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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_수_없이_가벼워지는_브랜딩+1
#참을_수_없이_가벼워지는_브랜딩+1
  • 정지원 jiwon@jnbrand.co.kr
  • 승인 2015.08.13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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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텔링1+1] OO만 있다면 괜찮아. 조금 가벼워져도

브랜드텔링 1+1이란..?
같거나 다르거나, 깊거나 넓거나, 혹은 가볍거나 무겁거나. 하나의 브랜딩 화두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과 해석.

[더피알=정지원] 드라마도, 다큐도 심지어 뉴스마저도 예능화되는 ‘전반적인 예능화’의 경향은 비단 방송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진지함보다는 가벼움을, 무게감보다는 캐주얼함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광고나 브랜딩의 영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소위 ‘병맛’의 외길을 걸어온 남성 듀오 ‘노라조’의 광고 구걸송은 도미노피자, 홈플러스 등 몇몇 브랜드의 선택을 받고 실제 광고로 연결돼 오랜 꿈을 이루기도 했다. (관련기사: 동네 가게 위한 노라조의 ‘헌정 CM송’ 첫 주인공 탄생)

▲ 도미노피자는 남성 듀오 ‘노라조’의 광고 구걸송을 활용한 영상을 선보였다. 사진: 도미노피자 유튜브 영상 캡처.

이들의 콘셉트를 고스란히 구매한 브랜드들의 광고는 당연히 가볍고, 병맛스럽고, 노골적이며, 무엇보다도 재미있다. 이들이 과연 광고를 찍을 수 있을까 없을까 유심히 지켜봤던 소비자들은 2분에 육박하는 꽤 긴 광고영상을 끝까지 보게 되고 자연스럽게도 이 재미를 주변에 열심히 전파한다. 이 뿐이랴, 개그맨 유세윤은 ‘광고100’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의도적으로 퀄리티를 낮춘 비주얼, 스낵처럼 소비되는 가벼운 광고만을 만들겠다고 한다.

수요가 다양해지면서 새로운 콘텐츠 중심으로 돌아가는 브랜딩 경향은 점차 다변화,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그 ‘가벼움’의 스펙트럼으로 브랜드를 관리하는 입장에서 우려가 공존하는 것 역시 사실이다.

가볍게 소비되는 브랜딩이 의외의 주목을 받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인데, 브랜딩이 가벼워진다는 것은 ‘병맛’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듯 형편없고 어이없는, 마치 불량식품처럼 해로운 줄 알면서도 잠시 즐기고 마는 그런 것일 뿐일까?

뻔한 질문에 뻔하지 않게

솔직히 소비자는 기본적으로 브랜드 메시지 따위에 관심이 없다는 점, 그러나 세상에 봐달라고 나와 있는 브랜드 메시지는 이미 너무도 많다는 점, 바로 이 점이 ‘가벼워지는 브랜딩’ 경향을 가속화시키는 포인트다. 이 ‘브랜드는 뭐지?’라는 뻔한 질문에 뻔하지 않은 대답을 하려면 기존 브랜드들의 다소 포장된 이미지의 전형성을 깨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금융 브랜드 메시지의 전형적인 인식이라면 무엇보다도 신뢰, 그리고 안정성일 것이다. 그렇다 보니 상당히 많은 금융회사의 컬러, 이미지, 핵심가치가 비슷비슷해 보인다.

최근 KDB대우증권은 이런 고정된 금융기업 브랜딩의 틀을 과감히 깨고 능히 ‘병맛’이라 여길 수 있는 파격적인 형식으로 기업 브랜딩을 전개한다. (관련기사: 현철과 손잡은 대우증권,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광고인 듯 광고 아닌 예능과 음악 등의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들이 가미되면서 그들의 브랜드 메시지 ‘Think you very much’는 묘하게도 현철의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과 조화를 이룬다.

▲ 기존 메시지를 더욱 파급력 있게 만들어준 kdb대우증권의 현철 x 나몰라패밀리. 사진: 유튜브 영상 캡처.

‘Think you very much’는 이미 2년여 전부터 지속적으로 노출했던 메시지이지만, 이번 브랜딩을 통해 확실히 더 가볍고 쉬우면서 더욱 독특하게 와닿게 됐다. 보다 더 뻔하지 않은 형식을 찾아 공감대를 얻게 됐을 때 메시지의 힘은 더욱 커진다. KDB대우증권이 선택한 가벼움에 대한 취지는 그들의 랩을 통해 친절하게 얘기하지 않던가? “복잡한 세상, 금융이라도 쉽게.”

젊은 그들에게 가장 빨리 스며들기

소위 B급 코드가 가장 먼저 시작되고 대중화된 분야는 단연코 ‘만화’다. 황당한 웃음으로 네티즌들의 사랑을 받았던 <목욕의 신> <마음의 소리> <패션왕> 등은 이미 장르를 넘어서 다양한 콘텐츠로 확대되고 있다. (관련기사: 미생은 어떻게 콘텐츠 화수분이 됐을까)

일단 젊은 층을 중심으로 형성된 호응은 영화, 드라마, 예능 등에 응용되면서 다양한 타깃 층으로 확산되고 있다. 브랜딩에 있어서 ‘가벼움의 경향’ 역시 단연 젊은 층에게 훨씬 더 파괴력 있게 전파되고 호응과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코드이다. B급 코드 만화의 확장공식처럼, 브랜딩에 있어서도 젊은 층에 가장 빨리 스며들겠다는 목표가 있다면 분명 해볼 만한 시도이다.

그런 면에서 배달 앱부문 1위인 ‘배달의민족’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아한 형제들의 마케팅은 젊은 층에게 정조준해 제대로 된 병맛 마케팅을 모범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볼 수 있다.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누구’에게 어필할 것인가에 대한 그들의 분명한 전략을 들어보면 그들의 키치스러운 언어, 서체, 광고 등이 조금은 다르게 보일 것이다.

“배달음식은 누구나 먹지만, 주문은 대부분 막내들이 하잖아요? 회사의 막내, 대학생들이 대부분 주문하는 역할을 맡죠. 그럼 그 친구들의 사랑을 받아야 하죠. 그래서 ‘배달의 민족’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 태도, 말투 등은 모두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에게 맞췄어요. 저희는 타깃을 뾰족하게 선정해 오직 그쪽만 공략하죠. 그게 ‘우아한 형제들’의 핵심전략이라고 할 수 있죠.” -우아한 형제들 마케팅 이사-

지속가능한 맥락을 품고 있는가

방송계의 대표적인 B급 코드 프로그램 SNL의 PD는 얘기한다. 너무 개연성 없이 엉뚱하게 진행되는 코미디의 경우 처음에는 시청자들이 웃지만 점점 식상해 한다는 것이다. 코미디에 있어서도 기본 스토리, 즉 맥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벼움’에 근거가 되는 ‘왜(Why)’에 대한 맥락이 설명되는 브랜드냐 아니냐는 그 지속성과 ‘결국 브랜드로 남느냐’라는 관점에서 중요한 차이를 만든다.

매번 발표와 함께 뜨거운 화제에 오르곤 하는 일본 닛신(Nissin)식품이 최근 선보인 카레메시(덮밥) 광고는 이번에도 독특한 캐릭터를 등장시켜 제품의 맛과 조리법을 재미있고 엽기적으로 표현하면서 많은 젊은이들의 호응과 주목을 받았다. 닛신식품의 병맛 시도는 건담 시리즈, 탑 뮤지션 시리즈 등 그 역사가 화려하다. <아래 영상 참고>


그러나 이들의 충격적이고 엽기적인 연출의 병맛 코드가 실은 상당히 진지하고 꼼꼼하게 정리된 그들의 기업 미션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은 아는 사람만 아는 사실이다.

‘우주에서 먹을 수 있는 라면’을 구상하고 실현했던 창업자 안도 모모후쿠가 그의 일생에서 추구한 것은 ‘식품 콘셉트를 뛰어넘는 완전히 새로운 창조적 생각’이었다. 닛신식품의 현재를 만들어준 핵심가치 중 하나인 ‘아직 없는 것을 찾는다’는 오늘날 그들로 하여금 강도 높은 가벼움으로 끊임없이 충격과 새로움을 만들어 내게 하는 엔진인 셈이다.

Why so serious?

브랜딩이 가벼워지는 이슈도 결국 핵심은 ‘맥락’에 있다. 맥락을 아는 것 자체가 비즈니스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물론 이러한 시도들에서 플랫폼 아이디어 혹은 세계관이 담긴 빅 아이디어를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브랜드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벼워졌다 해서 그 가치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두려움으로 인해 시대의 감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정체된 브랜드는 더 이상 소비자들에게 의미 있는 브랜드로 자리 잡기 힘들어질 것이다.

공감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에 지속적으로 소비자들의 희로애락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감대를 얻어내는 예측불가의 새로움을 추구하는 브랜드, 기특하지 않은가 말이다. 뭐 그리 심각할 것 있을까? “Why so serious?”

정지원
스톤 브랜드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

브랜드메이저 대표를 역임하고 현재 스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즈에서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브랜딩 솔루션을 찾느라 골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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