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가지 자리 대신한 경제지…‘그래도 안 읽어요’
무가지 자리 대신한 경제지…‘그래도 안 읽어요’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5.10.2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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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지하철역서 ‘홍보용 신문’ 배포

[더피알=강미혜 기자] 10월 21일 오전 9시경 서울 종로의 지하철역 입구. <한국경제신문>(이하 한경)이 쌓여 있다. ‘홍보용 신문(무료 배포) 1부씩 가져가세요’라는 친절한 안내문도 붙었다.

흡사 지하철을 중심으로 배포되는 무가지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지하철역 주변에선 무가지를 찾아볼 수 없지만 말이다. ▷관련기사: 마지막 남은 무가지 ‘메트로’의 운명은?

▲ 지하철역 입구에 한국경제의 ‘홍보용 신문’이 쌓여 있다. /사진: 강미혜 기자
한경 측에 유료신문을 무료배포 한 이유를 물었다. “일부 지역에 한해 각 부서 차장급이 거리 홍보를 펼쳤다”며 “오늘 하루 일회성으로 진행된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신문 판매 촉진을 위한 가두 홍보 활동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신문사 각 부서에서 차출된 인력들이 어깨에 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종이신문을 나눠주는 식이다.

실질적인 홍보·마케팅 효과에는 물음표가 붙긴 해도 신문사마다 그런 이벤트를 간헐적으로 해왔다. 한경 역시 가두 홍보를 하다가 남은 신문을 누군가가 지하철역 근처에 두고 간 것이라 추측된다.

그런가 보다 하고 스쳐지나갈 수도 있지만 사실 한경의 ‘무료 배포 전략’은 한국 언론이 처한 현실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매년 유료독자가 급격히 줄어드는 신문 시장, 디지털·모바일 시대에도 고수되는 전사 차원의 면대면 판촉,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에서 제품을 놓은 소비자들의 마음은 돌아서지 않는 상황이다. (실제로 그 시각 역 주변에서 ‘공짜 한경’을 집어 드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김성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크게 두 가지 측면을 짚었다. 우선 이른바 메이저라고 하는 언론들의 브랜드 약화다.

김 교수는 “고양신문은 유료 주간지인데 무가지를 만들어 시내에서 배포한다. 주간지와 인터넷, 무가지를 아우르는 멀티플로 광고주에 어필하면서 잘 알려지지 않은 자사 신문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중앙경제지인) 한경 모습이 지역주간지인 고양신문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지 시장의 독점 구조가 깨지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김 교수는 “경제지는 상대적으로 (경영지표가) 괜찮은데 최근 들어 한계에 도달하는 듯하다. 소위 돈이 되니까 물고기가 점점 더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관련기사: 신문업계 불황에도 경제지-지방지 성장)

그러면서 “새로운 매체들이 등장하면서 한경과 매경으로 양분돼왔던 국내 경제지 시장의 독점적 구조가 빠르게 와해되고 있다”며 “경쟁이 격화되면서 마켓 셰어가 점점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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