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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장 풀린 TV광고, 파괴력은 얼마나?광고총량제·가상광고 도입…기대·우려 공존

[더피알=박형재 기자] 방송광고 시장의 문이 활짝 열렸다. 광고총량제가 전면 시행되고, 가상광고가 허용(예능+스포츠뉴스)됐다. 정체의 늪에 빠진 방송광고 시장에 부는 가상광고 바람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16일 전체회의를 열어 ‘가상광고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 제정안 등을 의결했다. 그 결과 21일부터 야구중계에서나 보던 가상광고가 예능과 스포츠뉴스로 확대됐다. 유료방송의 가상광고는 기존 프로그램시간의 5/100에서 7/100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제품 사용 장면을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을 활용해 직접 시연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특히 여러 종류의 광고가 동시에 한 화면에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방통위는 ‘가상광고 세부기준 고시’에서 “동시에 나오는 두 종류의 광고 크기의 합을 화면의 4분의1로 제한”했는데, 사실상 여러 광고가 노출되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다. 음료, 의류, 휴대폰 등의 간접광고(PPL)와 함께 가상광고가 나오거나 새로운 형태의 복합광고가 예상된다.

다만 스포츠뉴스에 대한 가상광고는 MBC <뉴스데스크> 등 종합뉴스가 아닌 독립적인 방송프로그램에만 허용된다. 당초 방통위는 교양프로그램에도 가상광고를 허용할 계획이었으나 시청권 훼손 우려를 받아들여 제외했다.

지상파의 해묵은 숙제이던 광고총량제도 우여곡절 끝에 방통위 문턱을 넘었다. 광고총량제는 광고 형태에 관계없이 광고시간 한도(광고 총량)만 규제하는 제도다. 그동안 지상파 광고는 프로그램 앞뒤에 붙는 프로그램 광고, 프로그램 사이에 나가는 토막 광고 등으로 구분돼 각각 규제를 받아 왔다.

광고총량제 도입으로 방송사는 광고주들이 선호하는 프로그램에 광고를 더 많이 붙일 수 있게 됐다. MBC 무한도전(95분)의 경우 지금은 15초짜리 광고를 최대 38개(9분30초)까지 할 수 있지만 광고총량제 시행 뒤에는 57개(14분15초)까지 가능하다. 

관심을 모았던 ‘협찬고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은 상정되지 않았다. 협찬고지 개정안은 <블랙야O와 떠나는 무한도전> <짜O의 심야식당>과 같은 제목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방통위는 지난달 6일 협찬 기업의 이름과 상품명 등을 방송프로그램 제목에 포함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으나 시민단체 등의 반대를 고려해 일단 보류했다. (관련기사:‘제목 광고’ 허용 움직임, 국감서 ‘제동’)

다만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협찬은 광고와 달리 나름대로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협찬도 올바르게 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검토해서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해 도입 여지를 남겼다.

   
▲ 야구중계에서나 보던 가상광고가 드라마, 예능, 스포츠뉴스로 확대됐다. 사진은 알바몬 가상광고.

42년 만에 손질, 업계 반응은 ‘뜨뜻미지근’

광고총량제 도입은 1973년 광고 형태별 규제가 도입된 지 42년 만에 일대 변화다. 지상파 가상광고는 이번에 처음 시도된다.

전문가들은 지상파 광고가 늘어날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그 규모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광고 규제는 대폭 완화됐지만 핵심인 중간광고가 빠져 지상파 수익 증가폭은 미미할 것이란 지적이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광고 산업이 위축된 상황에서 규제 완화는 환영할만하다”면서도 “방송 광고비가 파격적으로 늘어나진 않을 것으로 본다. 미디어 패러다임이 온라인, 스마트폰 중심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광고주들이 기존 광고비를 줄이면서까지 방송 광고 집행을 늘리진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광고주들도 효과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곽혁 한국광고주협회 상무는 “인기프로그램의 경우 프라임타임(21~24시)에는 실질적으로 광고숫자가 늘어나 방송사의 수익 증대에 도움 될 수 있다”면서 “현재의 판매율을 감안하면 광고의 혼잡도가 증가하는 만큼 광고효율성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상파 방송사들 역시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손계성 한국방송협회 정책실장은 “방송 경영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제목광고 등 새로운 방식의 광고가 추가되는 건 나쁘지 않지만 가장 필요한 중간광고는 풀리지 않았다”며 “지금보다 크게 나아지는 건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지상파 입장에서는 광고를 집행하더라도 시청자와 광고주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가상광고 등은 프로그램 진행을 방해할 수 있고, 시청자들도 불편을 느낄 수 있다”면서 “그래서 중간광고 도입을 주장했는데 포함되지 않았다. 한동안 추가 규제완화는 어렵다는 점에서 중간광고를 막은 종편의 승리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 대기업 홍보임원은 “광고주들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이다. 광고비가 한정된 상황에서 획기적인 제안이 오지 않는 한 집행에 신중하다”면서 “중간광고라면 소비자가 그걸 볼 수밖에 없는 만큼 광고시청률이 기대되지만 이번에 풀리는 규제완화의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 프로그램 제목에 협찬주명을 사용해 방통심의위원회 징계를 받은 채널A <총각네 야채가게>. 앞으로는 이 같은 제목의 TV프로그램이 허용될 수도 있다.

프로그램-제품 동일시, 광고효과 UP

규제완화 내용 중 어떤 게 ‘광고 블랙홀’로 세력을 확대할지 묻는 질문에도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광고총량제는 300억원 수준의 지상파 이익이 예상되고, 나머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광고주 입장에서 홍보 수단이 많아진 만큼 손해는 아닐 것이란 중론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가상광고의 파괴력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가상광고는 제품 사용 장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광고 효과가 크다”며 “그래픽, 애니메이션 등 각종 효과를 사용해 제품을 표현할 경우 소비자에게 환상을 심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간접광고와 함께 화려하게 노출될 경우 매력적인 광고 수단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김병희 교수는 광고총량제 도입이 가장 의미 있는 변화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광고총량제는 42년 만에 판을 바꾸는 것으로 광고계의 ‘헌법개정’이나 마찬가지”라며 “편성의 자율권을 주는 거라서 지각변동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광고총량제를 제외한 가상광고 규제 완화는 아직까지 계산이 서지 않는 상황”이라며 관건은 새 포맷에 광고를 얼마나 잘 녹여내느냐에 달려있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앞으로 과제는 시청자가 짜증나지 않는 선에서 어떻게 자연스럽게 접근하느냐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양윤직 오리콤 미디어전략연구소장은 “광고가 늘어난 만큼 시청자들의 채널 재핑(zapping)은 더 많아지고, 프로그램 시청률보다 광고 시청률이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광고주 입장에선 프로그램 선택 시 더 신중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가상광고는 처음 시작하는 거라서 우선 좀 지켜봐야 한다”며 “처음 시도한 기업의 투자 대비 광고효과에 따라 판단이 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콘텐츠 활용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광고 패키지 등 선택옵션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곽혁 상무 역시 “가상광고 등의 경우 미디어렙사의 구체적인 판매 방안이 나와야 그 윤곽을 알 수 있다”면서도 “비용의 문제, PD 등 제작진의 절대적 협조, 시청자의 반발 등 부정적 변수가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기업에서는 신중히 접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밖에 업계에서는 규제완화 여파로 프로그램 전 CM(광고)과 후 CM 가운데 전 CM의 광고비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광고가 많아지면 프로그램 끝나자마자 채널이 바로 돌아가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시청률 높은 프로그램은 지금보다 광고비가 늘어나고, 낮은 프로그램은 떨어져 프로그램 간 양극화는 더 심화될 전망이다. 또 늘어난 지상파 광고비는 신규편성 보다는 ‘내부이전’으로 충당할 가능성이 높다. 케이블, 종편의 파이가 줄어들고 조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TV광고 홍수 속 시청권 침해 우려

지상파 광고 규제완화의 효과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지만 시청자가 더 많은 광고를 보게 될 것이란 점에는 이견이 없다. 언론‧시민단체에선 광고규제 완화로 방송의 공공성 훼손이 예상된다며 우려하고 있다.

반면 방통위는 지상파 광고 규제 완화의 명분으로 광고 시장 활성화와 방송 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내세우고 있다. 광고비를 늘려 프로그램 제작비를 마련하고 양질의 콘텐츠 제작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이헌 방통위 방송광고정책과장은 “TV광고가 많아지면 아무래도 시청자들이 불편을 느끼겠지만, 시청권을 방해할만큼 프로그램 안에서 광고가 마구 돌아다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방송 전후에 광고를 조금 더 붙이자는 것”이라며 “효율적인 광고 집행을 돕자는 취지로 이해해 달라”고 강조했다.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광고주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데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최진봉 교수는 “기존에 광고 블록을 나눠놓은 이유 중 하나는 기업이 프로그램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면서 “기업 입김이 작용하기 좋게 방송 환경이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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