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칸 라이언즈 헬스를 가다
2015 칸 라이언즈 헬스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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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7.2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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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삶을 변화 시키는 창의력’, 뜨거웠던 헬스커뮤니케이션 현장

[더피알=조윤영] 크리에이티브란 무엇일까? 누구를 위한 영역이며,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그리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걸까?

메르스 사태로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관련된 헬스커뮤니케이션 업무로 회사 사무실이 시끌벅적할 무렵 필자를 포함해 세 명의 동료들은 프랑스 칸(Cannes)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6월 19~20일 양일 간 열린 ‘2015 칸 라이언즈 헬스(2015 Cannes Lions Health)’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 2015 칸 라이언즈 헬스 현장.

칸 라이언즈 헬스는 세계 최고 권위의 광고제인 칸 라이언즈로부터 헬스케어만 따로 떼어내 신설한 크리에이티브 페스티벌이다. 클리오 광고제가 2009년부터 클리오 헬스케어 어워드(Clio Healthcare Awards)를 별도로 운영한 이후 칸 라이언즈도 헬스케어를 독립해 시상하고 있다.

칸 라이언즈 헬스는 클리오 헬스케어가 어워드만 수여하는 것과는 달리 양일에 걸쳐 세계적인 헬스케어 마케팅 전문가들이 성공 사례를 공유하고 트렌드와 인사이트를 나누는 자리가 마련돼 있다. 헬스케어 마케팅 리서치, 크리에이티브, PR, 뉴미디어, 데이터마이닝, 제약사 등 여러 분야의 회사들이 참여하고 다양한 세션을 통해 지식을 나누면서 아침 저녁으로는 네트워킹 파티가 진행된다.

‘삶을 변화 시키는 창의력(LIFE-CHANGING CREATIVITY)’이라는 칸 라이언즈 헬스의 슬로건처럼 현장은 멋지고 독특한 결과물들과 연구, 토론, 만남의 열기로 가득했다.

대부분의 수상작들은 비주얼 이미지나 영상을 활용한 광고 형태의 작품이 많아 사실 수상작들보다는 이틀에 걸쳐 아침 일찍부터 열린 40여개의 학술 세션에 더 많은 관심이 갔다. 실제로 다양한 강의와 세션에 참여하며 헬스케어 PR 실무자로서 깨달음과 배움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질병의 시대에서 건강의 시대로

이번 칸 라이언즈 헬스 세션에서는 공중 보건(public health)에서 개인 건강(individual health)까지 다양한 주제의 세미나와 토론이 진행됐다.

세계의 헬스케어 트렌드는 역시 질병(illness)의 시대에서 건강(wellness)의 시대로 변화하고 있었다. 헬스케어 산업 및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현장의 뜨거운 반응을 통해 다시 한 번 ‘헬스케어’ 산업이 점점 더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칸에서도 수많은 산업 분야를 두고 오직 헬스케어 분야만 따로 하이라이트를 했을 것이다.

▲ 올해 칸 라이언즈 헬스 수상작들. 사진: 웹사이트(www.canneslionsarchive.com) 화면 캡처.

헬스케어 산업의 성장에는 고령화 시대를 맞아 더욱 오래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가 자연스럽게 반영돼 있다. 환자의 치료뿐 아니라 ‘질병 예방’ 및 ‘건강 관리’와 같은 헬스케어 서비스가 기술 혁신과 맞물려 가는 형국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헬스케어 분야는 단순히 질병과 장애만 돌보고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미용, 식품, 화장품, 사회적 인식(예: 장애우를 바라보는 올바른 시선) 등으로까지 범위가 확대되고 있었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기대수명)’보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건강수명)’이 중요하다는 수명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한 것이 불과 수년 전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번 칸 라이언즈 헬스에서는 이런 단계를 뛰어 넘어 “어떻게 해야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가?”라는 소비자의 물음에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이는 필연적으로 행동 변화(behavior change)를 요구하고, 어렵고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현대인들에게 건강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아주 단순하고 작은 것부터 시작돼야 함이 강조됐다.

건강 위해 삶을 변화시키는 창의력

특히 건강 행동 변화의 중심에는 창의력, 즉 크리에이티비티(creativity)가 있었다. 어쩌면 너무도 당연하지만 커뮤니케이터들에게 가장 근본적인 숙제인 ‘창의력’이 전 세션에 걸쳐 최대의 화두였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칸 라이언즈 헬스의 슬로건은 ‘삶을 변화 시키는 창의력’이다. 결국은 돈벌이가 기업의 필연적 목적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건강한 삶, 건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일한다는 것은 정부, 보건의료계, 제약사, 의료기기 회사, 리서치 회사, 커뮤니케이션 회사 종사자들을 가장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부분이며, 이런 헬스케어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해 주고 뒷받침해 주는 것이 바로 ‘창의력’이라는 것이다. 

창의력 자체를 목적으로 두기보다는 이를 활용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건강한 행동 변화를 이끌고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삶을 건강하게 변화 시키는 가장 강력한 마케팅적 솔루션이라는 제언들은 헬스커뮤니케이션의 기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줬다.

사실 이번 라이언즈 헬스에 참석하면서 헬스케어라는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업계에 몸을 담고 있다는 뿌듯함 뒤로는 반성도 많이 하게 됐다.

“우리의 파트너 BBDO는 규제(regulation) 요건을 충족시키면서도 우리가 충분히 창의적일 수 있게 해 줬다.” 그린테크의 타미플루 시니어 디렉터 퀴타 하이스미스(Quita Highsmith)가 세계적 광고대행사 BBDO를 두고 한 얘기다.

과연 나는 얼마나 치열하게 크리에이티비티를 고민했는가? 어느 영역보다 규제가 강할 수밖에 없는 헬스케어 업계 특성을 탓하며 실행 가능한 프로그램 영역 안에서만 창의력을 발휘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제안 작업은 언제나 치열했고 최선을 다했지만, 칸 현장에서 규제를 무색해 할 만큼 새롭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을 접하며 까다로운 규제는 변명일 뿐 ‘아이디어에는 한계가 없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헬스케어 분야에 종사하는 모든 회사들이 다양하고 혹독한 규제 하에서도 최고의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규제가 광고와 PR을 지루하게 하고, 규제로 인해 때로는 헬스커뮤니케이션 회사가 무기력함을 느끼게 될 때가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서 마지막 한계치까지 갔을 때 비로소 해결책이 나올 것이며, 그럴 때 제안자(헬스커뮤니케이터) 스스로 만족하고, 수용자(고객사) 역시 설득할 수 있는 작품이 탄생하고, 궁극적으로는 소비자(타깃)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강연자들이 던져준 과제이자 결론이었다.

새로운 타깃, 새로운 접근

전에는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간병인(caregiver)’에 대한 것인데 어찌 보면 타깃의 확장으로도 볼 수 있다. 헬스케어 광고대행사 더 세멘트블록(The CementBloc)은 몇몇 간병인들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미국에서는 29%의 성인이 누군가의 간병인이다. 간병인은 환자들의 건강 관리와 치료에 매우 중요한 일원이며 치료를 결정하는 데에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이 실제로 아픈 것이 아님에도 일상과 본인의 감정을 희생해야만 하는 환경에 처해 있다. 

▲ 헬스케어 광고대행사 더 세멘트블록은 간병인들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사진: 관련 웹사이트(www.caregiversspeakup.com) 화면 캡처.

우리는 그 동안 ‘환자’와 ‘의사’에게만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집중하고 간병인들의 고통을 너무 간과하고 있었다는 새로운 접근이었다. 잠시 잊고 있었던 새로운 타깃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순간이었다. 또한 대부분의 아이디어와 솔루션은 보는 시각, 즉 관점을 달리하는 데서 온다는 사실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리서치 회사 홀 앤 파트너즈(Hall & Partners)는 환자 중심의 새로운 리서치 기법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여전히 헬스케어 리서치 분야에서 환자 중심이 아닌 마케팅 중심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강하다고 언급하며, 환자 여정(patient journey)에 입각해서 환자들의 행동 분석뿐 아니라 감정까지 포함해 좀 더 환자들의 삶 속에 관여하며 개인적인 부분까지 접근을 해야만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암 환자가 암 선고를 받은 후 의사로부터 듣는 설명이 전혀 머리 속에 들어오지 않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의사는 설명을 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환자가 충분히 자신의 말을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 판단하기 쉽다.

기록상으로는 천식이 있는 어린이가 가정에서 흡입기 치료를 시간에 맞춰 잘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알고 보면 흡입치료를 받는 도중 대부분의 어린이 환자는 가족과 대화를 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약효를 볼 수 없는 상황도 있다. 이는 리서치가 단순한 기록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환자의 생활과 여정에 기반해 조사 대상자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수반돼야 한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We have a voice”

여러 세션을 정신 없이 쫓아다니며 정신이 혼미해져 갈 때쯤, 한 연자가 강조한 “We have a voice”라는 말이 굉장히 의미심장하게 들려왔다.

앞으로 헬스케어 산업은 더욱 커져 갈 것이다. 인구대비 의료진 수는 점점 줄어들 가능성이 크며, 의사의 역할 못지 않게 헬스커뮤니케이터를 필요로 하는 곳은 점점 더 많아지게 될 것이다. 똑같은 정보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중요하다.

의학 논문의 내용이 아무리 중요해도 해당 데이터를 사실에 입각해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해야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우리 커뮤니케이션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일 것이라는 이야기다.

아주 단순한 내용이었지만, 헬스커뮤니케이션의 존재 가치를 다시 한 번 되새겨 주었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주는 듯했다. 우리는 환자를, 대중을, 건강하게 변화시킬 강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크리에이티브라는 힘을 가졌을 때, 그 목소리는 보다 명확히 그리고 더 많은 이에게 전달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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