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과 감청…끝나지 않는 싸움
카톡과 감청…끝나지 않는 싸움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5.10.08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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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불응 선언 1년 만에 입장 선회, 우려·비판 속 현실론 고개

[더피알=문용필 기자] 카카오가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에 대한 수사기관의 감청영장 협조요청에 응하기로 했다.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지난해 ‘감청영장 불응선언’을 한지 1년만에 입장을 선회한 셈이다. 이를 두고 이용자의 프라이버시 보호에 대한 우려와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시각이 공존한다.

카카오의 달라진 입장은 지난 6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처음 알려졌다. 이날 김진태 검찰총장은 “개인 정보는 전부 삭제하고 (대화) 내용만 일차적으로 받아서 그 내용을 검증해 범죄와 관련 있다고 소명되는 부분을 별도로 다시 받는 쪽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카카오는 이날 저녁 별도의 보도자료를 배포해 입장을 전했다. “신중한 검토 끝에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른 통신제한조치에 응하기로 했다”는 것. 즉, 수사기관의 감청영장 협조요청을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다.

카카오는 “단체대화방의 경우, 수사 대상자를 제외한 나머지 대화참여자들에 대해서는 익명으로 처리해 자료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적용시기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더피알>과의 통화에서 “앞으로 통신제한조치와 관련한 수사요청이 들어오면 (달라진 방식으로 정보가) 제공된다고 보면 된다”고 언급했다.

‘익명 처리’라는 단서가 붙기는 했지만 이는 1년 전 ‘감청영장 불응’ 선언과는 사뭇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지난해 10월 13일, 이석우 당시 공동대표는 이른바 ‘카카오톡 검열의혹’이 불거진 이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감청 영장에 대해, 10월7일부터 집행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향후에도 응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관련기사: ‘배수의 진’ 친 다음카카오, 여론 돌릴 수 있을까)

이 전 대표는 “실정법 위반이라면 대표이사인 제가 최종 결정했기 때문에 그 벌은 제가 달게 받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카카오가 ‘배수의 진’을 쳤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강력한 한 수였다.

이날 선언에 발맞춰 카카오는 이용자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과 기술적 보완을 착착 진행해 나갔다. 사용자 정보보호를 위해 카카오톡 대화내용의 서버 저장기간을 2~3일로 대폭 축소했으며, 1:1 대화방은 물론 단체대화방에도 비밀 대화기능을 적용하는 ‘프라이버시 모드’를 도입했다. (관련기사: 악재 대응 다음카카오의 ‘종합세트’)

프라이버시 모드에는 이용자의 단말기에 암호키를 저장하는 ‘종단간 암호화(end-to end encryption)’ 기술이 적용돼 있기 때문에 단말기를 압수하지 않는 이상 서버에 저장된 대화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 이와 함께, 외부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프라이버시정책자문위원회를 출범시키는 한편, ‘투명성 리포트’를 발간하기도 했다.

‘사이버 검열’ 논란 재점화되나?

카카오 측이 제한적이나마 수사기관의 감청영장에 응하기로 하면서 이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제기됐던 ‘사이버 검열’ 논란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SNS 상에서는 “용하게 버틴다 했다”(@bowii*****), “카톡 검열 가능하게 되었네”(@lemon*****), “검열해도 걸릴건 없지만 찝찝하단 말이지”(@begi*******) 등의 반응들이 쏟아졌다.

▲ 지난해 10월 기자회견을 통해 수사기관의 감청영장에 불응하겠다고 선언했던 이석우 당시 카카오 대표. ⓒ뉴시스

시민사회단체 공동기구인 사이버사찰긴급행동은 성명을 내고 “수사기관의 편의를 위해 편법적인 방식으로 감청 협조를 재개한다는 것은 모든 카카오톡 이용자들의 정보인권에 심각한 위협일 수밖에 없다”며 “정보·수사기관들에게 단톡방 이용자들을 ‘익명으로‘ 제공하겠다는 것 역시 대화내용 제공에는 변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야당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카카오는 협조 중단 이전과는 다른 방식이라고 강조하지만 대국민 사이버 사찰이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며 “수사대상자 이외의 인물이 나눈 대화내용도 검찰이 추가 공문을 보내면 공개하기로 한 것은 명백한 공권력 남용이고 사생활 침해”라고 강조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도 “카카오톡이 검찰 권력에 결국 굴복하고야 만 것”이라며 “대화방의 내용을 익명으로 처리하고 절차를 강화해서 검찰에 협조한다고 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우려와 비판여론과 관련, 카카오 측 관계자는 <더피알>과의 통화에서 “과거 문제가 됐던 것은 단톡방에 초대된, (수사대상자와) 전혀 무관한 일반인들의 아이디가 수사기관에 넘어갔던 부분인데 이는 익명처리된다”며 “대화를 나눈 사람 중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해도 수사기관장의 공식적인 공문이 없으면 제공하지 않는 형태”라고 전했다.

또한 프라이버시 모드가 적용된 비밀대화 기능은 유지되기 때문에 비밀대화 내용은 수사대상자의 스마트폰을 열어보지 않는 한 볼 수 없고, 대화내용 저장기간 단축 등 지난해 이후 강화된 프라이버시 정책은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도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려는 노력을 계속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수사협조 불응에 대한 문제제기 꾸준히 있었다”

카카오의 입장 선회를 두고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라는 현실론도 제기되고 있다. 사법기관들이 감청영장 협조요청에 ‘범죄 수사’라는 명분을 앞세운다면 법을 준수해야하는 기업 입장에서 이를 마냥 무시할 수 만은 없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익명 처리 등 정보제공에 ‘제한장치’를 둔 것은 이같은 카카오의 고민이 엿보이는 흔적이다.

실제로 카카오 관계자는 “지난해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수사에 협조할 수 없다고 선언한 이후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하는 기업으로서 강력범죄에 대한 수사요청에 협조하지 못한다면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문제제기가 꾸준히 있었다”고 언급했다.

▲ (자료사진) 지난해 카카오톡 감청 논란 당시 '메신저 사찰을 거부합니다'며 시위한 모습. ⓒ뉴시스

언론 등 일각에서는 카카오와 관련된 사법당국의 수사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외압론’도 제기되고 있다. 감청영장 불응 선언을 했던 이석우 전 대표는 다음과의 합병 전 카카오 대표로 재직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에 대한 사전 전송을 막거나 삭제하는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은 바 있다. (관련기사: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 소환, 처벌 가능한가?)

지난 6월부터는 카카오에 대한 서울지방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도 진행중인 상황이다. 사법당국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카카오로서는 결국 감청영장에 협조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카카오 관계자는 “그런 부분은 (이번 결정과) 관련이 없다”며 “이같은 논의가 시작된 것은 거의 1년이 다 돼간다. 작년 말부터 계속 논의가 진행돼왔다”고 일축했다. 또한 “근시일 내 적합한 때를 정해 관련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었다”며 “국정감사에서 언급됐기 때문에 발표 시기가 당겨졌다”고 해명했다.

한편, 카카오 측의 정책변화로 인해 지난해 발생했던 네티즌들의 ‘사이버 망명’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경제신문>이 7일 정보통신기술업계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43명 중 23명은 다른 보안 메신저를 쓸 의향이 있거나 이미 다른 메신저를 쓰고 있으며 이를 더 활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큰 걱정이 없다며 카카오톡을 그대로 쓸 것이라는 응답자는 20명이었다.

보안성이 탁월한 것으로 평가받는 독일산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도 다시 주목받는 분위기다. 텔레그램은 지난해 ‘사이버 검열 의혹’이 불거진 이후 국내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지속하며 한때 애플 앱스토어 국내 무료 다운로드 순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당신이 텔레그램을 쓰는 이유)

다만, 텔레그램이 국내 시장에서 이용자를 더욱 불려나갈지 여부는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7일 현재 텔레그램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의 국내 인기 앱순위에서 100위권에도 진입하지 못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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