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계천 ‘예전 콩나물밥’
서울 청계천 ‘예전 콩나물밥’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0.11.09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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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긋한 미나리에 싸 먹는 고소한 ‘민어찜’ 일품

가을 정취가 여물어 가는 10월의 어느 날, 계절음식으로 유명한 곳에서의 ‘점심 번개’가 있다는 첩보(?)가 들어왔다. 주 메뉴는 평소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민어! 기회는 이때다. 번개 현장을 ‘급습’ 했다.

이날 모임 장소는 종로구 청계 3가 근처의 ‘예전 콩나물밥’. 상호에서 드러나듯 콩나물밥 전문이지만 사실 민어찜으로 더 유명하다. 장소 섭외를 담당한 홍보대행사 비알컴 박종선 대표는 “홍보인들이 자주 다니는 꽤 유명한 맛집”이라고 소개했다.

네다섯 명이 모여 민어찜을 기다리는데, 순간 철판이 내려앉는다. 생각 보다 엄청난 크기다. 속살을 드러낸 민어 위로 얇게 썬 양파와 청홍고추, 실고추가 뿌려졌다. 한쪽 옆으로는 미나리와 콩나물이 자리한다. 각종 요란한 양념으로 버무린 여타의 찜과는 달리 나름 심플한(?) 모양새. 먹는 법도 간단하다. 생선회처럼 고추냉이를 넣은 간장에 그냥 찍어먹거나, 강된장을 얹어 콩나물ㆍ미나리에 싸서 먹으면 된다. 부드러운 민어살에 미나리의 향긋함과 아삭아삭한 콩나물이 어우러져 고소한 그 맛이 일품이다.

민어는 바닷물고기다. 심해 200m 아래에 살면서 여름 산란기 때만 잡히는 어종. 사시사철 먹기 힘든 귀하신 몸이다. 주인아저씨의 경우, 전라도 목포에 사는 처갓집 덕택에 갓 잡아 올린 민어를 급랭한 선동(船凍)을 직접 공수해오고 있다. 신선한 재료가 맛의 또 다른 비밀이었던 셈. 겨울에는 구하기 힘든 선동을 대신해 현지 바닷가에서 자연 상태로 말린 반건조 민어가 사용된다.

콩나물밥 맛 비밀은 70% 자란 콩나물&특급 간장

“이 집은 ‘삼단콤보’로 먹어봐야 되요.” 단골 박종선 대표의 추천코스다. 민어찜과 콩나물밥, 특라면으로 이어지는 환상의 라인을 경험해 봐야 ‘아, 이 사람이 예전 콩나물밥집에 가봤구나~’ 한단다. 이 집의 콩나물밥은 민어찜만큼이나 참 심플하다. 밥 위에 콩나물, 볶은 소고기가 전부다. 간장에 슥슥 비벼서 한입 먹어봤다. 그런데 이게 웬일, “맛있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콩나물이라고 다 같은 콩나물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70% 자란 놈(?)만 사용합니다.” 주인아저씨의 설명이다. 여기에 이 집만의 비법이 녹아든 ‘특급 간장’도 맛을 높이는 데 한몫하다고. 뱃속이 그야말로 ‘풀(full)’이지만 특라면까지 맛보기로 했다. ‘특’이라고 해서 내심 엄청난 큰 사이즈를 기대했건만 생각보다 평범한 크기. 각종 해산물과 콩나물을 넣어 라면이라기보다 얼큰한 국물의 느낌이 커서 해장에도 좋을 듯하다.

“조금 더 쌀쌀해지면 벌교 참꼬막도 맛보러 오세요. 꼬막입이 안 벌어지게 잘 삶아서 피까지 먹을 수 있습니다.” 계절음식 전문점답게 늦가을부터 겨울철에는 꼬막이 잘 나간다. 동해안에서 올라오는 피문어도 인기다. 주인아저씨의 유혹에 못이기는 척 조만간 ‘예전 콩나물밥’을 다시 찾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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