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스포츠를 연결시키자”
“일상에 스포츠를 연결시키자”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5.08.19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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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브리온컴퍼니 임우택 대표

[더피알=박형재 기자] 지난해 2월11일. 이규혁 선수가 대중에게 선사한 감동은 금메달이 주는 그것과 사뭇 달랐다. 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1000m 경기에서 그가 세운 기록은 21위. 차가운 얼음판 위에서 모든 것을 쏟아낸 그는 그대로 쓰러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아무도 그를 비난하지 않았다. 36세의 나이에 한국 최초로 여섯 번째 올림픽에 도전했고 묵묵히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냈기 때문이다. 은퇴 경기를 마친 이규혁이 눈물 대신 환히 웃을 때 마지막을 함께한 사람이 있었다. 그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임우택 브리온컴퍼니 대표다.

▲ 임우택 브리온 컴퍼니 대표. 사진: 성혜련 기자

두 사람의 인연은 묘한 계기로 시작됐다. 2010년 벤쿠버올림픽 당시 이상화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낼 것 같아 캐나다로 날아갔는데, 이상화는 만나지 못하고 이규혁만 연락이 닿았다.

메달 획득에 실패하고 좌절한 이규혁을 보면서 임 대표는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고 재도전하자고 격려했다. 결국 6번째 도전도 실패로 끝났지만, 의미 없는 일은 아니었다. 30대 중반의 나이를 극복하고 기록 단축을 위해 노력한 선수의 발자취는 큰 울림을 남겼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선수가 최선을 다했다고 느끼면 메달을 못 따도 만족하는 경우가 많아요. 반면 우리나라는 꼭 1등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심하죠. 메달권에 들지 못했더라도 세계 최고를 향해 도전하고 노력하는 모습만으로 충분히 감동입니다.”

이규혁의 스토리는 네이버에 ‘소치노트’라는 일기 형태의 기사로 연재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규혁의 인터뷰를 통해 선수촌에선 누가 어떤 음식을 먹고, 누굴 만나고, 경기가 없는 날엔 무얼 하는지, 또 김연아나 이상화, 모태범 같은 지인들과 어울린 이야기 등을 흥미롭게 풀어낸 것이다.

“네이버와 공동기획으로 선수촌 뒷이야기를 소개했는데 반응이 대단했어요. 매번 50만건 이상 조회수를 기록했고, 이걸 기반으로 나중에 책도 출간했죠. 이규혁 선수도 은퇴 이후 기업 강연을 많이 다니고, TV에도 출연하게 돼 보람 있는 작업이었어요.”

가슴 뛰는 일에 대한 동경

브리온컴퍼니(이하 브리온)는 국내 몇 안 되는 스포츠마케팅 기업이다. 스포츠마케팅은 크게 인하우스(대기업 계열) 에이전시와 스포츠마케팅 전문회사에서 진행하는데, 후자 쪽은 10여곳에 불과하다. 보통 제일기획은 삼성의 올림픽 프로그램을, 이노션은 현대자동차의 월드컵 프로젝트를 돕는 식으로 이뤄진다.

브리온의 주요 업무는 스포츠마케팅과 스포츠용품 유통 및 스포츠 펍(Pub) 운영이다. 구체적으로 스폰서십, 이벤트 프로모션, 스포츠PR, 선수매니지먼트 등을 진행하고, 나이키와 뉴발란스, 아식스 베이스볼의 총판권을 갖고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500여곳의 매장에 야구용품을 납품한다. 또 잠실에 스포츠 경기중계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임우택 대표가 스포츠마케팅에 뛰어든 것은 이규혁과의 만남처럼 우연에서 비롯됐다. 대학 졸업 후 사법고시를 몇 년간 준비하다 실패하고 아는 선배가 창업한 스포츠마케팅 회사에 합류한 것. 9년 정도 같이 일하다 2011년 독립해 브리온을 세웠다.

“어릴 적부터 막연히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어요. 아버지와 캐치볼하던 기억, 처음 자전거를 배웠던 순간, 중학교 때 쉬는 시간에 도시락 까먹고 점심 내내 농구하던 기억들. 스포츠의 키워드는 도전, 열정, 극복 이런 거잖아요. 스포츠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일상으로 끌어들이고 이를 통해 사람들을 즐겁고 건강하게 만들자는 비전을 세웠죠.”

진심이 통해서일까. 직원 2명으로 시작한 브리온은 5년 만에 직원 28명으로 불어났다. 선수 매니지먼트도 기존 선수들이 연결고리가 돼 나날이 확장됐다. 현재 이규혁을 비롯해 이상화, 박승희(스피드 스케이팅), 권선우(스노보드), 최정(SK와이번스), 정근우(한화이글스) 등 10여명이 브리온에 소속돼 있다.


“매니지먼트는 선수 훈련시간을 절대 방해하지 않는 원칙을 세우고 있어요. 대신 경기 외적인 부분을 도와주죠. 부상을 당했을 때 연계 병원에서 재활을 돕는다든가, 법적 문제, 세무관련, 투자관련 자문을 지원합니다. 선수의 특성을 파악해 캐릭터를 뽑아내고, 그걸 극대화시키기 위해 어떤 방법이 좋을지도 고민하고요. 선수의 가치와 이미지를 높여 수익을 얻도록 돕는 거죠.”

그는 또 “선수와 교감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며 “이규혁 선수를 처음 만났을 때 가슴이 먹먹했던 건 오랫동안 준비한 시험에서 떨어지고 꿈은 사라진 상황,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막막했던 2000년대 초반의 제 모습이 스쳐갔기 때문”이라는 사연을 들려주기도 했다.

브리온에서 선수매니지먼트 못지않게 중요한 업무는 스포츠컨설팅이다. 기업이 스포츠를 통해 브랜드를 알리고 홍보효과를 얻는 모든 과정을 돕는다. 예컨대 기업이 야구를 활용해 브랜드를 알리고 싶다고 제안하면 해당 야구단을 연결해주고 마케팅 비용 산출 및 홍보전략 수립, 실제 진행시 유의점 등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준다.

도전, 열정, 스포츠정신

역으로 스포츠마케팅 권리를 확보해 기업에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 류현진 선수가 있는 LA다저스의 경우 브리온에서 미리 구단에 마케팅 권한을 확보하고 기업들에 홍보효과를 설명해 계약을 이끌어낸 케이스다. LA에는 한인 교포가 많고 MBC를 통해 지상파에 노출되니 비용대비 효과가 크다고 설득한 것이다.

“스포츠가 갖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선수와 대회, 스포츠 자산들을 활용해 자연스러운 스토리를 만들고 기업 브랜드와 연계해 결과물을 얻어내는 그런 일들을 하고 있어요. 일반인의 레저 시간이 많아지면서 보는 스포츠에서 하는 스포츠로 움직임이 변하는 것도 주목할 만한 트렌드입니다.”

▲ 스포츠마케팅 기업답게 브리온컴퍼니 사무실 내에는 각종 스포츠 관련 용품들이 전시돼 있다. 사진: 성혜련 기자


브리온은 최근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에 메인 후원사로 참여한 SK CNC와 함께 마케팅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SK CNC는 IT와 계측장비(기록측정) 등을 대회에 지원했는데 성화봉송 이벤트에 고객을 초청하고, 행복장학금 프로젝트를 통해 가정형편이 어려운 선수를 돕는 등의 활동을 진행했다.

또 KT가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후원사로 선정되도록 지원사격을 펼쳤다. 프레젠테이션을 같이 만들고, 맞춤 전략을 세워 마케팅 권한을 획득한 것이다. 이밖에 ‘폭스바겐 주니어마스터즈’ 축구대회의 한국 지역예선을 주관하고 K리그 A보드 광고, 인터뷰 백드롭 광고 등 권한을 확보해 기업에 제안하는 등 브랜드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스포츠마케팅은 일반적인 PR활동과 어떻게 다를까.

스포츠는 기본적으로 스토리가 배경에 깔려 있다. 박지성, 김연아의 망가진 발을 볼 때 느끼는 감정, 월드컵 등 대회에 얽힌 역사, 각종 기록을 써내려간 이야기 등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홍보를 진행하기에 유리하다. 특정 스포츠종목이나 스포츠이벤트를 통해 보다 쉽게 시청자와 독자에게 접근할 수 있고, 광고를 기피하는 대중에게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것도 장점이다.

“언어, 인종, 종교를 뛰어넘는 마케팅 툴로, 글로벌 마켓을 대상으로 이름을 알리는 데는 스포츠마케팅만한 게 없어요. 실제로 삼성의 경우 수년간 영국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유니폼 스폰서를 진행하며 제품에 프리미엄 이미지를 가져가는 데 큰 도움을 받았어요.”

스포츠정신을 담은 브리온의 청사진을 묻는 질문에 임 대표는 “사람들 일상에 스포츠를 연결시키자”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보면 스포츠가 코어(CORE)가 되는 사업을 하나씩 전개할 예정이에요. 마케팅, 유통, 스포츠 프로퍼티(Property) 이런 것들을 하나씩 해서 사람들이 스포츠를 통해 즐거움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예요.”

“스포츠가 갖는 키워드 중에 사실 안 좋은 게 없거든요. 도전, 열정, 승패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과정에 모두 좋은 정신들이 있으니까. 이걸 통해 사람들에게 건강한 정신과 신체를 갖도록 하는 게 제가 생각하는 회사의 비전입니다. 너무 거창해서 그래서 뭘 어쩌겠다는 건데 되묻는 동료들도 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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