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넘보는 웹툰시장, 동력은 OSMU
1조원 넘보는 웹툰시장, 동력은 OSMU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5.09.30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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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스 멀티툰②] 영화, 드라마, 게임 등으로 영역 확장

‘원소스 멀티유즈’ 바람을 타고 웹툰이 콘텐츠 소스의 중심에 섰다. 드라마와 영화, 게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2차 콘텐츠로 변신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 내로라하는 국내 기업들도 웹툰을 이용한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언론들은 앞 다퉈 ‘웹툰의 전성기’라는 표현을 쏟아내고 있다.

① 둘리의 후예들, 온라인 ‘효자 콘텐츠’ 되다 (←클릭)
1조원 넘보는 웹툰시장, 동력은 ‘OSMU’
③ ‘툰파워’ 어디까지?

[더피알=문용필 기자] 쉬운 접근성과 다양성,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등에 업고 웹툰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관련기사: 둘리의 후예들, 온라인 ‘효자 콘텐츠’ 되다) KT경제경영연구소 디지에코는 올 1월 발표한 보고서 <웹툰, 1조원 시장을 꿈꾸다>를 통해 오는 2018년에는 국내 웹툰시장의 규모가 8805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013년(1500억원)에 비해 무려 5배가 넘는 수치다.

▲ 지난해 11월 열린 ‘2014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웹툰 그림을 가져가고 있는 관람객들. ⓒ뉴시스

이같은 예상이 나올 수 있는 것은 웹툰 자체의 시장성이 높아진 이유도 있지만 웹툰에 기반한 드라마, 영화, 게임, 연극 등 이른바 ‘원소스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 이하 OSMU)’로서 확장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웹툰은 OSMU에 최적화된 문화콘텐츠로 꼽힌다. 앞서 언급한 웹툰의 장점들은 모두 OSMU를 가능케 하는 요소들이기도 하다.

네이버 웹툰 관계자는 “웹툰은 다양한 소재와 장르 등을 폭넓게 담아 표현할 수 있고 내용 면에서도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다”며 “영화나 게임을 즐기는 사람에게도 웹툰에 기반한 스토리가 공감을 얻으며 원천 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인기 웹툰 <치즈인더트랩>의 드라마 제작사인 에이트웍스 관계자는 “드라마라는 틀 안에 한정지은 채 스토리를 생각하다보면 촬영여건이나 연기 등 생각할 부분이 많지만 웹툰은 백지 안에서 무궁무진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기에 더욱 다양하고 참신한 소재가 나오는 것 같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비단 웹툰 뿐만 아니라 만화 자체가 갖는 매력도 무시할 수 없다. 윤기헌 부산대 디자인학과 교수는 “만화는 기본적으로 다른 콘텐츠에 비해 원작소스가 되기 편한 기본을 갖추고 있다”며 “스토리나 캐릭터 배경, 대사 등 만화적 요소는 소설이나 연극에 비해 2차 콘텐츠로의 전환이 쉽다”고 설명했다.

한창완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는 “1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웹툰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다 보니 하나의 원작으로 OSMU 될 때 타깃 오디언스나 이를 구입할 수 있는 유효관객수가 극대화 됐다”고 밝혔다. 일정 수준 이상의 팬층을 확보한 웹툰이라면 이에 기반한 2차 콘텐츠가 어느 정도 흥행성을 담보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웹툰 애호가인 20대 후반 여성 오 모 씨는 “내가 좋아하는 웹툰이 영화나 드라마화 된다면 어떻게 새롭게 바뀔지 궁금해서 찾아보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와 영화는 이미 안방극장과 극장가를 활발히 누비고 있다. 다음에 연재된 웹툰의 경우, 11건이 영화로 8건이 드라마로 제작됐다.

드라마부터 게임까지, 콘텐츠 시장 종횡무진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해 하반기 돌풍을 일으켰던 <미생>이다. 프로바둑기사 입단에 실패한 뒤 낙하산으로 대기업에 입사해 고군분투하는 ‘장그래’와 주변인물의 이야기를 그린 <미생>은 지난해 tvN에서 드라마로 제작돼 ‘미생 신드롬’을 몰고 왔다.

케이블TV에서 대박으로 여겨지는 마의 10% 시청률을 돌파했을 정도. 직장인의 애환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원작에 힘입은 바가 컸다.(관련기사: 대한민국 샐러리맨은 왜 ‘미생’에 열광하는가?)

 

▲ 윤태호 작가의 <미생>은 드라마로 제작되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미생 신드롬’을 일으켰다./사진:tvn

남파공작원의 남한 생활을 다룬 HUN 작가의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지난 2013년 영화로 재탄생해 700만에 가까운 성적을 거두며 흥행에 성공했다. 물론 김수현이라는 한류스타의 위력을 무시할 수 없지만 웹툰 자체가 가진 스토리의 신선함도 흥행 돌풍에 힘을 보탰다.

이 밖에도 석우 작가의 <오렌지 마말레이드>, 이종범 작가의 <닥터 프로스트>, 기안84작가의 <패션왕>, 만취 작가의 <냄새를 보는 소녀>, 유현숙 작가의 <호구의 사랑>, 강형구 작가의 <라스트> 등 다양한 작품들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강풀 작가의 경우 대표작인 <순정만화> <아파트> <바보> <그대를 사랑합니다> <이웃사람> <26년>이 영화로 제작됐으며, <순정만화> <바보>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연극무대에 올랐다.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는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와 영화 제작은 앞으로도 계속 활기를 띌 것으로 보인다. 개봉 또는 방송 예정인 작품이 여럿이다. 순끼 작가의 <치즈인더트랩>은 주인공 캐스팅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을 겪었는데 여기에는 원작 만화에 대한 ‘팬덤’이 크게 작용했다.

제작사인 에이트웍스 관계자는 “소재가 굉장히 독특했고 신선한 웹툰이다”며 “원작의 매력을 살려 드라마화 한다면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드라마화 배경을 밝혔다.

네이버 웹툰의 ‘터줏대감’격인 조석 작가의 개그만화 <마음의 소리>는 시트콤 제작 소식이 알려지면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 밖에도 하일권 작가의 <목욕의 신>, 최규석 작가의 <송곳> 등 많은 작품들이 관객과 시청자들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와 관련, 한송이 카카오 웹툰담당 PD는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흥행하면서 영화 제작사들의 문의가 엄청나게 들어왔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성공사례가 있으면 투자자들을 모집하기 좋기 때문에 이 쪽(인기웹툰)을 보는 것 같다”며 “지난해 미생이 히트했을 때도 드라마 제작사들의 연락이 이어졌다. 인기 웹툰의 판권이 팔렸는지,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대한 문의가 계속 들어온다”고 전했다.

게임업계에도 웹툰 바람이 불고 있다. 박용제 작가의 <갓 오브 하이스쿨>은 게임제작사인 YD온라인을 통해 RPG 게임으로 만들어졌다. 출시 한 달여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할 만큼 인기가 높다. 원작 웹툰을 그대로 가져온 듯한 구성으로 원작을 모르는 사람들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 자료: kt경제경영연구소 디지에코 ‘웹툰, 1조원 시장을 꿈꾸다’ 보고서.

이는 웹툰에 기반한 OSMU의 선순환 구조와 무관치 않다. YD온라인 관계자는 “원작을 모르는 유저도 게임을 통해 스토리를 알 수 있어서 웹툰으로 다시 넘어가는 유저가 많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최훈 작가의 <삼국전투기>도 지난달 모바일게임으로 출시됐다.

따지고 보면 만화가 원작인 2차 콘텐츠들은 웹툰 전성시대 이전에도 존재했다. 이현세 작가의 <공포의 외인구단> <지옥의 링> <폴리스>, 허영만 작가의 <식객> <미스터Q> <각시탈> 등 많은 작품들이 영화나 드라마로 선보였다.

김수정 작가의 <아기공룡 둘리>는 국내의 대표적인 만화 기반 OSMU 사례다. TV와 극장 애니메이션은 물론, 어린이 뮤지컬로도 제작돼 ‘뽀로로’ 등장 이전 국내를 대표하는 캐릭터였다.

일본 작품이기는 하지만 SBS에서 방송된 <심야식당>도 출판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저녁>(이명진 작가)과 <협객 붉은매>(소주완/지상월 작가)는 게임화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웹툰에 기반한 OSMU가 출판 만화의 그것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한창완 교수는 “예전에는 드라마나 영화적 형태에 맞는 작품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았다. 출판만화는 영화계의 ‘비상구’였고 더 이상 새로운 시나리오를 찾을 수 없을 때 만화를 찾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교수는 “현재의 웹툰은 비상구가 아닌 메인스트리트”라며 “조회수를 통해 객관적 수치가 명확하기 때문에 원작(판권)을 구입하더라도 바로 투자받을 수 있는 객관적 데이터가 보장된다. 또한 새로운 장르나 스토리텔링을 시험할 수 있는 중요한 투자수단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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