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광고’ 허용 움직임, 국감서 ‘제동’
‘제목 광고’ 허용 움직임, 국감서 ‘제동’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5.09.1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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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상업화 심화 지적 잇따라…방통위는 ‘신중모드’

[더피알=문용필 기자] 방송 프로그램 제목에 상품명과 협찬주명을 포함시킬 수 있도록 마련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협찬고지 규칙 개정안이 국정감사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관련기사: ‘나O키 신고 무한도전’…TV프로 제목 PPL, 득보단 실?) 방송의 상업화가 심해지고 방송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이미 행정예고까지 마친 상황이지만 부정적인 시선이 상당해 실제 시행에 이르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 10일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최성준 방통위원장. ⓒ뉴시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는 10일 방송통신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다양한 의견과 지적이 오갔지만 유독 방통위의 협찬고지 규칙 개정안에 대한 의원들의 비판이 잇따랐다.

방통위는 지난달 6일 ‘협찬고지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방송프로그램 제목에 협찬주 이름 사용을 허용한 제 6조다.

방통위는 개정안을 통해 방송사업자로 하여금 로고를 포함한 협찬주명과 기업표어, 상품명, 상표를 방송프로그램에 포함시킬 수 있도록 했다. 해당 내용이 담긴 개정안은 지난달 26일 행정예고를 마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송호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방통위 국감에서 “협찬주가 프로그램의 제목까지 개입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방송독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에 더 많은 협찬이 몰려 시청률에 따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특정 인기프로그램에 대한 광고편중이 심화되고 무분별한 협찬을 통한 방송광고시장의 혼탁이 가중될뿐더러, 기업 홍보성 프로그램이 양산된다는 것이 송 의원의 주장이다.

또한 “프로그램 방송 전에 편성되는 광고시간에도 협찬주명이 붙은 방송프로그램 제목을 고지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이 경우 광고주간 분쟁이 이뤄질 수 있다”며 “협찬은 방송사 소관이고 광고는 코바코에서 판매하기 때문에 조율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의 이개호 의원도 비슷한 견해를 나타냈다. 이 의원은 “프로그램명은 방송의 정체성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인데 상품명이 붙는 것은 프로그램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제목부터 특정기업의 상품명을 달고 나온다면 해당 프로그램 안에서 조금이라도 해당 기업에 불리한 내용을 담아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또 “광고주나 기업들 또한 방송사의 협찬요구에 시달리고 나아가 방송사들이 기업 협찬을 받아내기 위해 특정 기업 맞춤형 방송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등 방송의 상업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와 함께 이 의원은 찬주와 프로그램이 마치 한 몸처럼 느껴지는 광고 효과를 고려할 때 광고·홍보예산이 한정돼 있는 기업 등 광고주 입장에서 앞으로는 협찬을 하려고 하지 광고를 하려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타이틀 스폰서십 도입의 목적인 방송사의 수입 증대를 통한 방송콘텐츠 질적 향상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당 의원도 ‘제목 광고’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류지영 새누리당 의원은 “개정안이 실질적으로는 방송의 상업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 근거로 류 의원은 KBS로부터 받은 KBS 제 2TV의 2014년 프로그램 편성을 제시했다. 오락프로그램이 전체 45.3%를 차지하고 있어 방통위의 개정안이 발효되면 절반에 가까운 프로그램에 광고주 이름이 함께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류 의원은 “광고주나 방송사 말고, 자기 이름 걸고 방송을 만드는 일선 PD들의 의견을 청취했는지 의문”이라며 “심의 주무부서인 방심위도 반대를 하고 있는 입장에서 방송의 공익성은 침해되고 일선 제작현장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방통위 “시행날짜 미정...검토할 사항 많아”

앞서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지난 3일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광고제도 개선을 통해 제작재원을 좀 더 마련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며 “프로그램이 끝났을 때 자막이나 음성으로 협찬주 명을 알려주는데 범위를 확대해서 프로그램 제목에도 협찬주를 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정감사에서 ‘제목 광고’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비판이 쏟아지면서 방통위가 개정안을 원안 그대로 시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물론 행정예고 기간도 지난데다 ‘법’이 아닌 ‘규칙’인 만큼 국회 의결과정을 거치지 않고 위원회 자체의결과정을 거치면 시행할 수 있지만, 입법기관에서의 싸늘한 시선이 확인된 만큼 방통위도 밀어붙이기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제목광고를 금지하는 법안도 이미 국회에 발의돼 있는 상황이다. 미방위 소속 유승희 새정치연합 의원이 지난 2일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에는 협찬주에게 광고효과를 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편성·제작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문화예술행사나 스포츠 중계 등을 제외한 프로그램에 협찬주의 명칭이나 상표, 로고 슬로건을 제목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 (자료사진) 지난해 지나친 광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은 방송 프로그램들./ 해당 프로그램 방송화면 캡쳐.

해당 개정안은 제안 이유에서 제목광고에 대해 “방송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상업화를 가속화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시청자들의 시청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며 “엄격한 제재가 요구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입법기관인 국회를 배제하고 행정기관이 제정·운영하는 규칙의 개정만을 통해 그 규제완화가 시도된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단, 방통위는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는 모습이다. 최 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제목 광고에 대한 의원들의 지적이 나오자 “도입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방통위 관계자는 <더피알>과의 통화에서 “워낙 (개정안에 대한) 의견들을 많이 주셔서 검토해야 할 것들이 많다”며 “(새 규칙) 적용날짜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위원회 의결날짜가 잡히면 브리핑 등을 통해 알려지게 되는데 아직 이번달에는 (의결)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과연 방송사들에게 또다른 광고수익 창출 수단이 될 ‘제목광고’가 가능해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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