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는 왜 ‘베테랑’에 열광하나
20대는 왜 ‘베테랑’에 열광하나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5.08.2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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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s 스토리] 억눌린 세대의 외침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더피알=이윤주 기자] 안하무인 ‘재벌 3세’의 등장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베테랑>이 천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갑’으로 분한 유아인의 연기가 화제 선상에 오르고 있지만, 사실 베테랑은 ‘을’의 모습을 집대성한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속 주인공 형사 서도철(황정민 분)은 전세 대출금을 걱정하고, 때로는 ‘한 건’ 해서 승진할 꿈에 부풀기도 하는 평범한 소시민의 삶을 보여준다.

▲ 영화 '베테랑'중 한 장면./사진:cj e&m, 뉴시스

조태오(유아인 분)와 서도철이 싸우는 장면에서도 평범한 사람들의 민낯은 포착된다. 쉽사리 나서진 못하지만 빙 둘러 서서 휴대폰으로 기록을 남기고, 소수의 용기 있는 몇몇은 그래도 과감히 개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을의 수난과 악에 대한 응징을 담은 어찌 보면 빤한 이 영화에 가장 열광한 세대는 아이러니하게도 전세자금에 신음하는 3040이 아닌 20대다.

CGV에 따르면, 개봉 이후 지난 12일까지 베테랑 예매 관객 중 20대 비율은 38.9%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김선영 문화평론가는 “젊은 청년들은 아르바이트, 직장, 학교에서 서열과 나이로 밀리는 위치”라며 “상대적으로 가진 것이 워낙 적다보니 억눌린 세대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영화에서 약자에게 폭력을 행사한다든지, 돈을 던진다든지 하는 부분을 볼 때 더 몰입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갑질 당하는 2030세대. 꼭 재벌이 아니더라도 지금의 젊은이들은 사회 구조 혹은 일상 곳곳에서 어떤 형태로든 갑을 만나곤 한다.

그들이 갑을 마주하는 순간, 영화는 말한다. “우리 쪽팔리게 살진 말자.”
전세 대출에 전전긍긍해하던 서도철의 아내가 이 사회의 부조리에 분개하며 남편에게 남긴 한 마디다.

서도철은 또 말한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체면 혹은 자존심)가 없냐.”

베테랑은 블랙코미디다. 현실의 문제를 아프게 꼬집으며 유쾌하게 해결한다. 물론 현실과 영화의 결말이 사뭇 다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젊은이들은 베테랑에 열광한다. 정의를 말하는 세상을 봤고, 내편이라는 지지를 얻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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