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키워드를 알면 PR 전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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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준수 (micropr@gmail.com)
  • 승인 2015.10.2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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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분석으로 본 NFL의 ‘시한폭탄’

관련기사 NFL은 ‘가정폭력 족쇄’를 어떻게 풀 것인가 에 이어...

[더피알=임준수] 올해 50주년을 맞은 미국 내셔널풋볼리그(이하 NFL)는 ‘가정 내 폭력 대화(Domestic violence conversation)’라는 이슈를 안고 있다.

지난해 불거진 볼티모어 레이븐스의 러닝백이었던 레이 라이스의 ‘엘리베이터 폭행’ 건이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련의 상황 변화 속에서 지난 1년간 미디어상에서의 여론은 어떻게 흘러갔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소셜미디어 애널리틱스 선두 기업인 시소모스(Sysomos)의 대표 프로그램인 ‘MAP(Media Ananlysis Platform)’을 이용해 작년 9월부터 올 9월까지 언론보도 및 소셜미디어상에서 언급된 NFL과 가정폭력 관련 대표 키워드/태그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했다.

먼저 NFL과 연관된 가정폭력, 성폭력에 관한 언론보도와 소셜미디어 대화를 비교분석한 결과는 아래와 같다.

▲ 자료제공: 임준수

언론보다 소셜미디어상에서 더 발생 빈도가 높았던 단어들로는 ‘코스비(Cosby)’ ‘포토샵으로 변조된(photoshoped)’ ‘저항(protest)’ 그리고 해시태그 ‘구델은_반드시_떠나야한다(#GoodellMustGo)’ 등이다.

이 가운데 특히 코스비는 언론보도 단어 클라우드에서는 보이지 않는 반면 소셜미디어상에서는 꽤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 단어가 왜 소셜미디어상에서만 비중이 높아졌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MAP에서 제공하는 인기 트윗(Popular Tweets)을 분석했다.

그 결과 ‘빌 코스비에게 성폭행당할 뻔했다는 또 다른 피해 여성이 나섬으로써 이제 그는 NFL 선수 지명을 받을 공식적 자격을 갖게 되었다’와 같은 조롱조의 트윗이 회자됐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수많은 여성들을 약에 취하게 한 뒤 성폭행한 혐의로 위기에 빠진 왕년의 인기 코미디언 빌 코스비 이슈를 이용해 NFL을 조롱하는 대화들은 논리상 비약 때문에 언론에는 보도되지 않았지만, 소셜미디어상에서는 인기를 끌었던 것이다.

또한 ‘저항(protest)’이라는 단어는 “NFL의 가정폭력에 저항하기 위해 커버걸 광고가 변조되다”라는 케이블뉴스채널 <CNBC>의 트윗과 NBC뉴스의 인터넷판 헤드라인(Activists alter CoverGirl model to protest NFL)이 각각 수백 차례 리트윗되면서 단어 클라우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 nfl의 가정폭력 문제를 비판한 nbc뉴스의 트윗.

언론보도 단어 클라우드에서는 ‘핫라인’ ‘센터’ ‘헬프’ 등의 비중이 소셜미디어에서보다 상대적으로 크게 형성됐다.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을 위한 전화 상담 및 구조 센터인 ‘전국 가정폭력 핫라인’과 관련한 NFL의 지원활동이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또 ‘핸들링(handling)’이란 단어를 통해 구델이 어떻게 위기 상황을 다루고 있는 지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구델 커미셔너와 관련해 언론보도의 버즈그래프(BuzzGraph)와 소셜미디어 대화상의 버즈그래프를 비교해 봤다. [*버즈그래프는 시스모스사가 특허를 낸 빅데이터 비주얼화 방식으로, 각각의 키워드 간의 연관성의 정도에 따라 그 키워드를 연결하는 선을 진한선, 실선, 점선의 세 가지로 표시한다]

언론보도 버즈그래프에서는 ‘구델’이 ‘(레이) 라이스’ ‘발티모어’ ‘레이븐’ ‘폭행’ ‘학대’ 등의 버즈들과 강하게 묶여, 구델에게 레이 라이스 문제는 쉽게 풀 수 없는 족쇄임을 보여주고 있다.

▲ 소셜미디어 대화상 버즈그래프. 자료제공: 임준수

그런데 소셜미디어의 버즈그래프에서는 다소 다른 양상이 전개된다. 먼저 구델과 레이 라이스는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지 않다. 대신에 구델은 ‘저항(protest)’ ‘포토샵으로 변조된(photoshoped)’ ‘스폰서’ 등의 버즈 단어들에만 진한 선으로 돼 있고, 문제의 시발점이 된 레이 라이스는 이런 버즈 단어들과 실선으로만 연결돼 있다.

결국 커버걸의 광고를 포토샵으로 변조했던 그 문제의 조롱(mockery) 사진 하나가 소셜미디어상에서 커미셔너 구델을 향한 분노와 조롱, 그리고 퇴진 운동 태그를 만들어 낸 견인차였음을 암시해준다.

한 장의 사진 하나가 천 개의 트윗보다 더 강력하다고나 할까? 라면이 설익었다며 승무원을 폭행한 이른바 ‘라면상무’ 사건 때 소셜미디어상에서 그를 조롱하는 포스코 라면 이미지가 들불 번지듯 퍼져나간 현상도 이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관련기사: ‘라면이 뭐길래…’ 포스코, 한 임원의 경거망동으로 여론 뭇매)

마지막으로 소셜미디어 버즈그래프에서 구델과 방문(visit)이 실선으로 연결돼 있는 것에 주목하자. 이는 핫라인 센터를 방문한 구델의 이야기가 소셜미디어상에서 일정 부분 대화를 이끌어냈음을 암시한다.

일단 위기를 넘겼다고는 하지만 제대로 훈육이 안 된 거친 선수들이 많은 NFL에서 가정폭력과 성폭력 문제는 언제라도 다시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과 같다.

구델은 구단주의 비위를 잘 맞추는 ‘충직한 하인’일 뿐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다른 어떤 스포츠 조직도 갖지 못한 엄청난 숫자의 팬과 관객을 가진 거대 스포츠 플랫폼의 총수로서 전환기적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진정성과 소명의식, 그리고 이에 대한 헌신이 있을 때 소셜미디어상에서 구델과 관련한 연관 검색어들은 과거의 족쇄를 떨어버리고 새롭게 바뀔 수 있으리라 본다.


임준수

시러큐스대 교수

현재 미국 시러큐스(Syracuse) 대학교 S. I. Newhouse School의 PR학과 교수다. PR캠페인과 CSR 커뮤니케이션의 전략과 효과에 관한 연구를 하며, The Arthur Page Center의 2012-2013년 Page Legacy Scholar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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