라는 시선이 존재한다. 소위 잘 팔리는 작가를 비호하기 위한 상업논리가 기저에 깔려 있다는 비판이다.

고종석 작가는 자신의 트위터에 “출판사가 독자를 돈이나 갖다 바치는 호구로 보고 있다”며 “신경숙 씨 입장에 대해선 아무런 관심이 없다만, 창비의 입장에 대해선 분노를 참을 수 없다”고 성토한 가운데, 창비 홈페이지를 비롯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창비가 아니라 창피다” “우리가 사랑했던 창비가 타락했다”는 의견들이 올라오고 있다.

▲ 자신을 창비직원이라 칭한 트위터리안 ‘창비직원a’와 ‘창비직원z’가 게시한 트윗./사진: 해당 트위터 캡처

지난 17일에는 ‘창비직원A’라는 트위터 계정이 개설, 자신을 “출판사 창비에서 일하는 직원 A”라며 “오늘 회사가 발표한 입장이 부끄럽고 실망스러워 계정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한 트위터리안도 ‘창비직원Z’란 닉네임으로 계정을 개설했다. 그는 “창비직원A의 용기에 힘입어 계정을 만들었다”며 “저 역시 회사의 입장이 너무도 부끄럽고 하루 빨리 회사가 입장을 철회하고 사과할 것을 바란다”고 전했다.

이같은 논란이 계속되자 창비에서는 18일 강일우 대표이사 명의로 보도자료를 배포해 “본사 문학출판부에서 내부조율 없이 적절치 못한 보도자료를 내보낸 점을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창비 측은 “‘표절이 아니다’라는 신경숙 작가의 주장을 기본적으로 존중하면서 문제가 된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과 신경숙의 <전설>이 내용과 구성에서 매우 다른 작품이라는 입장을 전하고자 한 것”이라며 “그러나 지적된 일부 문장들에 대해 표절 혐의를 충분히 제기할 법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독자들이 느끼실 심려와 실망에 대해 죄송스러운 마음을 담아야 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위기 시 무대응은 또 다른 메시지

창비 측의 이같은 사과에도 향후 논란의 소지는 존재한다. 교묘한 말 돌리기라는 지적이 함께 공존하고 있는 것. 창비 측이 오래 인연을 맺어온 신 작가에 대한 호의로 해명에 나섰을지라도 이런 대응이 오히려 독이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온라인 위기관리 전문가인 송동현 밍글스푼 대표는 “(신 작가가) 창비를 통해서 계속 입장을 밝히겠다는 포지션도 아닌데 창비 측은 계속 대응을 한다. 이것이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신경숙 작가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지 모호하다”고 말했다.

신 작가가 고수하고 있는 무대응 원칙 또한 조심해야할 사항이다. 신 작가는 앞서 창비에 보낸 메일에서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일은 작가에겐 상처만 남는 일이라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 위기 상황에서는 무대응 역시 대중에게 일정한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신경숙 작가의 무대응에 대한 부분은 제3자의 자의적 해석이나 추측으로 계속 메워진다”며 “작가는 상처를 피하려 했으나 그 상처가 더 깊어질까 우려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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