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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하려 ‘맨땅에 헤딩’ 해요”
“기부하려 ‘맨땅에 헤딩’ 해요”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5.11.02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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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Talk Talk] 김동준 비카인드 대표

[더피알=조성미 기자] 박지성·안정환·기성용·손흥민·이청용 여기에 카를레스 푸욜·라울 곤잘레스·위르겐 클롭·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 그리고 파트리스 에브라…

이름만으로도 축구팬들을 설레게 하는 스타들이 양궁 과녁을 향해 공을 차올렸다. 세계적 축구스타들의 동참으로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기부 캠페인 ‘슛포러브(shoot for love)’다.

소아암환자를 돕기 위한 이 캠페인은 한국의 젊은 청년들 손에서 탄생했기에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사회적기업 비카인드(be Kind)의 ‘기부 혁신’이 세계를 무대로 뻗쳐나가기 시작했다.

▲ 기부 캠페인 '슛포러브'가 프랑스 현지에서 양궁 과녁을 설치해 슛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 비카인드

슛포러브는 양궁 과녁에 총 10번의 슛을 차 1점당 1만원씩 소아암환자 치료비로 기부하는 릴레이 캠페인이다. 지난 4월 안정환 선수를 시작으로 송종국·기성용 선수가 바통은 이어받은 후, 손흥민·박지성·지소연 등 한국의 축구스타들과 존조셀비·훔멜스·필립코쿠 등 유럽 리그 선수들로까지 참여의 폭을 넓혔다.

올해 슛포러브는 시즌2 격이다. 지난해 시즌1은 패널티킥 방식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게릴라 이벤트로 진행됐다. 골대 안에 패널티킥을 차 넣으면 1골당 5000원의 후원금이 적립되는 것이었는데 삼성카드가 후원사로 참여, 총 5000여만원의 기부금을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 전달할 수 있었다.

캠페인을 기획, 진행하는 주체는 지난 2012년 6월 출범한 소셜벤처 비카인드다. “기부하면 무엇이 떠오르세요? 아프리카, 난민, 기아, 불쌍함과 같은 무거운 단어 아닌가요? 저희는 이러한 기부에 대한 생각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일을 하면서 말이예요.” 이 회사 김동준 대표가 유쾌한 기부 캠페인을 펼치는 이유다.

비카인드는 슛포러브 시즌2를 기획하며 목표들을 하나하나씩 다시 점검했다. ‘포털사이트 실검 1위하기’ ‘청와대에서 슛포러브 진행하기’ ‘슛포러브 코리아를 슛포러브 월드로 확장하기’ 등을 목표로 해 이 가운데 한 가지를 실현하기로 결심했다.

▲ 비카인드를 최준우 이사(왼쪽)와 김동준 대표. 두 사람은 초등학교 때부터 함께 축구를 해온 친구사이다. / 사진: 성혜련 기자
“시즌1 성공 이후 다음 스텝을 준비하면서 앞선 계획들을 되돌아보게 됐어요. 가장 마음을 흔든 것이 바로 세계로 나가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목표를 정하고 슛포러브의 시즌2를 어떻게 진행할지 머리를 맞댔죠.”

월드투어라는 큰 꿈 아래 새로운 후원사를 물색하고 캠페인 방식에도 몇 가지 변화를 줬다. 2015년 전 세계를 강타한 아이스 버킷 챌린지(Ice Bucket Challenge)에서 영감을 얻어 참여자가 다음주자 3명을 지목하는 형태로, 또 패널티킥에서 양궁 방식으로 룰을 바꿨다. 그리고 가능하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게 유명선수들을 동참시키기로 했다.

유명인으로 유명인이 되게

비카인드가 기부 캠페인에 유명인을 끌어들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3년에는 생일을 맞은 이들이 주변인들에 기부를 유도하는 ‘생일모금 캠페인’을 진행했는데, 그때 처음으로 유명인의 힘을 절실히 느꼈다.

“생일모금 캠페인 당시 우리가 유명해져야 다른 유명인들도 동참할 것이고, 그래야 더 많은 이들이 기부에 참여할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비카인드가 유명해지려면 기존 유명인들이 참여하는 방법이 가장 빠르겠더라고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고민은 때려치우고 일단 무작정 부딪혀 보기로 했죠.”

생각을 굳힌 즉시 유명인들에 ‘들이대기’ 시작했다. 우선 연예인들의 생일리스트를 만들고 인터넷을 통해 그들 행적을 추적했다. 그리고는 연예인들의 일정에 맞춰 만날 수 있는 장소에서 슈퍼맨과 배트맨 코스튬을 하고 ‘지금 동료를 찾습니다’란 문구를 들고 기다렸다.

그렇게 미친 척(?) 들이대는 모습에 호기심을 느낀 연예인들이 말을 걸어오면, ‘당신의 생일에 기부로 영웅이 되어 달라’는 부탁의 메시지를 전했다. 가면 속에서 비 오듯 땀을 흘리는 모습에 몇몇 연예인들이 안쓰러운 마음에 참여하면서 캠페인은 급물살을 타게 됐다.

배우 신소율은 팬들에게 생일선물 대신 기부를 해달라고 해 엄청난 홍보 효과를 안겨주기도 했다. 그의 이야기가 온라인 기사로 전해지면서 생일모금 캠페인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게 된 것.
 
그 자체가 또 다른 성과들로 이어져 이외수·김민정·옥주현 등의 유명인들이 캠페인에 동참, 결과적으로 총 1억2000만원의 모금액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렇게 쌓인 노하우와 인맥을 바탕으로 슛포러브 코리아에서는 보다 수월하게 션·유지태·박원순 시장 등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바다 건너 ‘사고초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슛포러브 월드는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한 번 ‘맨땅에 헤딩’ 중이다. 안정환 선수를 시작으로 기성용·손흥민 등 해외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지목되며, 피구·제라드·존테리 등의 세계적 축구스타들도 슛포러브 공을 차게 만들어야 하는 숙제가 생긴 것이다.

해외 스포츠 스타들과는 아무런 연이 없지만 호기롭게 유럽으로 날아갔다. 그리고는 2년 전과 마찬가지로 그들의 행적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스타들의 SNS를 통해 기본 정보를 수집했다.

▲ 슛포러브 캠페인에 참여한 축구 스타들. (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지성, 카를레스 푸욜, 이청용, 위르겐 클롭, 기성용, 손흥민. /사진제공: 비카인드

처음 섭외에 성공한 이는 카를레스 푸욜 전 FC 바르셀로나 선수다. 시작은 SNS에 올라온 한 장의 사진이었다. 비카인드 멤버들이 바르셀로나에 있을 당시 푸욜이 영어학원에서 선생님과 찍은 사진을 SNS 올린 것이다. 이를 본 비카인드는 사진의 배경으로 보이는 학원 이름을 찾았고, 스페인 곳곳에 위치한 지점 가운데 FC 바르셀로나 구장 근처에 한 곳이 있음을 확인했다. 무작정 학원 앞에서 푸욜이 오기를 기다렸다.

어렵게 만난 푸욜은 ‘무릎 때문에 은퇴하고 수술 후 1년 동안 공을 안찼다’는 말로 완강히 거절하다가, 계속되는 설득에 ‘부드러운 공을 준비해 달라’는 말로 수락했다. 그렇게 5가지 종류의 공을 들고 다시 찾아간 끝에 그의 집 앞 공원에서 미션을 완수할 수 있었다. 무려 3주간 기다린 성과였다.

“지금 생각하면 추억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진짜 만날 수 있을지, 성공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갔었죠. 후원사에선 3개월의 일정을 받았는데 좀처럼 선수들을 만나기는 어렵고… 빠듯한 예산 속에서 어디에서 선수를 찾아야 할지도 모르니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노숙하기 일쑤였어요.”

하지만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던 것인지, 정해진 기간을 열흘 정도 남겨둔 상황에서 라울·아스필리쿠에타 등과 연락이 닿았다. 이에 후원사에 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 결국 4개월 투어로 미션을 완수하고 돌아올 수 있었다.

물리적 한계와 함께 여러 차례 좌절도 맛봐야 했다. 취지가 좋다고 해도 모든 선수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진 않았기 때문.

한 선수의 경우 무려 4번이나 헛걸음을 치게 만들었다. 집을 우연찮게 찾아 하루를 기다린 끝에 이뤄진 첫 만남은 2주 후에 오라는 말과 함께 싱겁게 끝났다. 그리고 다시 찾았을 때는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으니 일주일 후로 미뤘고, 또 다시 찾았을 땐 휴가를 떠난 상태였다. 휴가에서 돌아올 무렵 마지막으로 네 번째 방문했을 때는 이사를 가버렸다고.

“지금 당장 성공하지 못했다고 실망하진 않아요. 슛포러브의 공을 찬 것이 아니기에 그도 언제나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생각해요. 알지도 못하는 동양인들이 무작정 찾아와 공을 차달라는 이야기에 선뜻 응해준 스타들도 많잖아요. 희망을 갖고 호날두와 메시가 캠페인에 참여할 때까지 도전해볼 생각이에요.(웃음)” 비카인드는 현재 유럽 투어에서 얻은 성과를 바탕으로 구단을 통해 선수들과의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희망’을 슈팅하고 ‘사랑’을 속삭이다

비카인드가 소아암환자를 위한 모금에 집중하게 된 것은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서 비카인드가 도움을 주던 환아 6명에 대한 리포트를 분기별로 제공했기 때문이다. 여러 기부처 중 유일하게 기부자의 마음을 배려해주는 그 마음이 고마워 더욱 관심을 쏟게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아암환자들을 도움으로써 그들 또한 슛포러브라는 근사한 프로젝트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

▲ 비카인드 김동준 대표. / 사진: 성혜련 기자
“치료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그 아이들에게 병마와 싸울 힘을 주는 거예요. 진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다시 뛰어놀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의 꿈이자 모두가 좋아하는 축구를 통한 캠페인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비카인드는 희망을 쏘는 축구공 외 현재 또 다른 선물도 계획하고 있다. 슛포러브에 동참한 선수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담아 어릴 적 놀이인 ‘실전화’로 전하는 이벤트다.

“종이컵 실전화는 공간적 제약이 있는 것이기에 그 자체로 친밀감이 큰 수단이에요. 종이컵에 대고 메시지를 전하는 선수들 영상과 함께 실제 아이들에게 종이컵 실전화를 통해 이야기를 듣게 하면, 내가 좋아하는 선수가 나에게 직접 이야기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이러한 취지에 공감한 선수들은 응원 메시지 외에도 ‘빨리 나아서 형이랑 같이 운동하자’ ‘경기장에 놀러와’ 등 자신들의 진심을 담은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고.

지난해 5000만원가량의 기부금을 기록했던 슛포러브는 올해 4월부터 현재까지 3000만원가량을 모았다. 그리고 연말까지 억대 기부액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슛포러브 월드의 경우 캠페인 취지에 공감하더라도 기부에는 동참할 수 없는 형태다.

“과거 생일모금 캠페인은 직접 모금하는 형태여서 조금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만들어서 그것을 통해 관심을 모으고 인식을 개선하는 ‘간접적 기부 유발’ 방식이에요. 그 결과 지금은 13만명 정도의 팬들이 저희를 좋아하는 상태가 된 것 같아요.(웃음)”

많은 팬들이 지켜봐주는 만큼 비카인드는 앞으로 더 다양한 일들을 벌이려 한다. “저희가 가장 잘한다고 자부하는 일이 바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콘텐츠를 이용해 관심이 필요한 곳을 연결하는 일들을 하는 거죠. 이러한 활동의 끝에는 기부를 재미있게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목표가 있습니다.”

콘텐츠를 통해 변화를 만들고자하는 비카인드와 뜻을 같이하고픈 이들이 있다면 언제든 주저 말고 다가오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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