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Opinion 칼럼 정용민의 Crisis Talk
위기관리 실패공식⑥ 위기 정의가 안팎으로 다르다[정용민의 Crisis Talk] 고개숙임 각도에도 ‘여론’이 반영돼야

[더피알=정용민] 기업·조직들의 위기관리 실패공식 여섯 개 중 마지막 여섯번째인 ‘위기의 정의에 있어 조직 내외부간 차이를 보인다’에 대해 설명해 본다.

 관련기사

위기관리 실패공식① 커뮤니케이션하지 않는다
위기관리 실패공식② 타이밍을 놓친다
위기관리 실패공식③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않는다
위기관리 실패공식④ 커뮤니케이션에 ‘전략’이 없다
위기관리 실패공식⑤ 아무나, 함부로 커뮤니케이션 한다

“그게 무슨 위기야? 뭐가 문젠데?” 이런 이야기가 VIP로부터 내려오면 일선에서는 아무리 심각해도 그건 위기가 아닌 게 된다. 괜히 수선 떨지 말라는 의중이기 때문이다.

어떤 기업에서는 ‘위기’라는 단어조차 쓰지 말라고 한다. 괜히 ‘위기’ ‘위기’하면서 직원들에게 불안감을 줄 필요 없다는 거다. 괜찮다. 어떤 단어를 쓰든 그에 대한 합의된 정의만 내려지면 위기관리는 쉬워지는 법이다.

   

반대로 일선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아닌데 가끔 매장을 방문하는 VIP가 한마디 하면 바로 위기가 되는 경우도 있다.

“왜 이런 큰 문제를 아무도 나에게 보고하지 않은 거죠? 왜들 이런 식으로 일하나요?” 큰일이 터진 거다. 한바탕 난리가 나고 개선조치들이 일사불란하게 마련된다.

근데 일선직원들끼리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뭐가 문제지? 이런 비슷한 문제를 하나하나 다 보고 하다 보면 다른 일을 어떻게 하라는 거야?”

위기 시 같은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이 그때그때 다르거나,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면 문제가 있다는 증거다. 상당히 많은 회사들이 상황에 따라 위기냐 위기가 아니냐를 두고 고민을 거듭한다. 원칙에 따라 정확하게 ‘위기’를 내부적으로 정의해야 하는데 그게 힘들다.

“별 문제 아닌데 왜들 이러는지…”

예를 들어 ‘소비자 안전은 우리에게 가장 큰 가치’라는 원칙이 있다고 해보자. 제품 모서리가 날카로워 소비자 몇 명이 경미하게 다쳤다는 컴플레인이 들어온다. 이때 해당 회사에서는 이걸 관리해야 하는 위기로 보느냐 위기로 보지 않아도 되느냐 고민이 시작된다.

생산담당임원이 이렇게 묻는다. “그 제품이 전체 10만개 정도 팔린 걸로 알고 있는데요. 현재까지 날카로운 모서리에 다쳤다는 소비자 컴플레인이 몇 개나 들어 왔나요?”

고객관리팀장이 이렇게 대답한다. “현재까지 경미한 부상으로만 10여건 정도 됩니다. 모두 저희가 병원비와 일부 배상 조치해서 추가적 불만은 없습니다.”

이 대화를 들으면서 CEO는 어떤 결정을 해야 할까? “우리 원칙이 소비자 안전에 있는데 지금 제품이 안전하지 않은 상태라고 보입니다. 최대한 개선이나 추가 부상 방지 대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렇게 이야기 하면 이 상황은 관리 대상인 ‘위기’이다.

반대로 CEO가 “그 정도면 상당히 미미한데… 우리가 굳이 나서 호들갑 떨 필요가 있나요? 일단 좀 두고 보면서 소비자 반응을 체크해 보죠”라고 하면, 이건 당장은 관리 대상 ‘위기가 아니게’ 된다.

며칠 후 한 소비자의 아이가 해당 제품을 가지고 장난치다가 동맥을 베이는 대형 사고가 발생한다. 그때쯤 되면 해당 건이 위기냐 아니냐 하는 고민은 사라진다. 모두 ‘큰일이다. 이걸 어떻게 하지?’하는 공감대가 형성된다. 모두가 합의된 하나의 위기 정의를 내리게 된 거다.

그러나 이때쯤 되면 성공적 관리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진다. 평소 안전을 이야기하던 회사의 신뢰나 이미지도 땅으로 떨어진다. 한 언론이 “이미 A사가 해당 제품의 안전문제를 알고 있었다…” 식으로 보도하게 되면 더 난리가 난다. 사실 많은 기업들이 이렇게 위기에 대한 정의 문제 때문에 시기를 놓치고 위기관리에 실패한다.

외부에서는 모두 위기라고 보는데도 내부적으로는 전혀 위기로 정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식품 생산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언론에게 공격 받은 기업이 있다고 해보자. 근데 이와 관련해 생산담당 임직원들은 ‘별 것 아닌 관행’이라 생각하는 경우다.

소비자들과 많은 다른 이해관계자들은 “와~ 정말 알고는 못 먹겠네. 구역질나네…”하는 반응을 보여도 사내에서는 “원래 그런 게 당연한 건데? 몸에는 유해하지 않거든요?”하는 입장이다.

그에 더해 오너 회장님께서 “이런 언론보도에 우리가 놀아나서야 되겠나? 법적으로 검토해 봐도 이건 큰 문제가 아닌데 왜들 이러는지 모르겠어” 하시면 그 다음은 이건 아무것도 아닌 상황이 된다.

위기가 아니라 호들갑이라는 입장이 서는 거다. 사내에서 아무도 여론에 대응 하지 않게 된다. 홍보실만 기자들을 찾아다니면서 기사나 빼달라 사정하는 활동만 이어진다.

밖에서 볼 때는 “이상하네, 이 회사. 왜 아무 대책이 없지? 리콜해야 하는 거 아냐?” 이런 공격적인 반응이 일어난다.

당연히 소비자단체가 고발을 하고, 관계기관에서 판매금지를 명하고, 검찰이 조사를 시작하고, 대표이사를 소환하고 하는 진짜 위기가 발생하게 된다. 로펌을 찾아가 대응을 시작하고 하는 위기관리 활동이 그 때야 시작된다. 사후 약방문이 되는 거다.

밖의 이해관계자들이 ‘위기’라 정의하면 아무리 인정하기 싫어도 그건 위기다. 관리해야 하는 위기다.

   
▲ 미국에서 대량 리콜 사태가 발생한 2010년,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사장이 미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한 모습. ⓒAP/뉴시스

토요타 사장의 40도, 그리고 60도 사과

예전 토요타의 아키오 사장이 자사 자동차 리콜로 여러 번 기자회견을 해 사과한 적이 있었다. (관련기사: 고개숙인 도요타, 다음 타깃은) 첫 번째 사과 기자회견에서 아키오 사장이 사과의 의미로 고개를 숙였다. 해외 유수 언론에서는 이걸 가지고 시비를 걸었다.

‘도게자(土下座)’ 같이 일본 전통방식으로 고개를 땅에 박는 사과까지는 아니더라도, 고개를 더 깊이 숙였어야 사태 심각성을 인정한다는 의미 아니냐고 평을 했다. 한 미국 신문은 아키오 사장이 고개를 숙이는 각도를 표시하기까지 했다. 그 때 각도는 40도.

이런 언론 평들을 토요타는 당연히 모니터링 했을 것이다. 아키오 사장에게도 보고 했을 것이다. 한번 상상해 보자. CEO에게 어떤 반응을 기대하나? 보통 CEO들은 이런 반응인 경우들이 많을 것이다. “이걸 기사라고 싣나? 이젠 OO일보도 맛이 갔군. 저질 기사들… 문제야 문제….”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홍보담당자에게는 문제가 더 커지는 상황이다. 다음 기자간담회에서도 똑같이 고개를 덜 숙이거나, 아니면 아예 화를 내면서 고개를 숙이지 않거나 하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기자들이 계속 신경 쓰면서 주목할 것 아닌가?

아키오 사장은 좀 달랐던 것 같다. 그 다음 기자회견 때는 양손으로 책상을 붙잡으면서까지 고개를 60도까지 숙였다. (당연히 언론에서 그 각도도 표시했다)

‘언론에서 문제라고 하면 문제인 거지. 내가 좀 더 고개를 숙이는 게 어렵진 않지. 숙이면 되지’라고 아키오는 생각한 게다. 관리해야 하는 ‘위기’의 정의를 자신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바깥 이해관계자들의 관점에서 판단하고 그냥 순순히 따른 것이다.

위기에 대한 정의는 내부에서 먼저 잘 정리돼야 한다. 원칙에 따라야 한다. 싫어도 외부 이해관계자의 정의를 유심히 분석해 그에 맞추는 합리적인 사회성이 필요하다.

‘위기’에 대한 정의가 안팎으로 다른 기타 이유들은 다음과 같다.

위기(Crisis)에 대한 정의가 회사 내부적으로 정리되지 않아서
일선에서의 민감성이 의사결정그룹의 민감성과 서로 달라서
정확하게 충분한 여론이 취합·분석되지 않아서
VIP에게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가 보고되지 않아서
이해관계자관(觀)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거나 부실해서
위기 시 상황 모니터링 방식이 정상적이지 않아서
평소 회사가 가진 내·외부 이해관계자들과의 공감 능력이 부실해서
VIP께서 초기에 ‘위기가 아니다’ 정의하셔서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정용민  thepr@the-pr.co.kr

<저작권자 © 더피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용민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