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실패공식⑤ 아무나, 함부로 커뮤니케이션 한다
위기관리 실패공식⑤ 아무나, 함부로 커뮤니케이션 한다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15.08.06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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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원칙 숙지, 홍보실로 창구 일원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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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실패공식① 커뮤니케이션하지 않는다
위기관리 실패공식② 타이밍을 놓친다
위기관리 실패공식③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않는다
위기관리 실패공식④ 커뮤니케이션에 ‘전략’이 없다

[더피알=정용민]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자들이 제일 취재하기 쉬운 기업이나 조직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해당 기업·조직 누구에게나 전화를 걸어도 내부 이야기를 술술 다 이야기 해주는 곳이다. 흔치는 않지만 취재하는 기자 입장에서는 이런 곳은 정말 노다지가 된다.

내부 역학관계를 보고 민감한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찾아도 취재는 한층 쉬워진다. 노조나 일선 직원 같은 경우다. 조금 기술적 질문을 하면 최초 거리감을 가지던 소스로부터 원하는 답을 술술 끌어낼 수 있다.

평소 전문가들은 이렇게 조언 한다. ‘심각한 위기가 발생한 때일수록 조직은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하지만 이게 가능한 기업이나 조직이 없다는 게 문제다. 필자는 현장에서 비상시 전 직원이 일사불란하게 한 목소리를 내는 기업을 본적이 없다. 한 목소리를 위해 아주 집중적인 미디어트레이닝이나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닝을 진행해 놓은 기업도 종종 실패한다.

통제된 환경에서 특정 주제를 가지고 인터뷰해도 핵심 임직원들은 제각각 목소리를 낸다. 본능적으로 말을 서로 맞추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경험이 많지 않고, 각자 생각이 다르다 보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그렇기 때문에 차선책이 필요하다. 하나의 목소리를 갖지 못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나온 차선책이 바로 ‘창구라도 일원화 하라’는 조언이다. 여기 저기 각자 말을 옮기고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산만하게 이야기하지 말고, 특정 이해관계자 담당 창구를 정해 각각 일원화하라는 주문이다. 그리고 평소 그 창구들을 대상으로 집중적 대변인 훈련을 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기업이나 조직은 이것도 힘들어 한다.

퍼즐 조각을 주지 말라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자들을 피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창구를 일원화 한다고 “홍보실에 연락하세요”하고 기자 전화를 뚝 끊어 버리라는 주문도 아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아무나 함부로 기자나 정부, 조사기관, 시민단체, 고객, 온라인공중,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마디씩 하는 건 위험하다는 의미다.

자신이 최고위 임원이라도 평시나 위기시 기자에게 문의가 오면 ‘현재 상황에 대한 큰 원칙’만 이야기하고, 자세한 것은 홍보실을 통해 공식적으로 전달 받으라 기자에게 가이드를 할 수 있어야 한다.

A라는 임원이 그렇게 이야기하고, B임원도 그렇고, 담당하는 C팀장도 그렇고. 여기 저기 아무리 전화를 돌려도 계속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되며 창구를 일원화하는 대응에 맞닥뜨리면 기자들은 갑갑해진다.

기업 입장에서는 최대한 공식입장만을 가지고 커뮤니케이션 관리를 할 수 있으니 이런 체계화는 당연한 것이다. 이 체계는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기업 커뮤니케이션 원칙이다. 별로 새로울 것이 없다.

이슈나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기업들은 기자를 비롯해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불필요한 말을 많이 전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 사람 저 사람이 기자에게 퍼즐 조각 같은 정보를 각자 커뮤니케이션 하는 거다.

취재원 여럿에게 대여섯 퍼즐 조각 정보를 받아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보면 기자는 그림이 그려지게 마련이다. 굳이 답 안 나오는 홍보실에 문의해 귀찮게 자료를 받을 필요도 없어진다.


예전 모 기업의 대표님은 이런 식으로 언론에 대응해 유명했다. 아침 출근길에 기자 전화를 받는 경우다. 민감한 주제에 대해 출근시간 내내 차량에 앉아 설명했다. 당연 기자에게 엄청나게 풍성한 ‘일용할 양식’을 대주신 셈이 됐다.

전화를 끊고 나서 대표는 회사 홍보임원에게 전화를 건다. “어… O이사, 방금 전 OO일보 O기자가 전화를 해 왔어요. 그래서 내가 OO건에 대해 좀 이야기를 했거든. 근데 이건 기사화되면 안 될 것 같아. 기사 좀 안 나가게 해보세요.” 홍보임원의 얼굴이 상상이 가나? 이런 체계는 반복하지 말자는 것이다.

요즘에는 기자에게 이야기해 놓고 “내가 언제 그랬나?”하는 오리발 대응도 불가능해지고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나서는 기자들도 언제든 녹취할 준비가 돼 있다. 얼마 전 총리 후보자 청문회 때도 확실하게 ‘녹취’의 폐해를 목격했지 않았나.

많은 미디어트레이닝 전문가들이 “내일 아침 신문 기사로 읽기 싫은 내용이 있다면, 입 밖으로 그걸 꺼내지 마세요”라 당부한다. 그런데 이게 또 어렵다. 자신의 입을 스스로 통제하면 되는데, 일단 입을 통제하지 못한 채 언론사와 기자를 통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업들이 한둘이 아니다.

공유, 훈련, 반복, 또 반복

기업 위기 시 창구 통제가 안 되는 전형적인 경우는 안전사고 때다. TV뉴스를 봐도 목소리를 변조 한 직원 인터뷰가 꼭 나온다.

기자가 이렇게 묻는다. “사고 원인이 뭐죠? 밝혀진 게 좀 있습니까?” 그러면 수화기 너머 직원의 변조된 목소리가 이렇게 대답한다. “시설이 워낙 노후화 돼서… 예전에도 몇 번 문제가 있었어요. 이번도 저번하고 똑같은 원인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이런 식이다.

회사에서는 뉴스가 나가고 나면 발칵 뒤집힌다. “누가 저 방송이랑 인터뷰한 거야? 저 목소리가 누구야?” 이런 소란이 일어나는 기업들도 많다.

이런 기업 홍보실은 한숨을 쉰다. “공장이나 지방 쪽은 사실 저희가 컨트롤이 안 돼요. 그쪽에서는 가능한 팩트들을 숨기려 하고, 지역에서 기자들이 전화 하면 대꾸들을 잘 해요. 그래서 그런 현상들이 반복됩니다.”

그렇다고 홍보실이 무기력하게 있어선 안 된다. 평소 강력한 가이드라인 공유와 대응 훈련 및 창구 일원화 연습을 시키고 환기를 해야 당연한 것이다.

최소한 일선 직원들에게 ‘기자를 비롯해 이해관계자들의 문의에는 이렇게 대응하고 홍보실이나 관계 부서로 연결시키라’는 가이드라인은 반복 교육해야 한다. 그래야 일선의 부주의한 커뮤니케이션이 문제가 될 때 ‘왜 회사의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았는가?’에 대한 추궁이 가능하고, 그에 기반한 인사 조치도 할 수 있다. 만약 그런 가이드라인 공유 노력이 없었다면 문제를 일으킨 직원에게 할 말이 없어진다.

위기가 발생 했을 때 사내에서 아무나 커뮤니케이션 하는 기업이나 조직은 대부분 평소 임직원들에게 적절한 가이드라인과 훈련을 시키지 못한 곳들이다. 기타 위기 시 창구를 관리 하지 못하는 이유들은 다음과 같다.

전 조직이 위기 시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개념을 따르지 못해서(SNS 포함)
창구 일원화 개념이 부족해서(강력한 원칙 부재)
내부적으로 대응 메시지가 효율적으로 공유되지 않아서
일부 최고임원들이 개인 생각을 회사의 공식 메시지와 혼동해서: “내가 뭐 못 할 말 했어?”
언론의 취재 전략과 기술에 넘어가서
조직이 훈련되지 않아서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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