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대신 펜을 든 대학생들
스마트폰 대신 펜을 든 대학생들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5.09.04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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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s story] ‘모바일 시대’에 때아닌 대자보 열풍, 그 이유는?

[더피알=이윤주 기자] 지난 3일 수원대에는 ‘지나가던 휴학생이 답답해서’ 쓴 ‘수원대 사태는 누가 잘못한 것입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같은 날 중앙대에는 ‘김무성 대표님, 당신은 위선자입니다’라는 다소 센 발언으로 청년실업 문제 해결책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걸렸다.

그에 앞서 지난달 27일 고려대에는 ‘우리가 그만 두라고 하면 그만 둬야지!’라며 근로조건조차 규정돼 있지 않은 대학을 꼬집는 글이, 같은 달 25일 동국대에는 구파발 검문소 총기사고로 숨진 고(故) 박세원(21)씨의 죽음에 대해 ‘왜 아무도 이 억울한 죽음을 책임지지 않는가’라고 적힌 대자보가 붙었다.

말하고 싶은 내용은 각기 달랐다. 다만 그들은 타자를 두드리는 대신 펜을 들었다. 인터넷·모바일 시대에 전통적인 아날로그 커뮤니케이션이 선호되고 있는 것이다.

▲ 대자보를 읽는 학생 / 사진: 뉴시스

대자보는 언론 통제가 심했던 1970-80년대 대학가에서 자주 나타났다. 학생들은 대자보를 통해 소식을 전했고 진실을 알렸다. 하지만 점차 인터넷 등 손쉬운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정착되며 대학가에서 대자보를 보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 2013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고려대 재학생 주현우씨의 ‘안녕들 하십니까?’는 대자보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불씨와 같은 역할을 했다. (관련기사: 불통과 무관심을 깨운 ‘안녕들’ 열풍) 이후로 대학생 등 젊은층의 생각을 표출하는 방법으로 다시 대자보가 각광받고 있다.

요즘 시대는 교내 포털 사이트와 개인 페이스북, 트위터 등 자신의 생각을 알리기 쉬운 수단들이 많다. 대자보를 찍은 사진이 다시 SNS를 타고 퍼지는 경우도 다반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들은 표현의 수단으로 펜을 들었을까.

이에 대해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손글씨로 된 편지를 받을 때의 감정을 생각해보면 된다”며 “인터넷 활자보다 훨씬 더 가슴에 와 닿고 진정성이 느껴진다. 한 공간에서 같이 읽고 대화하며 소통할 수 있어 울림의 정도가 크다”고 이유를 분석했다.

신선함과 새로움의 이유도 있다. 최 교수는 “부모님 세대에는 대자보가 당연한 것이었지만, 젊은 세대는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다.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가지고 대자보라는 복고적인 표현요소를 찾아낸 것”이라며 복합적 감정에 대해 설명했다.

자기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한 자 한 자 눌러쓴 대자보. 그 커다란 종이와 펜이 젊은 세대의 지성을 깨우며 사회적 화두를 던지는 도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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