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드미디어 향한 마케팅 잰걸음
언드미디어 향한 마케팅 잰걸음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5.08.28 1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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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모으고 전하고 즐기고

요즘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가장 핫한 해시태그(#). 기호 하나 붙였을 뿐이데, 뭔가 감각적이고 트렌디하게 보이도록 하는 건 인스타그램이란 채널이 가져다준 마법이다. 공통의 관심사를 묶어주는 이 작은 장치는 이제 커뮤니케이션 방식마저 바꿔놓고 있다.

① 포털 품은 카카오톡, SNS 안은 네이버 (←클릭)
② SNS의 미래는 검색 포털? (←클릭)
③ 해시태그, 모으고 전하고 즐기고

[더피알=안선혜 기자] 스타벅스는 한 눈에 봐도 독특해 보이는 지점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곤 한다. 이 사진에 붙는 해시태그는 #Starbucks(스타벅스)와 같은 식상한 브랜드명이 아니다.

▲ 트렌디한 이미지의 20대 여성들은 전파력도 있고 디지털 매체를 쓰는 데에도 거부감이 없어 마케팅적으로 가장 가치 있는 집단이라는 설명이다.
#WhereInTheWorld. ‘도대체 어디에’ 정도의 어감을 지닌 이 문구에는 스타벅스를 연상하게 하는 어떤 말도 들어가 있지 않지만, 스타벅스의 인스타그램을 한 번이라도 접해본 사람은 이것이 스타벅스 캠페인 콘텐츠라는 걸 안다. 매 사진마다 20만건 이상의 ‘좋아요’와 1500~3000개는 가뿐히 넘기는 댓글이 달리며, 국적을 불문한 인기를 끌고 있다.

해시태그(#)는 본래 트위터에서 시작됐으나, 지금은 인스타그램을 대표하는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2007년 8월 오픈소스 운동가인 미국인 크리스 메시나가 수많은 정보가 휘발성 메시지에 묻혀 사라지는 걸 아쉬워하면서 트위터에 “#를 써서 정보를 묶는 걸 어떻게 생각해? #[메시지]라는 식으로 말이야”라는 제안을 하면서 지금의 방식으로 굳혀졌다.

스타벅스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꼭 명사로만 해시태그를 지정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셀카와 인스타그램을 조합해 ‘셀스타그램’이라는 새로운 신조어를 써도 무방하다. 오히려 자신만의 느낌을 살린 언어가 인기를 끌기도 한다.

이케아의 카탈로그 프로모션은 인스타그램을 활용한 유명한 마케팅 사례로 꼽힌다. 카탈로그 속 제품 사진을 찍어 ‘#IKEA’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업로드하는 프로모션이었는데, 시작 4주 만에 카탈로그 안에 있는 모든 제품이 SNS에 포스팅되는 결과를 얻어냈다.

해시태그가 유용한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인스타그램은 플랫폼 내 콘텐츠 검색이 가능한데, 진행한 이벤트에 대한 결과를 해시태그를 통해 한 데 모아 볼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는지 체크할 수 있고, 우리 브랜드에 대해 이용자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니터링 할 수 있다.

이 해시태그 이용이 마케팅에서 커뮤니케이션 주도권을 고객들에게 넘겨주는 것이라는 전문가 시각도 존재한다. 김철환 적정마케팅연구소장은 “인스타그램에서는 브랜드에 대해 말하는 주체가 고객이 된다”며 “이는 마케팅 흐름이 ‘온드미디어(owned media)’에서 ‘언드미디어(earned media)’ 중심으로 변하는 흐름을 나타내는 것”이라 밝혔다.

국내에서 해시태그를 활용한 마케팅 차원의 시도는 계속 이뤄지고 있다. 탐앤탐스가 일회용품 줄이기의 일환으로 제공했던 투명한 잼병 형태의 컵 ‘#에코핸들드링킹자’가 후기 형태로 인스타그램을 수놓았고,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은 의도치 않아도 득템 후기가 ‘#허니버터’ 태그를 달고 잔뜩 올라왔다.

보통 보수적으로 인식되곤 하는 공기업에서도 인스타그램 계정을 오픈했다.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7월 1일 오픈한 계정에는 전라남도 나주에 위치한 본사의 모습과 소소한 일상이 사진으로 담겨 있다.

김종래 한전 홍보실 뉴미디어팀장은 “한국전력이란 이름으로 굉장히 많은 유저들이 대화하고 있다”며 “해시태그 모아보기를 하면 한전 직원 혹은 고객, 혹은 정전이 되어 불만인 고객 등과도 양방소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스타벅스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온 #whereintheworld 캠페인 이미지(왼쪽)와 한국전력공사 인스타그램 이미지.

2535의 파급력은?

그럼에도 인스타그램이 마케팅 채널로써 유용한가 아닌가에 대한 의견은 조금씩 엇갈린다. 특정 연령층에게만 어필하는 한정적인 플랫폼이라는 의견이 있는가하면, 마케팅적으로 가장 의미 있는 집단이 모인 공간이기에 포스트 페이스북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을 거란 전망이 있다.

경호빈 디메이저 그룹장은 “국내에서 인스타그램이 400만명 이상으로 올라온 게 얼마 안 됐지만, 앞으로는 메인 채널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른 오디언스(청중)를 흡수하는 매력적인 타깃이 인스타그램으로 많이 몰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주로 트렌디한 이미지의 20대 여성인데, 이들은 전파력도 있고 디지털 매체를 쓰는 데에도 거부감이 없어 마케팅적으로 가장 가치 있는 집단이라는 설명이다.

최복규 이노버즈미디어 실장도 “페이스북이 정보 구독량이라든지 친구 수, 페이지 구독 수는 늘어난 것이 사실이지만, 직접적인 인터렉션이 일어나는 것은 줄어든 듯하다”며 “인스타그램은 필터, 스내커블 비디오, 모션 등 비주얼 스토리텔링이 인기를 얻고있는 흐름에 맞춰 유저풀이 확대되고 있고, 브랜딩 관점에서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주목되던 페이스북의 초창기와 유사한 시기로 보인다. 광고 상품 또한 점차 출시되고 있다보니 미리 선점해 영향력을 갖춰두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반면 유병상 샤우트웨거너에드스트롬 상무는 “인스타그램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여성 취향에 2535 세대를 뛰어넘기 힘들 것”이라 전망했다. 페이스북의 경우 연령·세대 구분 없이 보편적으로 이용자가 퍼져있으나, 인스타그램은 나이 든 연령층에게는 너무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인스타그램의 닮은꼴 SNS인 네이버 폴라도 해시태그를 적극 활용한다. 관심사 SNS임을 강조하는 이 플랫폼은 해시태그 자체를 팔로우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럴 경우 페이스북 뉴스피드에서 친구를 맺은 이용자들의 소식을 받아보듯 본인이 관심 있는 특정 해시태그를 지속적으로 마이피드에서 볼 수가 있다.

앱의 첫 화면부터 여러 종류의 해시태그가 모여 있는 페이지로 단장해 지금 이 순간 다른 이용자들이 관심 있어 하는 태그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다만 전문가들은 “스치는 인연이 아니라 해시태그를 중심으로 끈끈한 커뮤니티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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