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휴가 선물’과 청와대의 ‘미숙한 홍보’
대통령의 ‘휴가 선물’과 청와대의 ‘미숙한 홍보’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5.09.22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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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솎아보기] ‘하사(下賜)’ 표현 도마위...“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외쳐야 하나”

박근혜 대통령이 추석을 맞아 부사관 이하 전 장병에게 1박2일의 특별휴가와 격려카드, 약과 등 특별간식을 제공키로 했다.

목함지뢰 사건 이후 군 장병들이 고도의 긴장상태에서 며칠씩 고생한 것을 치하하기 위함이다. 전 장병들에게 휴가증을 수여한 것은 건국 이래 처음이다.

박 대통령의 ‘휴가 선물’을 두고 군의 사기 진작을 위한 멋진 행동이라고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도 적잖다. 엄밀히 따지면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에 대한 초동대처는 미흡했다는 지적이 많고, 선심을 쓰더라도 최소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미숙한 홍보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청와대는 홈페이지 보도자료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추석을 맞이하여 부사관 이하의 모든 국군장병들에게 격려카드와 특별간식을 ‘하사’할 예정입니다”라고 밝혔다.

‘하사(下賜)’는 왕조시대 용어로 사극에나 나올 법한 말이다. ‘임금이 신하에게 물건을 줌’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단어를 선택해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주요 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청와대 인식대로라면 격려카드와 특별간식을 ‘하사’받은 장병들은 ‘성은이 망극하옵니다’라도 외쳐야 하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종합일간지 9곳 중 8곳이 ‘하사’ 대신 ‘제공’ ‘전달’ ‘돌릴 예정’이란 표현을 쓴 것만 봐도 이 단어의 부적절성을 짐작할 수 있다”며 “자애로운 어버이의 따뜻한 보살핌… 운운하는 북한을 비웃을 일이 결코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경기도 포천 군부대를 방문해 북한 포격도발 당시 전역을 연기한 장병 80여명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뉴시스

<주요 신문 22일자 사설>

▲ 경향신문 = 교황과 미국 대통령이 논할 공통 가치를 주목한다 / 내우외환 겪는 한국 경제, 비관 말라는 대통령 / '하사(下賜)'는 민주공화국의 언어가 아니다
▲ 국민일보 = 미ㆍ중과 국제사회가 北이슈에 관심 더 갖도록 해야 / 선거구획정위 탓하기 전에 가이드라인부터 내놔라 / 추락하는 성장률 다잡자면 구조개혁밖에 없다
▲ 동아일보 = 3兆 부실 대우조선 뜯어먹은 靑ㆍ산은 낙하산부대 / '농촌黨' 지키고 비례 못 줄이면 의원 수 늘리자는 건가 / 2%대 성장률 전망에도 "비판 말라"는 대통령의 인식
▲ 서울신문 = 떨어지는 성장률 4대 개혁으로 돌파해야 / 집 팔아 과외비로 월 천만원 쓰는 사회 / 미얀마 난민 수용, 다문화 선진국으로
▲ 세계일보 = 미얀마 난민 수용, '난민 선진국' 출발점 되기를 / 군 사망사고 책임 안 지려는 못된 버릇 고쳐야 / 금연치료 지원사업비 8%도 못 쓴 사연
▲ 조선일보 = 서울대 工大가 토로하는 '메이드 인 코리아'의 위기 / 日 안보법 통과, 더 시급한 문제 따로 있다 / 몰래 주고받는 '전관예우' 현직도 처벌해야
▲ 중앙일보 = 통일시대 아시아 대표 미디어를 자기한다
▲ 한겨레 = 언론자유 침해 소지 큰 '인터넷신문 규제' 방안 / 미-중, '책임 있는 대국' 모습 보이길 / 전 장병 특별휴가 '하사품' 내린 청와대
▲ 한국일보 = 여야, 선거구 획정위안 수용에 적극성 보여야 / 청년희망펀드, 용처 모양 절차 다 모호하다 / MB 개인 빚 갚느라 제 기능 못하는 청계재단
▲ 매일경제 = 고착화되는 2%대 성장 전망, 崔부총리 듣고 있나/  국가차원 과학자 예우 없으면 科學立國 불가능하다 / 與野, 분열적 정치게임 그만하고 國監에 전념하라
▲ 한국경제 = 국제 금융시장에 미신만 넘치고 있다 / 고속철ㆍ원전ㆍ통신…이제는 세계로 나가 싸워라 / 일본 안보법제 통과, 위협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한겨레는 ‘전 장병 특별휴가 ‘하사품’ 내린 청와대’라 제목의 사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추석을 맞아 부사관 이하 전 장병에게 1박2일의 특별휴가를 주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장병들에게 격려카드와 함께 우리 농산물로 만든 약과 등 특별간식도 제공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를 두고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군의 사기 진작을 위해 내린 최고의 통 큰 조처라며 환영하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이번 조처는 마냥 박수만 치고 넘기기에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점이 너무 많다”고 덧붙였다.

한겨레는 “우선 특별휴가의 근거가 모호하다. 엄밀히 따지면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에 대한 초동대처에서 군은 여러 허점을 드러냈다. 만약 북의 도발에 대응을 잘한 것에 대한 포상이라면 해당 부대와 다른 부대의 장병들에게 차별을 두는 것이 형평에 맞다”고 지적했다.

또한 “박 대통령의 이번 조처를 굳이 총선을 앞둔 ‘군의 젊은 표심 잡기’로 폄하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럼에도 이번 조처에는 정상적이랄 수 없는 정치적 고려가 어른거린다. 왕조시대를 연상케 하는 ‘하사 정치’를 바라보며 심정이 썩 유쾌하지 않은 사람이 많다는 사실은 청와대도 알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하사(下賜)’는 민주공화국의 언어가 아니다’란 사설에서 “청와대는 홈페이지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추석을 맞이하여 부사관 이하의 모든 국군장병들에게 격려카드와 특별간식을 ‘하사’할 예정입니다’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올렸다. 장병들에게 특별휴가증을 수여한다는 내용과 함께였다”고 전했다.

경향은 “하사는 ‘임금이 신하에게, 또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물건을 줌’이라는 뜻이다. 청와대는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윗사람이고 장병은 아랫사람이니 문제될 게 없다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두 번째 정의로 사용했다 해도 문제는 마찬가지다. 국군장병은 대통령의 아랫사람이기 이전에 주권자인 국민이다”라고 꼬집었다.

신문은 “대통령은 국민의 투표로 뽑히고,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 받는 공복(公僕)일 뿐이다. 종합일간지 9곳 중 8곳이 ‘하사’ 대신 ‘제공’ ‘전달’ ‘돌릴 예정’이란 표현을 쓴 것만 봐도 이 단어의 부적절성을 짐작할 수 있다. 청와대 인식대로라면 격려카드와 특별간식을 ‘하사’받은 장병들은 ‘성은이 망극하옵니다’라도 외쳐야 하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기사제공 논객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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