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는 왜 홍대에 카페를 열었을까
한겨레는 왜 홍대에 카페를 열었을까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5.08.19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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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독자 오프라인 만남의 장 ‘후(Hu)’ 오픈…국내 언론계 첫 시도

[더피알=안선혜 기자] 아직 한 낮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오후 4시 무렵 방문한 카페는 다소 한산했다. 다만 투명한 유리벽으로 둘러싸인 카페 한 귀퉁이 룸에서는 오후의 열띤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한겨레 출판사 직원들이라 했다.

지난 4일 홍대입구에 문을 연 미디어카페 ‘후(Hu)’는 한겨레가 수익 사업과 더불어 독자와의 만남을 위해 만든 공간이다.

▲ 한겨레가 지난 4일 오픈한 미디어카페 후. (사진제공: 한겨레)

미디어카페 후는 영국 가디언이 지난 2013년 오픈 저널리즘 차원에서 시도했던 ‘가디언 커피(Guardian Coffee)’와 유사한 모델로, 국내 언론사 가운데 최초 시도다. 카페라는 공간을 통해 독자들을 직접 찾아가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일단 공간 자체만을 놓고 보면, 널찍한 공간에 테이블이 띄엄띄엄 놓여 있어 조용히 사색에 잠기길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안성맞춤이다.

총 100여평의 면적을 자랑하는 이곳에는 오픈 스튜디오를 비롯해 녹음실, 스터디룸, 소규모 세미나실 등도 마련돼 있다. 각 룸을 대관하기도 하고, 회사 차원에서 이를 적극 이용하기도 한다.

기자가 방문한 날 오전에는 한겨레 디지털콘텐츠팀이 제작하는 팟캐스트 디스팩트의 스튜디오 녹음이 이곳에서 이뤄졌다.

정식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홀에 사람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한겨레 소속 기자들이 한쪽에서 담소를 나누거나 혼자 창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한 대학생이 노트북을 보며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 학생은 “디스팩트 방송을 듣고 방문하게 됐다”며 “홍대 주변 카페들은 사람이 많은데, (이곳은) 공간이 넓고 사람이 적어서 조용히 공부하기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후는 오픈을 기념해 특별 행사도 마련했었다. 카라 멤버 한승연, 나영석 PD, 봉만대 감독, 하상욱 SNS 시인, 방송인 서장훈, 김이나 작사가 등을 섭외해 연 <후아유콘서트>였다.

▲ 오픈 스튜디오 출입구. 테이블 포함 45석이 마련돼 있다. 지난 <후아유콘서트>도 이 공간에서 개최됐다. (사진제공: 한겨레)

각 패널들이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하루씩 맡아 기존 미디어에서 다루지 않는 ‘사람에 대한 진짜 이야기’ ‘우리끼리 뒷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후아유 콘서트는 회당 100여명의 관객들이 참여했지만, 앞으로 후에서 열릴 행사들은 보다 아담한 규모를 지향할 방침이다. 카페라는 공간에서 마주 앉아 두런두런 담소를 나누듯 서로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만남의 장을 원하기 때문이다.

정인택 한겨레 전략기획실 팀장은 “지금부터는 이 카페에 한겨레의 콘텐츠를 어떻게 녹여낼지가 과제”라며 “혹 윗분들은 한겨레신문을 더 많이 갖다 놓고, 한겨레 로고를 더 많이 노출하는 방식을 원할 수도 있지만, 억지로 푸시(push)하는 방식이 아닌 자연스레 독자들과 교감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후는 한겨레신문 막내 기수들의 사업 제안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이들이 처음에 제안한 건 북카페로, 본사 차원이 아닌 한겨레출판사에서도 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는 판단으로 잠시 보류됐다가 편집국 내부의 변화 욕구와 맞물려 세상 빛을 보게 됐다.

정 팀장은 “본래 한겨레를 즐겨보던 연령 층은 20~30대였는데, 이들에게 종이신문 자체가 올드(old) 매체로 인식되면서 독자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갈 필요성을 느꼈다”며 “젊음의 상징인 홍대에 터를 잡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후를 통해 한겨레의 브랜드를 알리는 동시에 독자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정 팀장은 “우리의 플랫폼을 알리는 목표도 있지만 단 한 명의 독자라도 뉴스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며 “온라인 뿐 아니라 오프라인 공간에서 독자가 와서 참여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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