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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PR, ‘북극곰’ 수준 넘어서자[헬스커뮤니케이션닥터] 먼 나라 얘기서 ‘내 문제’로…커뮤니케이션 전략 수정 불가피
  • 김동석 엔자임 헬스 대표
  • 승인 2015.08.1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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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김동석] 올해도 예외 없이 무더운 여름을 맞고 있다. 매년 여름마다 기상 관측 이래 최고의 폭염이라는 식의 보도를 접하게 된다. 지난 100년(1906~2005)간 지구의 평균 기온은 0.74도 올랐다고 한다. 지구의 온도 상승은 폭염, 가뭄, 태풍, 폭우, 폭설 등 전 세계적인 기상이변으로 나타나고 있다.

   
▲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되는 등 찜통더위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수돗가에서 참새가 목을 축이고 있다. 사진: 뉴시스
이런 기후변화는 해수면 상승, 사막화 등을 초래해 인류에 현실적인 위협이 되고 있기도 하다.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해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기후난민 문제는 해당 국가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남태평양 투발루(Tuvalu)는 9개 섬 중에서 2개가 이미 가라앉았고, 정부는 이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방글라데시 역시 해수면 상승으로 2050년까지 국토의 17%가 침수되고 약 2000만명의 기후난민이 발생할 것이라는 경고가 있기도 하다.

기후변화는 생태계, 농업, 산업, 경제 활동 등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 이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는 그 동안 ‘지구’와 ‘환경’이라는 거대한 틀 안에 갇혀 대중 속으로 충분히 확산되지 못한 면이 있다.

특히 기후변화가 인간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논의는 많지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 ‘지구 살리기 캠페인’이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정작 기후변화가 바로 내 눈앞에 놓인 나의 생존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한반도 아열대화, 신종 질병 확산 우려

기후변화는 이미 직간접적으로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폭염, 자연재해, 감염병 등 기후변화로 인한 사망자가 세계적으로 연간 16만명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인도에서는 이미 몇 달 전부터 50도가 넘는 폭염으로 200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고, 파키스탄 역시 현재 10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내고 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2003년 유럽에서는 7만여명이 폭염으로 숨졌다. 미국의 경우 매년 평균 240명 이상이 폭염과 관련해 목숨을 잃고 있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 따르면 폭염으로 인한 국내 사망자가 연간 10여명씩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2050년에는 134명까지 늘 것 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 기후변화 하면 빠지지 않는 상징물이 북극곰이다. 사진:AP/뉴시스

폭염은 일사병, 열사병, 심뇌혈관질환을 상승시킨다. 기온이 상승하면 혈관이 확장되고 혈압이 떨어지게 돼 허혈성 뇌졸중이 생길 수 있다.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노화, 피부암, 백내장 등의 건강 문제도 초래할 수 있다.

한반도 기후의 아열대화 역시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특별한 온실가스 저감 노력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2050년, 불과 35년 후면 한반도의 평균 기온이 3.2도 상승한다는 전망도 있다. 이렇게 되면 아열대 기후가 내륙을 제외한 전국으로 확산되고 제주도와 울릉도 등 섬 지역에는 겨울이 사라지게 된다.

겨울철이 따뜻해지면 해충과 바이러스가 죽지 않아 전염병이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의 아열대화는 뎅기열, 쯔쯔가무시병, 말라리아 등의 국내 유입과 확산을 예고하고 있다.

몇 년 전 제주도에서 열대·아열대지방 풍토병인 뎅기열을 전파시키는 ‘흰줄숲모기’ 유충이 발견돼 보건강국을 긴장시킨 적이 있다.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국내에서도 토착 뎅기열 발생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로 가을철에 진드기 유충에게 물려 감염되는 발열성 질환인 쯔쯔가무시병이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발생이 급증하고 있는데, 온난화로 여름이 길어지면서 이 병을 매개하는 진드기 개체수가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열대야 일수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여름철 열대야 등으로 잠을 못 이룰 경우 당뇨, 고혈압, 심장질환, 관절염, 호흡기 질환을 가지고 있는 노인들에게는 병세가 악화될 수 있다. 기후변화의 건강영향은 여름철에만 그치지 않는다. 겨울철에도 이상기후가 계속되고 있고, 겨울철 온도가 갑자기 낮아질 경우 심뇌혈관에 영향을 미쳐 관련 질환자가 늘어날 수 있다.

기후변화, 생활 속 건강 문제로 끌고 와야

상황이 이러함에도 기후변화와 관련된 커뮤니케이션은 ‘북극곰’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후변화 하면 빠지지 않는 상징물이 북극곰이다. 지구온난화로 서식지가 사라지면서 전 세계에 2만여 마리 밖에 남지 않게 된 북극곰은 2008년 멸종위기 종으로 분류됐다.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의 상징이자 환경파괴의 상징으로 북극곰은 훌륭한 소재가 되고 있다.

하지만 뉴스의 속성이 그러하듯 사람 심리 역시 먼 나라의 큰일보다 나에게 임박한 자그만 위험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런 면에서 지구와 인류의 생존을 강조하는 기후변화 커뮤니케이션의 기본 전략에 대한 수정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지구온난화’를 주제로 지난 2012년 선보인 공익광고.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범세계적 이슈에 대비하고 호응하기 위한 국가적 노력도 필요하지만, 이런 거대한 담론일수록 대중의 관심과 행동변화를 끌 내기 위해서는 개인화된 생활형 아젠다와 접목돼야 한다.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생활 속 건강 문제’를 기후변화의 중요한 아젠다로 끌어 들이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즉, 북극곰의 멸종 못지않게 내 안방에 들어와 언제 뎅기열을 일으킬지 모르는 ‘흰줄숲모기’의 임박성을 강조해야 한다. 개개인에게는 남태평양의 가라앉는 섬들과 방글라데시의 기후난민의 현실보다 쯔쯔가무시병의 확산과 열대야의 증가로 인한 수면장애가 야기할 수 있는 건강 영향이 더 중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 이슈는 주로 전 지구적, 전 인류의 생존 문제로 커뮤니케이션 돼왔다. 기업 차원에서는 값비싼 친환경 제품을 만들어 이윤을 창출하거나, 기업의 사회 공헌과 같은 공익적 활동에 활용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녹색성장이라는 키워드로 국가의 발전과 성장이라는 정치적 논리로 포장돼 한 정권을 풍미하기도 했다.

이제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 문제가 세계적·정치적·경제적 문제에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기후변화가 우리의 ‘생활 속 건강’에 현실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해 북극에 머물러 있는 대중의 인식을 우리 안방으로 보다 가까이 끌고 와야 한다. 개인화된 메시지는 결국 더 많은 대중의 행동 변화를 부르고, 기후변화 대응과 궁극적으로는 지구 환경 개선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김동석

헬스커뮤니케이션 전문회사 엔자임 헬스(Enzaim Health) 대표

 

김동석 엔자임 헬스 대표  thepr@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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