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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반 강약반’…콘텐츠 승부의 시대
‘드립반 강약반’…콘텐츠 승부의 시대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5.10.30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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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은 짧고 내용은 위트있게, 공기업·기관도 변신 중

[더피알=안선혜 기자] 짧게, 동영상으로, 재미와 공감을 담아서. 모바일 시대 콘텐츠의 과제다. 한국민속촌은 SNS에서 특유의 드립과 독보적 캐릭터로 전에 없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환경부는 영상광고에서 계도식 톤앤매너를 버렸더니 ‘사랑해요’라는 고백까지 받았다. 모바일 시대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지는 이유다. 

▲ 농심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9초짜리 영상(위)과 피키캐스트 연재 웹툰인 피키플래닛 캐릭터.
신이 자신을 만들 때 병신력 5스푼, 음란함 7스푼, 연애운 3스푼을 넣어줬다는 결과에 낄낄 거리고, 선천성 희귀병을 앓고 있는 아이가 꿈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고 있다는 카드뉴스에 응원 댓글을 달고 태그를 걸어 친구를 소환한다.

페이스북 피드를 내리다 보면 감동적 혹은 ‘병맛’ 충만한 광고영상들을 마주하기도 한다. 유튜브에서는 1인 크리에이터들의 영상이 인기다. 손톱만한 크기의 점토를 갖고 라면을 만들고, 라임 모히또 같은 음료까지 만드는 미니어처 제작자 ‘달려라 치킨’의 영상은 초딩(초등학생)들의 여가 시간을 독차지한다. 분명 통신요금은 부모님의 몫일 터이나, 모바일을 붙들고 있는 손은 내려올 줄을 모른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 인구 4000만(2014년 통계청 자료 기준)을 넘어선 시대에 콘텐츠는 다양한 형태로 소비되고 있다. 텍스트, 사진, 동영상을 넘어 참여를 요하는 인터랙티브 콘텐츠까지 그 영역은 갈수록 확장되고 있다.

누구나 콘텐츠 생산자가 되고 소비자가 되기도 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콘텐츠 양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TV, 신문 등 전통매체에 기대지 않더라도 콘텐츠를 널리 확산시킬 수 있다는 건 매력적인 일이지만, 방대한 정보의 바다 속에서 내 콘텐츠를 돋보이게 하는 일도 어렵게 됐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질 좋은 콘텐츠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서영우 리앤컴 PR팀장은 “소셜미디어 초창기에는 페이스북 등에 기업 페이지가 많지도 않았고, 채널 자체가 신기하고 새로운 현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워낙 많은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이용자들이 웬만한 콘텐츠에는 반응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서기환 애드쿠아인터렉티브 국장은 “기존 미디어는 송신자가 송신하면 볼 수밖에 없는 구조였는데, 디지털은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이 있다”며 “스킵이 쉽고, 면적도 TV에 비해서 작다보니 최대한 집중도를 높이고 재미있게 만들어 보게끔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딱딱함 벗은 공공, ‘조공’ 인증하다

보수적이라 평가받는 정부부처 및 공기업 광고의 변화된 톤앤매너도 콘텐츠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8월 환경부가 공개한 ‘쓰레기도 족보가 있다’ 영상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흡입력을 자랑한다.

 


 

바닥에 떨어져 길게 혀를 빼고 있는 두루마리 휴지 앞으로 거침없이 다가오는 로봇청소기. 그 거대한 입 속으로 휴지가 막 빨려 들어가려는 찰나, 우유팩이 이를 막아서며 휴지를 구한다. ‘후 아 유(who are you)’라는 질문에 돌아온 건 비장한 목소리의 ‘아임 유어 파더(I am your father)’라는 대답. 우유팩이 재활용돼 휴지가 될 수 있음을 재미있는 스토리로 풀어놓았다.

천편일률적인 포맷을 따라 직설적인 메시지만을 전하던 기존 공익광고와는 다른 문법에 이용자들은 열광했다. 참신하다는 평가와 함께 “ㅋㅋㅋㅋㅋ 환경부 맞냐”는 반응이 돌아왔고, 심지어 “사랑해요 환경부!”라며 난 데 없는 고백도 이어졌다.

지난 5월 공개된 한국수력원자력의 광고도 시청자들의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기존 공익광고의 틀을 깼다. “다음 영상에서 비상식적인 점을 찾아보라”는 요구로 시작된 이 광고는 비정하게 여자친구를 버리는 남자와 연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남자의 차를 쫓아 달려가는 여자를 비춘다.

사람들은 헤어질 때도 예의가 있는 법이라며 매몰차게 상대를 대한 남자를 지적하지만, 답은 인도가 아닌 도로로 내달은 여자의 행동. 매너도 중요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안전이 우선이라는 메시지다.

부산경찰청과 한국민속촌은 SNS에서 재미있는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존재감과 호감도를 뚜렷하게 한 대표적 기관이다.

부산경찰청은 기존 경찰 조직에서는 볼 수 없던 각종 패러디와 드립력으로 팬들을 끌어 모았다. 유머도 유머지만, 출동 현장의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다루는데, 사용하는 사진에서부터 감각이 드러난다.

촌스럽게 브이(V)자 남발하는 단순 기념사진이 아닌 당시 현장을 담아낸 자연스런 사진들을 사용한다. 유명인 및 연예인, 인기 콘텐츠 제작자들과의 협업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최근에는 72초TV와 손잡고 불량식품 근절 및 휴가철 성범죄와 관련된 코믹 영상을 업로드하며 화제를 일으켰다.

한국민속촌은 속촌아씨라는 독보적인 캐릭터로 SNS를 평정하고 있다. 고리타분한 이미지의 민속촌이 SNS 계정을 운영한다는 의외성과 사극말투의 신선함이 대중에 어필했다. 팔로어는 심지어 아씨의 이미지를 그린 팬아트 ‘조공’을 바치며 속촌아씨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잡아줬고, 매 게시물엔 수 천 수 백 건의 좋아요와 댓글이 달린다.

민속촌을 찾는 관람객도 크게 늘어났다. 중·장년층 위주였던 것에서 불과 2~3년 만에 20~40대가 85%를 상회하는 등 크게 젊어졌다. 1974년 민속촌이 만들어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콘텐츠를 통해 맺어진 호감도는 여러 면에서 유리하게 작용한다. 이들이 뛰어난 운영감각을 선보이긴 하지만, 언제나 홈런만 칠 수는 없는 법. 가끔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살짝 어설픈 콘텐츠가 올라올 때도 팬들은 오히려 이를 신선하게 받아들이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려고 나서기도 한다. 순전히 콘텐츠로 맺어진 우호관계인 셈이다.

하루살이 콘텐츠, 삼일을 버티려면

콘텐츠 중요도가 높아질수록 제작을 담당하는 커뮤니케이터들의 고민은 깊어간다. 괜찮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품이 많이 들어가는데, 이용자들의 콘텐츠 소비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고작 하루 반짝 소비될 콘텐츠를 만들어내는데 너무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채널 운영자들에게도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다. 서영우 팀장은 “전략적으로 매일 나가는 콘텐츠에는 힘을 좀 빼고, 3~4일은 갈 공들인 콘텐츠는 광고 등을 집행하면서 길게 끌고 가고 있다”고 전했다. 

콘텐츠 트렌드는 여전히 동영상과 짧은 포맷이 대세다. 현재 소셜미디어 마케팅에서 주류 채널이라 할 수 있는 페이스북도 동영상에 더 후한 노출 점수를 준다.

동영상 제작은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에 이를 손쉽게 우회하는 방법도 생겼다. 여러 장의 이미지를 마치 애니메이션을 상영하듯 빠르게 돌려 5초 내외의 동영상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하미연 웨버샌드윅 부장은 “비용과 인력을 적게 들이면서 생동감 있는 영상을 만드는 하나의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경호빈 디메이저 그룹장은 “과거에는 미려한 영상을 선호했다면, 요즘은 아이디어가 뛰어난 영상에 포커스를 맞춘다”며 “콘텐츠 질이 엄청 높다기보다는 재미있고 기발한 것들을 사람들이 좋아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용자들의 흥미를 자극하기 위해 시간에 따라 콘텐츠 강도를 조절하기도 한다. 서기환 국장은 “소비자가 디지털에서 콘텐츠에 집중하는 시간은 고작 8초”라며 “이 시간 안에 승부를 봐야 하기에 시선을 잡기 위한 포인트를 앞쪽에 배치하고, 메시지는 뒤쪽이 아닌 자연스레 중간에 배치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스토리가 중요하긴 하지만, 요즘에는 모먼트(순간)에 집중하는 추세”라며 “길어질수록 (광고) 회피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정말 눈길을 끌 수 있는 요소를 초반에 넣는다”고 귀띔했다.

콘텐츠 형식은 플랫폼에 따라 달라지기에 페이스북 다음 채널은 무엇이냐 하는 논의도 계속 이뤄지고 있다. 하미연 부장은 “이미 나올 수 있는 유형의 콘텐츠는 모두 다 나왔다”며 “이제 플랫폼에서 원하는 형태 변환이 중요한 이슈다”고 강조했다.

포스트 페이스북 채널로 인스타그램을 주목하기도 한다. 경호빈 그룹장은 “인스타그램과 관련된 별도의 연구팀을 세팅하려고까지 한다”며 “20대 젊은 여성 중심이던 이용자층도 많이 넓어진 상태”라고 전했다.
 
인스타그램에 대한 광고주들의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하 부장은 “인스타그램과 관련해 작년 이맘때만 해도 아무도 관심 갖지 않았는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트렌드를 체크하고 채널 운영을 요구하는 클라이언트들이 많아졌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 인스타그램이 지난 8월 말부터 가로나 세로 한쪽이 긴 직사각형 사진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물론 한계도 존재한다. 일단 다룰 수 있는 콘텐츠에 제약이 많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멋진 이미지가 중요한데, 고퀄리티의 사진을 사용하면 비용이 올라간다는 난관에 직면한다. 비용 대비 효율성을 따지면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스타그램도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기존에는 정방향 비율의 사진만을 고수했지만, 지난 8월 말부터 가로가 길거나 세로가 긴 사진들도 업로드가 가능해졌다. 다만, 썸네일 이미지는 여전히 정사각형 형태로 노출되고, 클릭 시 원본을 볼 수 있다. 한 장의 사진만 올릴 수 있었지만 서너장의 사진을 옆으로 넘기면서 볼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됐다.

특히 9월 중 도입된 광고는 커뮤니케이터들의 주요 관심사다. 이미 미국에서는 2013년11월부터 시범적으로 적용해 지난해 9월 영국, 캐나다, 호주 등으로 확대했는데 드디어 한국을 포함한 30개국에 상륙했다. 사진과 동영상, 슬라이드쇼 형태의 광고가 가능하다. 하지만 광고 역시 이미지 중심이라 텍스트박스 사용은 불가능하다.

최근엔 ‘팬베이스 콘텐츠’에 대한 업계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팬베이스 콘텐츠는 1인 크리에이터들이 자신의 팬인 구독자들을 대상으로 만드는 콘텐츠로, 브랜디드 콘텐츠로의 활용 차원에서 검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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