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식 소통, ‘핀셋마케팅’의 득과 실
맞춤식 소통, ‘핀셋마케팅’의 득과 실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5.06.29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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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 망라 다양한 영역서 활발…‘모 아니면 도’ 경계해야

뭉툭한 손가락으로 아주 작은 물건을 집기 힘들 때 핀셋만큼 유용한 도구가 없다. 이는 소비자 마음을 집는 기업 마케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단지 연령대와 성별 같은 큰 기준으로만 나누기에는 소비자들의 요구와 기호가 너무나도 다양하다. 세분화된 소비자들의 마음을 공략하기 위해 ‘마케팅 핀셋’을 사용하는 기업들의 움직임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더피알=문용필 기자] 본래 핀셋마케팅은 VVIP, 혹은 VIP 소비자를 위한 ‘프레스티지 마케팅’의 성격에서 출발했지만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산업군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노입자’처럼 극세분화된 타깃팅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핀셋마케팅을 표방하는 제품 출시나 마케팅 활동도 이어지고 있다.(관련기사: ‘콕’ 집어서 공략하라)

▲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 빕스는 올 3월부터 지역별로 다양한 콘셉트의 매장을 선보이는 고객 맞춤식 운영에 나서고 있다./사진:cj푸드빌

이같은 맥락에서 보면 음료시장은 핀셋마케팅의 가장 좋은 표본이라고 볼 수 있다. 단순히 맛이나 갈증해소를 위한 개념을 넘어 다이어트와 스포츠, 피부관리, 비타민 보충 등 다양한 용도로 세분화된 제품들이 지속적으로 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존제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특별한 원료를 사용해 타 제품과의 차별성을 높이는 경우도 있다.

코카콜라가 지난 2월 출시한 ‘지코 오리지널’은 이에 부합되는 제품이다. 전해질이 함유돼 일상생활 및 운동 후에 손쉽게 수분을 보충할 수 있고, 99.9%의 코코넛워터를 농축과정 없이 그대로 담아 이국적인 코코넛의 풍미를 좋아하거나 낮은 칼로리의 식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장점도 있다.

CJ제일제당이 지난 1월 출시한 숙면보조 건강식품 ‘슬리피즈’는 북유럽에서 숙면을 위해 밤에 짠 우유인 ‘나이트 밀크’를 마신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됐다. 나이트 밀크에는 수면에 도움을 주는 멜라토닌이 다량 함유돼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수면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찾는 제품인 만큼 마케팅 활동도 타깃 소비자에 맞춰졌다. 수면안대나 일본의 유명 베개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증정하는 등 숙면 관련 용품과의 연계를 통해 제품의 브랜드 정체성을 알렸다.

CJ제일제당 측은 “소비자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출시 3개월 만에 월 3억원대 브랜드로 성장했다”며 “출시 초기 유통채널이 (드러그스토어인) ‘올리브영’과 온라인으로 한정돼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고무적인 매출 성과라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건설업계에서도 핀셋마케팅이 도입되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서울 성수동 서울숲 인근에 시공중인 아파트 ‘트리마제’는 해당 지역이 신흥부촌이기 때문에 학군과 같은 기본 인프라가 비교적 약하다는 점에 주목, 중소기업 오너나 전문직 고소득자 같은 상위 1% VIP를 대상으로 하되 이들 중 유학 간 자녀가 있거나 학군에 별 영향을 받지 않는 이들을 타깃으로 했다.

아울러 골프에 초점을 맞춰 단지 내 25m 인도어 골프장과 스크린 골프장을 조성하고 회사 측이 별도로 갖고 있는 골프장에 대한 이용혜택을 부여하기도 했다.

고객의 ‘가려운 곳’ 긁어라

음료시장과 함께 화장품도 핀셋마케팅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제품군이다. 연령대별 세분화는 물론 다양한 피부타입을 가진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타 제품군에 비해 새로운 원료들을 도입하는 경우도 많다.

▲ 스킨푸드가 출시한 ‘수박줄무늬 위장크림’./사진:스킨푸드

과거 스킨푸드가 출시했던 ‘수박줄무늬 위장크림’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군인들에게 필수품이나 다름없는 위장크림에 수분이 풍부한 수박추출물을 더해 피부상태에 민감한 군인들의 니즈를 충족시켰다.

군인들의 나이가 대부분 2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특정 연령대와 직업군, 그리고 취향까지 고려한 셈이다. 뒷면 라벨 스티커를 떼어내면 가족이나 친구의 사진을 넣어 사진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품패키지까지 군인들의 눈높이에 맞췄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 빕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 3월부터 지역별로 다양한 콘셉트의 매장을 선보이는 고객 맞춤식 운영에 나서고 있다. 여성과 주부고객이 많은 지역의 경우, 오믈렛 등 계란요리와 팬케이크를 선보이고 있다. 고기 메뉴를 강화한 매장도 있다.

실용항공사 진에어가 선보인 ‘썸존 이벤트’도 핀셋마케팅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다. 특정기간 내 지정된 노선의항공권을 구매한 고객 중 신청자를 대상으로 여행 스타일이 유사한 남녀고객을 선별해 해당 항공편 탑승 시 좌석을 동반 배정하는 형태의 이벤트다. 여행을 좋아하는 미혼남녀를 타깃팅 했다고 볼 수 있다.

LG전자가 지난해 11월 출시한 스마트폰 ‘아카(AKA)’는 자신의 개성을 중시하고 캐릭터를 좋아하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만한 제품이다.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4가지 캐릭터를 소비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아카는 슬라이드 커버를 통해 해당 캐릭터의 눈동자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반면, LG전자가 같은해 선보인 ‘와인스마트폰’은 액정 터치형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 사용자를 타깃으로 한 폴더형 스마트폰이다. 모바일 메신저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물리버튼을 한번만 누르면 카카오톡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눈에 띈다. 중장년층의 시력과 청력을 배려해 어플리케이션 아이콘과 글자 크기를 확대했으며 1W의 고출력 스피커를 확대했다.

충성도 극에 달하면 ‘컬트 브랜드’ 될 수도

핀셋마케팅은 세분화된 타깃팅을 통해 집중도 높은 마케팅 전략을 펼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주의해야 할 사항도 있다.

▲ 중장년층을 겨냥한 lg전자의 와인스마트폰./사진:lg전자

홍창의 교수는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충성도를 증가시켜서 이들의 욕구에 맞는 새로운 핀셋 마케팅을 개발하면 충성도가 극에 달해 컬트 브랜드가 될 수도 있다”며 “핀셋마케팅의 대상이 된 소비자가 ‘이런 물건을 만들어 달라’며 제품을 만드는 회사를 조정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범상규 교수는 핀셋마케팅이 실패할 경우 기업이 입게 될 데미지를 우려했다. 그는 “소비자들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활용해 가장 확실한 가치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며 “특정 소수의 타깃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지 못한 가치는 더 이상 구매로 이어질 수 없게 된다. 극단적으로 ‘모 아니면 도’가 돼야만 선택될 수 있으며 그 중간의 가치는 일반대중들에게나 어울리는 경우가 되기 쉽다”고 언급했다.

VVIP를 대상으로 한 핀셋마케팅과 관련해서는 “몇 걸음 더 앞서 구매 포인트를 찾아줘야 한다”며 “VVIP와의 소통 역시 일반대중처럼 온라인에 대한 비중이 점차 높아지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오프라인에서 대접받는다는 인식을 온라인에서도 충분히 전달되도록 소통방식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모 대표는 기획단계에서의 ‘확실한 준비’를 강조했다. 그는 “타깃 설정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거나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핀셋마케팅을 진행하면 오히려 기업에게 해가 갈 수도 있다”며 “충분한 시장조사는 물론 고객의 입장에서 니즈와 바람을 파악하고 제품을 기획하고 출시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한,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작은 고객군에 집중해 연구하고 그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에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더해야 고객들의 눈길과 손길을 모두 잡을 수가 있다”며 “기존 브랜드가 만들어 놓은 마케팅 메시지를 분석하고 공통점을 찾아 고객군에게 적용해 보거나 메시지의 틀을 깨는 방법 등을 고려해야 한다. 벤치마킹을 넘어선 ‘벤치브레이킹’ 방법으로 보다 폭넓게 고객에게 다가가도록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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