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국정화 끝내 강행, 무엇을 위해?
한국사 국정화 끝내 강행, 무엇을 위해?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5.10.1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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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솎아보기] 여론수렴·집필기간 부족…부실·날림 우려 커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와 중학교 역사 1, 2교과서가 2017년 3월 신학기부터 국정(國定)으로 바뀐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12일 “역사적 사실 오류를 바로잡고 이념적 편향성으로 인한 사회적 논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국정화 이유를 밝혔다.

▲ 12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역사학과 학생들이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반대 구호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교육부는 국정 교과서 배포 시점을 2017년 3월로 못 박았다. 11월 집필에 착수해 1년 안에 완료하고 12월 한달간 감수를 거쳐 박근혜 정권 임기 안에 새 역사 교과서를 교실에 넣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검정 교과서들은 집필·검정 기준을 통과하는 데 2년이 걸렸다. 그런데도 829건의 오류가 발견돼 뒤늦게 수정했다.

교육부는 새 국정 교과서의 시범 수업절차도 생략하겠다고 했다. 촉박한 일정에서 부실·날림 편찬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의 일방통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한국사 국정화 여부는 이념 논쟁과 역사적 갈등 등 첨예한 논란이 뒤따르는 사안이다. 그런데 정부는 공청회 등을 통한 여론 수렴조차 거치지 않았다.

게다가 국정교과서는 개방성·다양성을 위해 역사해석의 권한을 민간이 향유하는 국제적 흐름에 역행한다. 전 세계적으로 북한과 베트남 등 극소수 국가만이 채택하고 있다.

교육부가 검정교과서들의 좌편향을 문제 삼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다. 이들 교과서는 모두 교육부 집필기준에 의해 쓰여졌다. 스스로 내린 판정을 뒤엎고 뒤늦게 문제제기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주요 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조선일보는 “제대로 된 역사 교과서를 정권 임기 안에 완성한다는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국정교과서는 5년마다 정권이 바뀌면 정권의 입맛에 맞게 수정될 우려가 있다”며 “만약 시간에 쫓겨 국정교과서에도 오류나 편향 논란이 발생한다면 졸속 발행을 주도한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역사교과서 부실 검정한 교육부가 국정화는 올바르게 검증할까”라고 비판했으며, 한국일보의 경우 “도대체 무엇을 위해 우격다짐으로 국정화를 관철시키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12일 국회 앞에서 보수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좌편향적 국사교과서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주요 신문 10월 13일자 사설>

▲ 경향신문 = 기어코 유일 사관을 강요하려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 지역주택조합 열풍이 걱정스러운 이유
▲ 국민일보 = 한계기업 솎아내지 못하면 개혁은 실종되고 말 것 / 배달대행업체 알바 위한 산재 대책 서둘러야 / 해외무관부 암호장비 도난, 관계자들은 대체 뭐했나
▲ 동아일보 = 무리한 '대통령 관심사업'이 정책 실패 부른다 / 역사교과서 부실 검정한 교육부, 국정화는 올바르게 할까 / 최경환ㆍ윤상직 장관, 구조조정 못하면 출마 접어라
▲ 서울신문 = 정권 바뀌어도 안 바꿀 국사 교과서 만들어야 / 한ㆍ미 정상, 中 협력으로 北 변화 유도를 / 청소년 알바, 법으로 보호해야 한다
▲ 세계일보 = 국정 교과서 강행 말고 합리적 대안 찾아라 / '제2의 심학봉' 막으려면 공천 잣대 엄정해야 / 안보 걸린 암호장비 털리고도 쉬쉬하는 나라
▲ 조선일보 = 제대로 된 역사 교과서, '정권 임기 內 완성' 집착 말아야 / 역사 교과서 國定化, 대통령이 직접 설명할 필요 있다 / 최 부총리, 노조만 탓하니 진짜 금융개혁 안 되는 것
▲ 중앙일보 = '올바른 한국사 교과서'의 전제조건은 / 미국 가는 박 대통령, 대북 문제 긴밀히 조율해야 / 담합ㆍ부실 공사 부추겨 온 최저가낙찰제 폐지 마땅하다
▲ 한겨레 = '역사전쟁'이 아니라 '상식과 국격의 파괴'다 / '제2의 심학봉 의원' 나오지 말란 법 있을까
▲ 한국일보 = 한국사 국정화, 이런 속도전으로 뭘 얻을 수 있나 / 모든 현안 덮고 국정화 소용돌이 말려드는 국회 / 평당 7000만원, 부동산시장 왜곡하는 거품
▲ 매일경제 =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핵심은 균형된 시각이다 / 노벨 경제학상 앵거스 디턴이 말하는 불평등 해법 / 朴 방미, 中 경사론 불식하고 북핵 해법 교감 넓히길
▲ 한국경제 = 복지 정책 왜곡하는 통계 문제들…노인 빈곤의 경우 / 역사 교과서 '거짓말'보다는 '국정'이 낫지 않겠나 / 아랍의 봄 5년…민주주의는 멀고 석유시장은 불안하고

한국일보는 ‘한국사 국정화, 이런 속도전으로 뭘 얻을 수 있나’란 제목의 사설에서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전환을 끝내 강행했다. 교육부는 2017년부터 중학교 ‘역사’와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하는 내용의 ‘교과용도서 구분안’을 행정예고 했다. 국정화 문제는 우리 사회를 격렬한 갈등의 소용돌이에 몰아넣을 것이 명약관화하다”고 전했다.

한국은 “정부와 여당의 국정화 전환 결정과 발표를 보면 속도전을 방불케 한다. 이념 논쟁과 역사적 갈등 등 한국사 국정화 여부는 첨예한 논쟁이 뒤따르는 중대한 사안이다. 하지만 정부는 공청회 등 이렇다 할 여론 수렴 과정조차 거치지 않았다. 시국선언과 촛불집회 등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속전속결식 밀어붙이기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졸속 추진을 우려했다.

특히 “국정화를 추진하는 정부와 여당의 논리는 한마디로 현재의 검정교과서들이 이념적으로 편향돼 있다는 것인데, 이는 자가당착이다”고 꼬집었다. 

한국은 “교과서는 저자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책이 아니다. 국가가 정한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지금 사용되는 8종의 검정 교과서는 이명박 정부에서 공시한 집필기준에 따른 것이다. 교육부가 검정을 통과시켜놓고 좌편향 교과서라고 비난하는 건 심각한 자기모순이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제대로 된 역사 교과서, ‘정권 임기 內 완성’ 집착 말아야’란 사설을 통해 “교육부는 국정 교과서 배포 시점을 2017년 3월로 못 박았다. 11월 집필에 착수해 1년 안에 완료하고 내년 12월 한 달 안에 감수와 적합성 검토 등을 끝낸다는 계획이다. 박근혜 정권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새 역사 교과서를 교실에 넣겠다는 것이지만, 촉박한 일정에서 부실·날림 편찬 우려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문제되는 검정 교과서들은 집필에서 검정에 이르기까지 2년이 걸렸다. 그런데도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 8종에서 잘못이 829건 발견돼 뒤늦게 수정했다”면서 “교육부는 새 국정 교과서를 갖고 시범 학교에서 몇 달간 연구 수업을 해보는 절차도 생략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임기 내 끝내겠다는 데 집착해 무리하게 밀어붙이면 역사 교육이 정치에 휘둘린 또 하나의 사례로 기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겨레는 ‘‘역사전쟁’이 아니라 ‘상식과 국격의 파괴’다’라는 사설에서 “국정 역사교과서는 지구촌에서 사라져가는 독재·전체주의의 폐습이다. 북한을 비롯한 극히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중·고등학교는 물론 초등학교에서도 다양한 교과서를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유엔의 권고이기도 하다”라고 전했다.

한겨레는 “역사 왜곡에 혈안이 돼 온갖 수단으로 교과서에 개입하려 드는 일본의 극우정권조차도 국정화라는 ‘마지노선’은 넘지 않고 있다. 국정체제 전환은 집권세력이 특정 역사관을 국민에게 강제로 주입해도 괜찮다는 ‘불건전한 국가관’, 즉 독재를 정당화하는 국가관을 가르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 박 대통령은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반민주적이고 부도덕한 행태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인적 한풀이를 위해 유신독재를 미화하는 교과서를 만들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는 의구심이 세간에 가득하다. 이게 사실이라면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가족사를 위한 국정 교과서’가 탄생하는 셈이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기어코 유일 사관을 강요하려는 박근혜 대통령에게’란 사설을 통해 “검정교과서들이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정부·여당의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 박 전 대통령이 산업화를 주도한 사실만 다루고 유신시절의 인권유린 행위를 쓰지 못하게 한다면 그것은 어불성설이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분명한 점은 교육부가 문제 삼는 검정교과서 7종은 모두 교육부 집필기준에 의해 쓰여졌고, 이후 교육부가 엄정하게 심사해 통과됐다는 점이다. 스스로 내린 판정을 뒤엎고 뒤늦게 좌편향 이념편향을 제기하는 것은 직무유기이자 자가당착일 뿐이다. 백번 양보해 문제가 있다고 해도 현재의 검정체제에서 집필기준에 따라 고치면 그만이지 국정으로 전환할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중앙일보는 ‘‘올바른 한국사 교과서’의 전제조건은’이란 사설에서 “국정교과서는 개방성·다양성·창의성을 위해 역사해석의 권한을 민간이 향유하는 국제적 흐름에 역행한다. 전 세계적으로 북한과 베트남 등 극소수 국가만이 채택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국정교과서를 강행하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평가했다.

중앙은 “정쟁에 휘말릴 경우 기한 내 정상적인 집필이 어려울 수도 있다. 국정교과서는 5년마다 정권이 바뀌면 정권의 입맛에 맞게 수정될 우려도 있다. 만약 시간에 쫓겨 국정교과서에도 오류나 편향 논란이 발생한다면 졸속 발행을 주도한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사제공 논객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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