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종식…국민신뢰 회복 위한 첫걸음은 ‘사과’
메르스 종식…국민신뢰 회복 위한 첫걸음은 ‘사과’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5.07.30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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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의 사후 제언<上>

중동호흡기질환, 메르스(MERS)가 종식단계에 접어들었다. 거리마다 봇물을 이뤘던 마스크 물결은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2015년 초여름의 ‘메르스 사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겠지만 감염병 발생 이후 정부의 사후조치에 대한 논의는 지금부터다. 국민들의 불신을 야기했던 커뮤니케이션 분야도 예외일 수는 없다.
이에 <더피알>은 헬스커뮤니케이션과 공공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위기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메르스 사태 종식 후 정부가 고민해야 할 올바른 커뮤니케이션 방안을 제언해본다.

[더피알=문용필 기자] 사망자 36명, 확진환자 186명, 그리고 격리자 1만6693명… 지난 5월 첫 환자 발생 이후 두 달 가까이 대한민국을 불안에 떨게 만들었던 메르스가 종식선언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달 6일 이후 더 이상의 추가 확진환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같은 달 27일 0시를 기해 마지막 격리자가 ‘자유의 몸’이 됐다.

공식적인 종식일은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으로 마지막 환자의 치료가 종료되는 다음달 말이다. 그러나 황교안 국무총리는 지난 28일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사실상 사태의 종식을 고했고, 대한민국은 메르스 청정국가로 돌아가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미 자체적으로 종식선언을 하기도 했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들도 정상화되고 있다.

▲ 자료사진. ⓒ 뉴시스

국민들의 철저한 예방수칙 준수와 범사회적인 극복 노력, 그리고 일선 의료진, 공무원들의 헌신으로 인해 메르스를 물리치는 데는 성공했지만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미지의 바이러스와 한바탕 전쟁을 치른 만큼 한순간에 붕괴된 국가방역체계를 튼튼하게 만들 수 있는 사후조치가 필요한 때다. 총체적인 반성과 개선의 시간이 다가온 셈이다.

메르스 발생 초기 국민들을 혼란과 불안감에 빠뜨렸던 ‘조변석개’ 혹은 ‘땜질식’ 감염병 커뮤니케이션 체계도 점검대상임은 물론이다. 메르스와 같은 신종 감염병이 언제 다시 대한민국을 뒤집어 놓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번 사태로 인해 잃어버린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노력도 당연히 뒤따라야 한다.

대국민 사과 필요…진보 위한 1보 후퇴 개념으로 봐야

우선 메르스 종식 이후 정부의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는 데 전문가들은 대체로 의견을 같이한다. 물론,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등 정부 인사들이 유감표명을 하기는 했지만 상황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감염병을 제대로 막지 못한 잘못을 진심으로 반성해야 민심을 달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공공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유재웅 을지대 의료홍보디자인학과 교수는 “이 정도 사안이라면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총리 수준에서 (대국민)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민들에게 사과할 부분은 사과하고 감사할 부분은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종섭 인포마스터 이슈컨설팅본부장도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부책임론이 얼마나 들끓었나. 주무부처 장관 등이 사과하기는 했지만 국민들의 가슴에 콱 박히는 것은 아니었다”며 “정부가 그런 부분을 너무 수세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 대국민사과를 향후 긍정적인 진보를 위한 1보 후퇴의 개념으로 보고 진솔하게 나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백혜진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한국 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장)는 “만약 사과를 말로 하지 않더라도 사태를 책임져야 할 사람이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것이 신뢰회복의 첫 단추를 끼우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백 교수의 말대로 사과는 메르스 사태로 잃어버린 국민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초보적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사과만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단번에 회복하리라는 기대는 순진한 발상이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의 악몽이 아직 남아있는 상황에서 터진 메르스 사태는 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차곡차곡 누적시킨 것이 사실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사태 초기였던 지난 6월 4일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휴대전화 50%+유선전화 50% RDD 자동응답 방식/응답률 6.1%/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8.3%가 정부의 메르스 관리 대책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국민신뢰 회복을 위한 지속적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소종섭 본부장은 “메르스 사태 이전과 비교해 정부가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제도적 변화와 향후 이뤄질 조치들에 대해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 국내 마지막 메르스 격리자가 격리해제된 지난달 27일 오전 열린 메르스 민관종합대응 t/f 회의. ⓒ 뉴시스

백혜진 교수는 “한번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는 굉장히 어려운데 지속적이고 일관된 소통의 노력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사태에서 정부가 정보를 충분히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신이 생겼는데 문제를 투명하게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위기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김영욱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메르스 종식 이후) 향후 어떻게 하면 위기 상황을 고치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져야 한다”며 “내재화형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보건당국이 평판을 매니지먼트 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제도는 물론 커뮤니케이션도 함께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신뢰 회복은 단지 정부나 정권의 평판관리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백혜진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에 대한 공중의 신뢰가 낮아 여러 가지 문제들이 제기된다”며 “특히 국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과 관련해 정부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은 공중의 생명까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심각한 피해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헬스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이귀옥 세종대 교수는 더 나아가 정보를 비공개했던 이유를 국민들에게 밝혀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 교수는 “감염병은 신종인 경우가 많아 사람들이 상당히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보건당국이 정보를 왜 충분히 공개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근거나 해명이 없다면 불신을 해소할 방법이 없다”고 꼬집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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