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보수언론들도 큰 우려
역사교과서 국정화, 보수언론들도 큰 우려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5.10.0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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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솎아보기] 권력 입맛대로 왜곡될 수 있어…“정사(正史)가 정사(政史)될라”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國定化)하기로 최종 결론을 내리고 다음주에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2017년부터 정부가 편찬한 단일 교과서로만 역사를 배우게 될 전망이다.

청와대는 7일 국정화 방침과 관련해 “교육부와 새누리당이 교육적 관점에서 정할 일”이라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역사교육을 통해 올바른 국가관과 균형 잡힌 역사의식을 길러주는 게 중요하다”고 한 말을 재차 강조했다.

국정화 추진 논리는 현재의 한국사 교과서들이 좌편향돼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검정 교과서들은 대한민국 성장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은 크게 부각시키면서 북한의 3대 세습 독재나 주민들 굶주림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국정화 반대 진영에서는 교육부가 집필진을 고르면 결국 뉴라이트 계열 학자만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권력의 입맛에 맞게 역사가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요 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모든 것이 자유화·개방화돼가는 시대에 교육용 역사 편찬을 정부가 도맡겠다는 것은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오류와 편향성이 있는 교과서를 통과시킨 검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꼼꼼히 점검해야지 국정화 전환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진단과 처방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정치가 역사를 주무르면 정사(正史)가 정사(政史)가 되고, 결국 5년마다 교과서를 바꾸게 돼 사실에 근거한 균형감 있는 교과서를 만들 수 없다”고 우려했다.

조선일보는 “검정 교과서는 사실상 좌편향(左偏向) 단일화가 이루어졌다”면서 “만약 국정 교과서로 가야 한다면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국정’을 빌미로 역사 교과서를 고쳐 쓰겠다는 말이 나올 여지가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 한 시민단체가 7일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사 국정화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뉴시스

<주요 신문 10월 8일자 사설>

▲ 경향신문 = 열린 사회와 그 적들 - 민주주의 모독하는 시대부적응자 / 열린 사회와 그 적들 - 교과서를 이념도구로 삼는 정권 / 열린 사회와 그 적들 - 시민감시 빅브러더 꿈꾸는 권력
▲ 국민일보 = 거듭되는 맹탕ㆍ정쟁 국감, 이대로는 안 된다 / 공산주의자 타령만 하는 고 이사장 해임이 마땅 / 재외국민 안전 확보가 재외공관 본연의 업무
▲ 동아일보 = 靑, 한국사교과서 '날림 검정' 알고나 국정화 추진하는가 / "문재인 공산주의자" 고영주 발언도, 政爭국감도 문제다 / "비 올 때 우산 뺏지말라"던 금융당국이 좀비기업 키웠다
▲ 서울신문 = 여권 국감 이후 국정개혁에 올인해야 / 가뭄 해소에 4대강 물 활용해야 / 학교 급식 실태 전수조사하라
▲ 세계일보 = 역사교육 개선, '실사구시' 접근부터 / 방문진 이사장의 편향 발언, 백해무익하다 / 가뭄 이겨낼 근본적인 물관리 대책 세워야
▲ 조선일보 = 한국사 교과서 國定化, 정말 '최고 품질' 자신할 수 있나 / 폴크스바겐, 리콜하면 車 소유자에게 '燃比 손해' 보상해줘야 / 이재정 교육감, 고교생까지 선거판에 몰아넣자는 말인가
▲ 중앙일보 = 좀비기업 살리며 TPP시대 대응할 수 있나 / 역사 교과서 편향, 국정 아닌 심의 강화로 바로잡자 / 기후변화 국제기구 수장 배출한 한국, 적극 뒷받침해야
▲ 한겨레 = 역사교과서 국정화, 유신시대로 돌아가겠다는 건가 / 일본의 '노벨상 풍작'에서 배워야 할 교훈 / 다시 불거진 '사이버 사찰' 공포
▲ 한국일보 = 국사교과서 국정화 후폭풍 감당할 자신 있나 / 극단적 사고(思考)로는 방문진 이사장 자격 없다 / '무늬만 회사차'의 탈세, 규제 강화로 막아야
▲ 매일경제 = 2%대 저성장 '규제 프리존'으로 활로 뚫어라 / 4분기 연속 실적 반등한 삼성전자에 거는 기대 / 가뭄으로 충남 제한급수, 전국민 물절약 나서야
▲ 한국경제 = 중부 대가뭄…댐 반대론자들은 왜 말이 없나 /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TPP 합류할 길 터라/ 부실 조선사 위탁경영은 올바른 구조조정 아니다

동아일보는 ‘靑, 한국사교과서 ‘날림 검정’ 알고나 국정화 추진하는가’란 제목의 사설에서 “7일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이 ‘역사교육을 통해 올바른 국가관과 균형 잡힌 역사의식을 길러주는 게 중요하다’고 한 말을 강조하며 이번 결정에 대통령의 의중이 실렸음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동아는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야권은 물론 학계의 비판이 많은데도 박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보이는 이유는 현행 검정제로는 교과서의 좌편향을 바로잡을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오류와 편향성이 있는 교과서를 통과시킨 검정 과정에 있다. 국정화 전환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진단과 처방이 잘못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 대통령이 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여도 정권이 교체되면 교과서 내용이 달라지거나 발행 체제가 다시 검정으로 바뀔 수 있다. 애국심 고양도 중요하지만 한 정권이 역사 교과서의 집필을 좌지우지하는 체제를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역사 교과서 편향, 국정 아닌 심의 강화로 바로잡자’란 사설을 통해 “우리는 누누이 정치권의 역사 교과서 개입을 경계해 왔다. 정치가 역사를 주무르면 정사(正史)가 정사(政史)가 되고, 결국 5년마다 교과서를 바꾸게 돼 사실에 근거한 균형감 있는 교과서를 만들 수 없다”며 역사 왜곡 가능성을 우려했다.

또한 “만일 당정이 국정화를 강행하면 교육부는 1년 안에 새 교과서를 만들어 2017년 2월까지 공급해야 한다. 졸속·부실 콘텐트가 될 게 뻔하다. 미국·유럽 등은 5~10년에 걸쳐 만든다. 시대착오적인 시도를 접고 학자들이 양질의 교과서를 만들도록 힘을 모아줘야 한다. 좌우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학자를 검정위원으로 엄선해 심의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유신시대로 돌아가겠다는 건가’란 사설에서 “국정화 추진 세력의 논리는 한마디로 현재의 한국사 교과서들이 좌편향돼 있다는 것인데 제 얼굴에 침 뱉기다. 지금 사용되는 교과서는 이명박 정부에서 공시한 집필기준에 따른 것이고, 더구나 2013년 교학사 교과서 논란을 거치면서 교육부의 수정명령 등을 통해 2250건의 수정·보완을 거친 내용이다”고 밝혔다.

이어 “백번 양보해 지금의 교과서 내용에 문제가 있더라도 이는 검인정 체제하의 집필기준과 수정명령을 통해 해결하면 충분하다. 그런데도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면서까지 국정화를 관철시키려는 이유를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박 대통령은 왜 이토록 국정화에 집착하는지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일보는 ‘국사교과서 국정화 후폭풍 감당할 자신 있나’란 사설에서 “당장 국정화가 현실화할 경우 봇물처럼 터져나올 반발과 비판이 걱정스럽다. 불과 한 달 남짓 동안 국정화 반대 선언과 성명에 참여한 교수와 교사, 학부모 등의 수가 5만명이 넘는다. 학계와 교육계를 넘어 일반시민으로 확산될 게 분명해 보인다”고 우려했다.

조선일보는 ‘한국사 교과서 國定化, 정말 '최고 품질' 자신할 수 있나’란 사설에서 “정부가 2003년 역사 교과서 검정제도를 도입한 명분은 다양한 교과서의 경쟁을 통해 교과서의 질을 높이고 학생들에게 역사를 보는 여러 갈래의 관점을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행 검정 교과서들은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대사 연구가 특정 사관(史觀)에 치우친 세력의 손에 잡혀 있는 현실에서 검정 교과서 체제는 이들의 비뚤어진 대한민국관을 학생들에게 주입시키는 통로가 되고 말았다. 검정 체제에서 교과서 숫자만 늘었을 뿐 속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좌편향(左偏向) 단일화가 이뤄졌다”며 “국정화가 대안으로 떠오른 데는 이런 사정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조선은 “모든 것이 자유화·개방화돼가는 시대에 교육용 역사 편찬을 정부가 도맡겠다는 것은 시대 흐름에 맞지 않다. 그럼에도 만약 국정 교과서로 가야 한다면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국정’을 빌미로 역사 교과서를 고쳐 쓰겠다는 말이 나올 여지가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사제공 논객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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