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는_무엇으로_사는가 1
#브랜드는_무엇으로_사는가 1
  • 정지원 (jiwon@jnbrand.co.kr)
  • 승인 2015.10.15 10: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브랜드텔링 1+1]정체성 구축한 페북과 신뢰 잃은 도쿄올림픽

브랜드텔링 1+1이란..?
같거나 다르거나, 깊거나 넓거나, 혹은 가볍거나 무겁거나. 하나의 브랜딩 화두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과 해석.

#1. 흰색 탱크였다.
말끔하게 도색한 흰색 탱크 위에 곱게 차려 입은 74세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an Westwood)의 단호한 얼굴은 예사롭지 않았다. 영국 정부가 27개의 셰일가스 개발 허가권을 내준 것에 반대하는 시위였다. 순식간에 전세계로 확산돼 엄청난 지지여론을 얻었다. 그녀가 보여준 영국대표 패션브랜드로서의 가장 ‘펑크(Punk)’스럽고 호소력 있는 모습이 무척 유효했을 것이다.

▲ 비비안 웨스트우드(74)가 영국 정부의 셰일가스 개발 허가에 반대하며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자택 앞에서 ‘탱크 시위’를 벌였다. 템즈벨리뉴스(thames valley news) 영상 화면 캡쳐.

#2. 2~3일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페이스북(Facebook)이 ‘싫어요’ 버튼을 만들 계획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의견, 분석, 전망이 쏟아졌다. 페이스북은 다시 한 번 정정할 수밖에 없었다. 향후 도입할 것은 ‘싫어요’ 버튼이 아니라, 슬픈 상황에 대한 공감버튼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이 발표까지는 걸린 시간은 단 3일 내외였다.

▲ 도쿄 올림픽 엠블럼(오른쪽)과 벨기에 극장 로고.

#3. 올림픽 사상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일본 디자이너 사노 겐지로가 개발한 2020년 도쿄 올림픽 공식 엠블럼이 폐기된 것. 엠블럼 발표 이후 벨기에의 극장 심벌과의 유사성이 이슈가 되면서 일파만파 확산됐고, 결국 악화되는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디자인을 철회했다. 막대한 자본손실과 함께 씻을 수 없는 불명예를 남긴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더피알=정지원] ‘브랜드는 무엇으로 사는가?’ 최근 필자가 꾸준히 생각하는 주제다. 앞서 언급한 3개의 사건은 모두 이 질문에 대한 힌트를 주고 있다.

‘브랜드는 네트워크’라고 정의되는 이 시대에 대체 불가능한 족적을 남기며 변함없이 존중하게 되는 브랜드가 있는가하면, 높은 명성을 쌓았지만 한 번의 실수를 잘 관리하지 못해 돌이킬 수 없는 추락을 거듭하는 브랜드도 있다.

영향력 있는 브랜드일수록, 브랜드의 정체성이 분명할수록, 우리 일상에 밀접할수록 그 브랜드의 일거수일투족 자체가 관심과 논쟁거리가 되기도 한다.

좀 생각이 있는 브랜드라면 이 네트워크 시대에 맞는 브랜딩을 필시 고민할 것이다.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하나 돼 있고 수많은 정보를 갖춘 일반 대중이 끊임없는 소통을 이어나가는 지금 이 시대의 브랜드는 어떻게, 또 무엇으로 살아야 할까?

말뿐 아니라 온몸을 던져서

평범한 교사에서 영국 펑키 패션을 대변하는 디자이너로 전업한 순간부터 그녀의 삶은, 그리고 ‘비비안 웨스트우드’라는 브랜드는 남들과 같지 않겠다는 정신 그 자체였다.

“공작은 매와 섞이지 않는다. 내 옷이 멋진 이유는 타협하지 않은 옷이라서 그렇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만들어내는 것들은 어느 것도 평범한 것이 없다.

자신의 명성이 환경과 인권운동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누구보다 뿌듯하게 생각한 그녀는 패션쇼 피날레에 적힌 문구 하나, 자신의 컬렉션에 넣을 메시지 하나에도 사회적 이슈를 거침없이 소신껏 새기고 전파해왔다.

이렇게 평생을 온몸으로 보여주며 살아왔기에 얼마 전 하얀 탱크 시위는 그 누구도 아닌 그녀가 했기에 더욱 영향력 있고 믿음이 갔다. 브랜드에게 주어진 시간동안 반드시 쌓아야 하는 것은 바로 자기 브랜드가 했을 때 더 영향력이 생길 것이라 믿게 하는 ‘신뢰’일 것이다.

공감할 수 있는 정체성

‘싫어요’가 생기면 ‘싫어요’. 버튼 하나 추가한다는 소식에 벌어진 촌극 같은 논란이 삽시간에 전세계로 퍼져나가는 것을 바라본 페이스북은 짐작컨대 흐뭇하지 않았을까?

너무도 단순하고 확고한 정체성을 15억 소비자들이 인지하고 있다는 방증이었고, 그들과 일상을 교감했던 많은 이들의 애정 어린 충고와 우려와 분석이 이어졌으니 그들의 ‘좋아요’는 단순한 버튼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누구나 쓰는 바디랭귀지 ‘좋아요’ 버튼을 자기것화(化)해 고유하고 강력한 상징으로 만들었음이 증명됐고, ‘좋은’ 순간들을 공유하고자 하는 그들의 핵심철학까지 재차 확인했으니 말이다. 이 시대의 브랜드 속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 바로 ‘공감할 수 있는 정체성’일 것이다.

▲ 2020년 도쿄 올림픽 엠블럼이 벨기에의 한 극장 로고와 흡사해 표절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올림픽 엠블럼을 제작한 아트 디렉터 사노 켄지로는 지난 8월 5일 기자회견을 통해 “표절은 전혀 사실무근이다”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예측 없는 미래는 없다

디자이너에게 평생 있어서는 안 될 불명예스러운 사건이 사노 겐지로에게 일어났다. 이례적으로 디자인 원안까지 공개하면서 표절 의혹을 부인했지만, 그의 회사가 과거 맥주 업체 관련 디자인에서 또 다른 표절을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여론은 싸늘하게 식었다.

전 세계인이 모이는 국제대회 엠블럼을 디자인했다면 중요한 것은 디자인 그 자체보다 수많은 이해관계자(Stake­holder)들에 대한 예측이었다. 좁게는 도쿄시민들이지만 넓게는 세계인들이 해당되는 규모라는 점을 감안했어야 했다. 가까운 미래조차 가늠하지 못하는 게 사람이지만 예측은 반드시 필요하다. 소비자를 예측하지 못하는 브랜드에겐 미래가 없다.

‘쌍방향 신뢰’의 괴력

최근 20여 년간 브랜딩 방향성은 “어떻게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것인가”로 관철돼 왔다. 변덕스럽고 연약하기만 한 소비자의 마음을 바라보고 살아가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앞서 페이스북이 단순하고 단단한 정체성에서 시작했듯, 나의 정체성을 차근차근 쌓아보자. 그리고 도저히 예측이 불가능해 보이던 소비자들과 시장을 조심스럽게 예측하며 미래의 흐름 속에 브랜드를 놓아보자.

이 시대의 브랜드에게 ‘신뢰’는 기본적으로 쌍방향이다. 한쪽의 일방적인 신뢰는 없다. 이렇게 쌓인 쌍방향의 신뢰는 그 자체가 엄청난 괴력을 갖게 된다. 톨스토이의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지상으로 쫓겨 온 대천사 미하엘이 찾아낸 답은 바로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였다.

‘브랜드는 무엇으로 사는가’에 어떻게 답할 것인가? 브랜드는 사랑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 네트워크 시대의 브랜드, ‘쌍방향 신뢰’로 살아가라.

정지원
스톤 브랜드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

브랜드메이저 대표를 역임하고 현재 스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즈에서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브랜딩 솔루션을 찾느라 골몰 중.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