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자토크
‘광복 70주년’ 대한민국의 5가지 풍경…당신에겐 어떤 의미입니까[기자토크] 축제 그 이상, 광복이 주는 ‘소통’ 가치 되새길 때

#1. 정부가 11일 국무회의를 통해 광복절 전날인 14일 금요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광복 70주년을 기념하고 내수경기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취지다. 메르스 사태도 종식됐고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은 시점에서 찾아온 황금연휴다.

급작스러운 임시휴일에 대한 이견도 있지만, 많은 직장인들은 예상치 않게 찾아온 휴일에 반색하고 있다. 연휴를 즐길 계획을 세우느라 분주한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정부는 14일 전국의 모든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키로 했다.

   
▲ 서울톨게이트에 설치된 광복70주년 기념 통행료 면제 안내판 ⓒ뉴시스

#2.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등 톱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 <암살>이 흥행몰이 중이다.

1930년대를 배경으로 친일파를 처단하기 위한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을 그린 이 작품은 실제인물과 허구인물을 적절히 조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화려한 액션장면과 시대배경을 완벽하게 그려낸 세트, 그리고 요소요소에 가미된 개그코드 등 재미 면에서 큰 손색이 없는 작품이지만 소재가 소재인 만큼 무작정 가볍지만은 않다.

오히려 <암살>이 흥행하면서 그간 역사 저편에 머물러있던 독립운동가들의 노력과 친일행위, 반민특위 등 묵직한 주제들이 다시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잘 만들어진 영화 한 편이 잊고 지낸 현대사의 편린들을 끄집어 낸 매개체가 된 셈이다. <암살>은 곧 100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다.

   
▲ 영화 <암살>의 한 장면./사진:쇼박스미디어플렉스

#3. 반세기도 더 된 조부의 친일행각을 국민 앞에 공개 사죄한 손자의 스토리가 화제다. 주인공은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홍 의원은 12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친일과 망각’을 보았습니다. 친일 후손으로서 사죄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 조부의 친일행적을 사과한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의 글./사진:홍영표 의원 홈페이지 캡처
이 글에서 홍 의원은 자신의 조부가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돼 있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그간 독립유공자 예우에 대한 법률 개정안을 내고 민족정기사업에 힘을 보탰지만 정작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을 만나면 웃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민족정기사업으로 칭찬을 받았을 때에도 부끄러움에 그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고 술회했다.

홍 의원은 “조부의 친일행적에 다시 한 번 사죄드립니다. 피해를 입고 상처받은 모든 분들께 거듭 용서를 구합니다”라며 “저 역시 사실이 아니었으면 좋겠지만, 제가 조부님을 선택할 순 없는 일이겠지요. 앞으로도 평생, 민족정기사업에 더욱 힘을 바치겠습니다”라는 말로 글을 마무리했다. SNS상에는 홍 의원의 솔직한 고백에 박수를 보내는 네티즌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4. 서울의 중심 광화문. 커다란 태극기로 수놓은 건물들이 유난히 눈에 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사옥에 대형 태극기를 내건 기업과 언론사들이다. 광화문 거리가 이렇게 태극기 물결로 뒤덮인 것은 월드컵 거리응원 정도를 제외하면 흔치 않은 일이다. ‘일본기업이냐’는 비판을 받고있는 롯데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약 1억원을 들여 초대형 태극기를 내걸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광복절 연휴를 맞아 전국 5대 광역시에서 한류스타 콘서트와 불꽃쇼가 가미된 ‘광복 70년 신바람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할인행사 등 이른바 ‘광복절 마케팅’을 펼치는 기업들도 적지않다.

국내 주요 일간지의 지면에는 이달 들어 광복 70년을 조망한 기획기사들이 이어지고 있다. KBS가 주최하는 대형 콘서트 ‘국민대합창-나는 대한민국’을 비롯해 방송사마다 다양한 광복절 특집 프로그램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 태극기물결을 이룬 서울 종로구 세종로 일대. ⓒ뉴시스

#5. 남북간 군사적 긴장감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지난 4일 비무장지대에서 우리 장병 2명이 북한이 설치한 지뢰에 의해 큰 부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11년만에 재개했고 이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군은 북한군의 동향을 보다 원활하게 관찰하기 위해 비무장지대의 잡목을 태우는 화공작전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처해 나가는 동시에 평화를 구축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38선’이 그어지면서 남과 북이 갈라진지도 벌써 7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남한과 북한은 현재 전 세계에서 유일한 공식적 분단국가로 남아있다.

광복 70주년 보는 다양한 시선들

2015년 8월, 대한민국은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있다. 36년의 고통스러운 일제강점기를 지나 1945년 8월 15일 나라를 되찾은 지 벌써 70년이 흘렀다.

광복 70주년의 의미와 이를 바라보는 여러 시선. 누군가에게는 ‘축제’가 되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역사’의 무게로 다가설 것이다. 혹자는 단지 ‘휴일’ 이상의 의미를 찾지 않을 수 있다. 아니면 별다른 생각 없이 광복 70주년을 맞이할 지도 모른다.

광복 70주년을 관통하는 사회적 담론도 다양하다. 화합을 이야기하는 이도 있고 애국심을 강조하는 이도 있다. 아직 청산되지 못한 과거사를 언급하는 이도 있지만 미래지향성을 말하는 이도 있다. 일본 아베정권의 반성 없는 태도를 힐난하는가 하면 한일관계 개선을 바라는 목소리도 있다.

굳이 ‘70’이라는 상징적인 숫자가 아니더라도 광복절은 온 대한민국이 경축하고 되새겨야 하는 날임에 분명하다.

다만, 현 시점에서 광복이 주는 의미를 한번쯤은 곰곰이 생각해봤으면 한다. 지금으로부터 70년 전 광복을 우리민족에게 남겨졌던 숙제는 다시 찾은 나라를 어떻게 새롭게 만들어나가느냐는 고민이었을 것이다.

환희는 잠시였을 뿐, 곧 혼돈이 찾아왔다. 정치적 논리와 개인, 혹은 조직의 논리에 따라 사람들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그리고 해방의 기쁨을 만끽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분단의 비극이 찾아왔다.

물론 여기에는 강대국의 이해관계와 이념의 간극이 상당부분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소통부재도 빼놓을 수 없는 원인이다. 각 세력마다 목소리를 높일 줄은 알았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관용을 베풀고, 대화를 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대신 백색테러와 적색테러 같은 폭력이 이 땅을 지배했다. 광복의 의미는 자연스럽게 퇴색했다.

   
▲ 지난 7월 16일 일본 언론인들을 만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뉴시스

70년의 세월 동안 많은 것이 바뀌었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던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국제무대에서 제법 대접을 받는 위치에 올랐다. 올림픽과 월드컵을 개최했고 우리가 만들어낸 문화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한류의 시대도 열렸다.

하지만 소통부재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우리사회의 큰 숙제다. 해방 당시의 혼돈만큼은 아니지만 반목과 갈등이 상존한다. 지역감정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진보와 보수의 해묵은 논쟁은 지금도 유효하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처럼 국민이 정부를 믿지 못하는 상황도 심심치않게 벌어진다. 1945년 8월 15일을 재차 돌아보고 현재 우리사회의 소통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광복 70주년을 마냥 축제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돌아봐야 할 것은 또 있다. 광복은 독립 쟁취를 위해 싸웠던 수많은 의인들의 피와 땀을 딛고 이뤄낸 것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김구, 윤봉길, 안중근 같이 비교적 잘 알려진 독립운동가들도 있지만 만주의 산야에서, 경찰서 고문실에서 스러져간 수많은 이들의 이름을 우리는 기억하지 못한다.

마땅히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할 그들이지만 어느샌가 잊혀진 존재가 돼버렸다. 상당수의 독립운동가 자손들이 빈곤을 겪고있는 상황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꽃다운 나이에 만주로, 동남아로 끌려가 일본군의 성노예로 살아야 했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도 보다 폭넓은 관심이 필요하다. 지난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가 처음으로 위안부의 실상을 증언한 이후 24년이 흘렀다. 그 사이 많은 할머니들이 한많은 세상과 작별을 고했다. 지난 8일에는 박유년 할머니가 93세를 일기로 영면하셨다.

이제 남은 생존자는 40여명에 지나지 않는다. 해방의 기쁨과는 별개로 고통의 세월을 살아왔던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듣지 못한 사람들은 아직도 상당수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할머니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광복 70주년’의 의미도 더욱 깊어지지 않을까. 그리고 그 관심이 단지 1회성에 그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저작권자 © 더피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용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