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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이후 관광PR, 눈길 끌지 못하는 이유[전문가 기고] 크리에이티브 아이디어 막는 구조…해외 캠페인에서 배우자
  • 김장열 콜로라도주립대 교수
  • 승인 2015.07.2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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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김장열] 메르스 여파로 급감한 해외관광객 유치를 위해 서울시가 직접 발 벗고 나섰다. (관련기사: ‘메르스 불신’ 여전한데 보상금 내건 ‘안심 관광’ 지원?) 박원순 시장 등 서울시 대표단은 서울관광 홍보를 위해 8월 초 베이징을 방문할 계획까지 세웠다. 이같은 노력들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선 우수한 PR 캠페인이 뒤따라야 한다.

‘2015 칸 국제 광고제(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에서 금상을 수상한 영국정부관광청의 관광 PR 캠페인을 통해 창의적 아이디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나라 정부와 지자체에서 해외관광객 유치를 위해 하는 노력들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한 번 살펴보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메르스 여파로 침체된 관광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난 14일 일일 가이드로 변신, 서울 남산 팔각정앞에서 중국여행사 임원진 및 언론인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사실 관광PR은 칸 광고제 PR부문에서 자주 수상을 하는 분야다. 그만큼 재미있고 효과측정이 용이하며 파급효과가 크다. 관광PR은 관광마케팅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관광산업은 과거에는 T&E (Tourism and Entertainment) 산업이라고도 했는데, 최근에는 MICE(Meetings, Incentives, Conferencing, and Exhibitions) 산업이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된다.

관광산업은 흔히들 ‘연기 없는 굴뚝산업’이라고 말한다. 부가가치가 높고 잘만 하면 끊임없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도 경제성장과 한류의 영향으로 외국인 관광객 수가 많이 늘었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자료에 따르면 1984년에 130만명에 불과했던 외래관광객 숫자는 2014년에 1420만명으로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관광공사뿐만 아니라 서울시, 지방자치단체들도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강타한 메르스 여파로 올해 외래관광객 숫자는 사상 처음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어로 영국 이름 짓기 캠페인


이번 칸 광고제에서 금상을 수상한 영국정부관광청의 PR캠페인은 오길비PR에서 진행한 것으로, 중국 관광객 유치를 목적으로 한 ‘중국어로 영국이름 짓기(Great Chinese Names for Great Britain)’이다.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중국인들에게 영국의 매력적인 곳들(tourist attractions)의 이름을 중국어로 짓게 하자는 것이다. 단순 지명뿐만 아니라 이벤트나 건축물, 사람, 물건, 음식 등에도 중국어로 가장 적합하고 즐겁고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이름(most fitting, amusing, and memorable Chinese names)을 짓도록 했다. (아래 영상 참고)


중국인들이 지은 이름이 역사에 남을 수 있도록 하고, 영국을 탐색하는 새로운 경험을 하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물론 채택된 이름에 대해서 상을 주는 것도 포함됐다.

구체적으로는 캠페인 기간 동안 중국인 관광객들이 영국의 관광지를 방문해서 인증샷과 함께 자신들이 생각하는 영국 지명의 중국어 이름을 특별히 준비된 캠페인 마이크로사이트와 위쳇, 웨이보와 같은 중국 소셜미디어를 통해 올리는 것이다.

그러면 다른 중국인들의 ‘좋아요’를 가장 많이 받은 이름이 공식적인 중국어명이 된다. 웨이보 뿐만 아니라 위키피디아, 구글플러스 등 각종 소셜미디어 사이트를 통해 해당 지역 지도에 중국어명이 표기되는 방식이다.

오길비PR의 중국 CCO(Chief Creative Officer)인 핑크(Fink)에 따르면 무엇보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영국을 방문하기 전, 중국어로 이름을 짓기 위해 먼저 이들 지역들(attractions)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좋은 인식을 가지게 된다는 점, 이로 인해 보다 많은 중국인들이 영국을 방문하게 된다는 점에서 이 캠페인의 가치가 있다. “Potential tourists, in thinking up names for these attractions, will develop a deep understanding of Britain as a destination and develop a strong affinity to its points of interest.”

우리가 보통 PR캠페인에서 목표로 삼는 인지도 증대(awareness objective), 긍정적인 태도 형성(attitude objective) 및 행동의 변화(action objective)를 다 충족시킨 캠페인인 셈이다. 전 세계 각국의 매체에 이 내용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며 미디어 노출효과를 극대화시킨 것은 물론이다.

또한 소셜미디어 효과측정에 많이 사용되는 인게이지먼트(engagement)효과를 잘 살린 좋은 프로그램으로 평가된다. 영국관광청은 중국어로 영국이름 짓기 캠페인을 통해서 중국인 관광객의 숫자가 27% 증가했다고 밝혔다.

   
▲ 중국어로 영국 이름 짓기 캠페인 마이크로사이트.

이밖에 창의성을 보여준 획기적인 PR캠페인으로는 2009년 호주 퀸즈랜드관광청에서 시행돼 칸 광고제 PR 분야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했던 ‘세계 최고의 직업(The Best Job in the World)’이 있다. 간단한 아이디어를 극대화해서 전통적인 PR방식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성과를 거둔 케이스다.

관광분야는 아니지만 2013년에 칸 광고제 PR 그랑프리를 차지한 ‘멍청하게 죽는 방법 (Dumb Ways 2 Die)’ 캠페인도 마찬가지다. (관련기사:‘입에 착, 머리에 쏙’…쉽고 빠른 헬스캠페인) 에이전시의 창의성이 최대한 발휘된 간결하지만 강력한 캠페인으로 단시간 내에 목표치를 훨씬 뛰어넘는 성과를 거뒀다.

창의성 없는 우리나라 관광PR 캠페인

반면 우리나라 정부 및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해외관광객 유치를 위한 PR·마케팅 활동들은 앞선 사례들과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는 보통 나라장터나 해당 지자체 웹사이트에 PR·마케팅 대행사 선정을 위한 용역입찰공고를 낸다. 관광분야뿐만 아니라 건설, 기술개발 등 거의 모든 정부 용역 입찰 공고는 대동소이하다.(관련기사: “공공PR입찰, ‘가격점수’ 낮추고 ‘기술점수’ 높여야”)

해당 용역공고에는 과업개요, 과업내용, 사업자 선정 기준, 제안서 작성 및 입찰서류 제출에 관한 제반 사항이 상세하게 기술돼 있다.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입찰에 참가하는 대행사의 이름이 노출되지 않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을 위촉해서 일차로 서류심사를 하고, 통과된 업체에 한해서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통해서 용역을 수행할 대행사를 선정한다. 나름대로 객관적인 과정을 거쳐서 최선의 대행사를 선정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이렇게 대행사를 선정하는 방식의 가장 큰 문제점은 RFP(입찰제안요청서)상에서 요구하는 수행업무의 내용이 너무 구체적이고 세분화돼 있어서 PR·마케팅 대행사가 창의적인 역량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영국 이름 짓기나 세계 최고의 직업과 같은 빅 아이디어(big idea)를 활용한 창의적이고 총합적인 캠페인을 기획하고 실행할 여지가 별로 없다.

   
▲ (자료사진) 지난 16일 서울 명동거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시민들에게 제주홍보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뉴시스
일례로 2015년 서울시에서 글로벌 관광마케팅대행사 선정을 위한 입찰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참여하는 대행사는 다음 항목별로 어떻게 업무를 수행할 것인지 실행 계획을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정량적 평가로 대행사 조직 및 인력에 대해서 설명(20%), 정성적 평가로 서울 글로벌 마케팅 캠페인 전략 수립(10%), 서울 대표 크리에이티브 제작 및 확산(10%), 해외매체활용 서울 마케팅(15%), 해외 메가 이벤트, 프로그램 활용 마케팅, 글로벌 시민 참여 마케팅(10%), 한류 등 서울 콘텐츠 활용 마케팅(10%), 국내외 기업 연계 프로모션(5%), 관광마케팅(10%) 등 각 분야별로 어떻게 PR·마케팅을 수행할 것인지 기획 및 실행계획서를 제출토록 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냐고 반문할 수 있다. 상당히 구체적이고 다양한 활동을 요구하고 있어서 이대로만 하면 효과가 있을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PR·마케팅 대행사에서 이 용역에 참가하려면 일단 상기 제시된 모든 용역을 어떻게 할 것인지 더욱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제시해야만 한다. 어떻게 해외관광객을 많이 유치할 것인가에 대한 대명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철저히 평가항목에 언급된 구체적인 실행 사항들에 포커스를 맞출 수밖에 없다.

즉 크리에이티브 전략을 세우고, 제작물을 만들고 이를 어떻게 확산시킬 것인지, 국가별로 어떤 해외매체를 선정하고 어느 정도 광고를 할 것인지, TV· 인쇄·옥외·온라인 등 매체별로 얼마의 광고비를 집행할 것인지, 기존에 개최되는 글로벌 관광관련 이벤트를 찾아서 서울시 홍보부스를 열고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한류문화 활용 프로모션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국내외 기관들과 어떻게 제휴마케팅을 할 것인지, 해외미디어 팸투어를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세세한 부분까지 과업지시서에 나온 내용을 전부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지자체 입찰방식부터 고쳐야

결국 이렇게 하다 보면 대행사는 정부/지자체에서 정한 세부사항 업무를 지시한대로 따르는 결과 밖에는 낼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대행사의 강점인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어진다.

대행사에서 아무리 참신한 아이디어가 있어도 이를 핵심으로 하는 일관되고 효과적인 PR 캠페인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진정한 목표달성 (outcomes) 보다는 실행결과물(outputs)에 더 치중하는 현상을 빚기도 한다.

게다가 여기에 가격점수를 산정함으로써 대행사들이 제값이 아닌 할인된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 기본처럼 돼버렸다. PR·마케팅과 같은 전문적 지식산업이 마치 건설자제를 조달할 때나 적용하는,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는 업체가 경쟁에서 이기는 형태로 전락한 것이다.

정부 스스로 수준 있는 전문적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어느 대행사가 잡화점 형태의 서비스를 용역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충실하게, 저렴하게, 나아가 덤으로 추가서비스를 제공하는가에 따라 결정이 되는 바람직하지 못한 형국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우리나라 정부/지자체에서 PR용역을 낼 때 지금처럼 너무 자세하게 제안서 기획 및 실행지침을 주려고 하는 입장에서 벗어나야 한다. 목표와 기대효과, 기간, 예산 등 필요한 사항만 명확히 제시하고 나머지는 대행사가 최대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적은 예산에 많은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며, 고품질의 서비스를 받으려면 그만한 금액(fee)을 지불해야 한다. 대행사에게 보다 많은 재량권을 줄수록 칸 광고제 PR 수상 캠페인들과 같은 창의적 아이디어와 인사이트가 넘치는 캠페인들이 효과적으로 실행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PR실무자들도 현재와 같은 형태의 정부용역이 보다 창의적이고 전문성이 발휘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 머지않은 장래에 한국정부나 지자체의 관광PR캠페인이 칸 광고제와 같은 국제무대에서 PR부문 그랑프리를 차지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김장열

콜로라도주립대 저널리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김장열 콜로라도주립대 교수  jangyul.kim@colostate.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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