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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법고시 삼수생의 자기 고백[20's 스토리] 나는 법대생이다 by 김성현
승인 2015.08.17  14:59:25
김성현  | thepr@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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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김성현] 고교 시절부터 대한민국 검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검사는 권력을 가진 직업이다. 그러한 권력으로 내 가족, 내 친구, 내 사람들을 지켜주고 싶었다. 그 하나가 나를 법대로 이끌었다. 하지만 법학과에 대한 주변의 시선이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판사와 검사, 변호사는 돈만 밝히는 사람들이 원하는 직업이라는 생각을 갖는 이들이 다수였기 때문이다.

   
▲ 자료사진. ⓒ뉴시스

법학과에 진학한 후 곧장 고등학교 시절 목표였던 사법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교수님들과 상담을 하고 각종 수기를 찾아 읽으며 살았다. 1학년부터 이렇게 준비했으니 합격은 자연스레 이루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만나는 친구, 선배, 동생 모두에게 “나는 대한민국 예비검사다”라고 떠들고 다녔다.

2012년 사법시험 응시자격을 갖춘 후 본때를 보여주리라 마음 먹었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시험에 떨어졌다. 아니 정확히는 시험을 보지 못했다. 접수기간이 이틀 지난 후에 공지를 확인하는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시험 접수도 못해보고 나의 첫 시도는 날아가 버렸다. 친구들과 친척들은 시험 볼 자격도 없다며 비난했다. 정말 어이없고 가슴이 아팠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2013년 사법시험은 접수기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2~3일에 한 번씩 공지를 확인하며 접속했다. 지인들도 ‘또 놓치지 마라’며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렇게 접수하는 데 성공했다. 고사장은 단대 사대부고였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배정 받은 것에 기뻐하며 시험장에 갔다. 나보다 어리거나 또래로 보이는 사람은 소수였고, 대부분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로 보였다. 시험장에는 경찰관도 돌아다녔고 저마다 다양한 교재, 노트 등으로 공부 중이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합격할 거라는 기대로 임했으나 나의 첫 도전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2014년 사법시험은 접수기간이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라는 생각으로 준비한 두 번째 시험이었다. 이번에는 성수공업고등학교였고, 어머니께서 동행해주었다. 물론 어머니와 함께 한다는 것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지난 시험에서 난이도를 체감하면서 불안감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미소를 지으시며 ‘합격할거야! 겸손하지 않아도 돼!’라고 고사장까지 도착하는 내내 주문하듯 말씀하셨다. 이게 나로 하여금 더 부담을 주었다. 결국 불안은 적중했다. 2차 시도도 불합격이었다.

2015년 시험은 졸업을 앞둔 마지막이라 더욱 긴장 속에 준비한 것 같다. 게다가 25세라는 나이에 병역의무도 하지 않은지라 그야말로 ‘똥줄’이 탔다. 이런 와중에 학부 교수님께서 대학원 진학을 제안하셨다. 요약하자면 이번에 사법시험에 합격한다는 보장도 없이 도전했다가 낙방하면 26세에 학사 학위 하나 가지고 입대해야 하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 석사 학위라도 따고 가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썩 기분 좋은 제안은 아니었다. ‘네가 내년에 붙을 것 같니?’라고 해석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변 선배와 어른들의 고견을 참고한 결과 그렇게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었다. 결국 대학원 접수 마감 이틀 전에 진학을 결심하고 부랴부랴 서류, 면접 등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면접을 본 세 개 학교 중에 두 곳에 합격했다. 대학원에 진학했다는 안도감 때문일까. 2015년 시험 또한 불합격의 고배를 마셨다.

지금 법대생들의 진로는 어떠할까? 전국적인 추세를 알 수는 없으나 내 주변 법대생들을 기준으로 하면 공무원이 1위, 전문 자격 취득이 2위 정도다.

비(非)법학 전공자들도 공무원을 준비한다는 점에선 동일하다. 차이가 있다면 비법학생은 대학 진학 시엔 다른 진로를 꿈꾸다 고학년이 되면서 과도한 취업경쟁률, 저학력·저스펙 등의 걸림돌로 인해 마지못해 공무원의 길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에 비해 법대생들은 입학 때부터 이미 공무원을 준비하려는 분명한 목적을 갖는 학생이 적지 않다.

법학 전공이 아닌 고등학교 동창들의 경우를 보면 졸업 내지 취업한 선배들이 학교에 와서 취업 특강, 면접 특강, 자소서 특강 등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고 한다. 이에 반해 법학과는 공무원 시험, 전문자격 시험 합격을 위한 특강이 주를 이루고 있다.

법대생들은 3학년 또는 4학년 즈음에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도 보이질 않는다. 어디로 실종된 것일까?

공무원 시험의 메카라고 불리는 노량진에 가면 그들을 찾을 수 있다. 공무원 시험이나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법대생들은 졸업 전에 합격을 노리며 휴학한 후, 노량진 또는 신림동 고시촌으로 거처를 옮긴 뒤에 학원을 등록하거나 독학을 하면서 목표를 향한 경주를 시작한다. 1~2년 안에 승부를 본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무시 못 할 수만큼 많다. 수험기간이 길어질수록 부모님의 눈치가 보이는 것은 다른 취업준비생과 다르지 않다. 생활비, 학원비 등 학교를 휴학을 했다고는 하나 그에 맞먹는 비용이 들어간다.

‘취업난’이라는 단어를 고등학교 때부터 들어왔다.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아서 여전히 내 귀에 취업난이라는 단어가 들려온다. 지금은 소위 명문대라고 해서, 또 의대나 법대라고 해서 미래가 100% 보장된다고 말할 수 없는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015년 8월, 나는 요즘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으며 지내고 있다.

현실과는 다르게 하고 싶은 것이 정말 많다. 국내 또는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해 교수로서의 삶을 시작하든, 다른 법학도들처럼 공무원이나 전문자격시험을 응시하든, 아니면 이전까지 준비해오던 (마지막) 사법시험을 응시하든 여러 갈래의 길이 있다. 무엇 하나 탄탄대로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하나의 길을 택하는 것보다 고민은 되더라도 여러 가지의 선택지가 있음에 지금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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