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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향한 그린피스 예언 맞았다
폭스바겐 향한 그린피스 예언 맞았다
  • 임준수 micropr@gmail.com
  • 승인 2015.11.11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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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수의 캠페인 디코딩] 4년 만에 만천하에 드러난 진실, 소비자 관계 회복 ‘요원’

#. 다스베이더(스타워즈 캐릭터) 테마곡 ‘제국의 행진(The Imperial March)’에 맞춰 다스베이더 복장을 한 소년이 집안 곳곳을 누비며 초능력을 구사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헬스사이클, 애완견, 세탁기, 장난감 등에 팔을 뻗어보지만 모두 실패다. 결국 엄마가 만들어준 샌드위치 앞에 의기소침해 있다. 때마침 퇴근한 아빠.

재빨리 달려 나간 소년은 아빠의 포옹을 마다하고 자동차 앞으로 뛰어간다. 그리고 다소 자신감 없이 두 손을 뻗는데, 그때 자동차의 미등이 켜지며 부르릉하고 시동이 걸린다. 화들짝 놀란 꼬마는 뒷걸음질 치다 비틀거리는데…

집안 창가에서 아이를 지켜보던 아빠의 손에 있는 자동차 리모트가 확대돼 비친다. 카메라는 이를 재미나게 바라보는 엄마에게 윙크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준 후, 자신의 초능력에 놀란 아이가 엄마아빠와 자동차를 번갈아 보는 모습을 잡는다. 그리고 등장하는 엔딩 메시지. ‘The all-new 2012 Passat. Comming soon(완전히 새로운 2012년 파사트가 곧 출시된다)’.


2011년 폭스바겐 미국법인이 선보인 광고다. 다스베이더 복장을 하면 초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는 꼬마를 모티브로 한 이 광고는 미 프로미식축구 슈퍼볼 시즌에 공개돼 큰 인기를 끌었다.

잘 정돈된 도시근교에 살며, 어린아이와 함께 행복하고 여유로운 삶을 즐기는 30-45 연령의 백인층을 타깃으로 한 자동차 광고에서 이보다 더 잘 만들어진 사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수작으로 평가된다.

유튜브 조회수도 무려 6400만을 넘었다. 각종 패러디도 봇물을 이뤘다. 특히 마블 앤터테인먼트사는 당시 곧 출시될 영화 <토르(Thor)>를 홍보하기 위해 이 광고를 패러디하기도 했다.

급진적 동물보호단체와 더불어 대중의 시선을 끄는 이벤트를 이용해 조직의 이름과 사명(使命)을 알리는 데 있어 선수급인 그린피스 역시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바로 유튜브에 패러디물을 올렸다.


다스베이더 복장의 아이와 요다·R2·D2·츄바카·레이아 공주 등으로 구성된 꼬마군단 간의 한판승부가 연출되는데, 폭스바겐은 이 싸움의 원죄가 되는 ‘악의 제국’으로 그려졌다.

마지막은 ‘폭스바겐은 이산화탄소 감소에 반대함으로써 우리 행성을 위협하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에 이어 ‘반군에 동참하세요. 그린피스’라는 문구로 채워진다.

4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니 그린피스가 옳았다. 그동안 수많은 그린 캠페인을 통해 자신들을 청정에너지의 기수로 포지셔닝해 온 폭스바겐사의 민낯이 이른바 ‘디젤게이트’로 만천하에 드러났다. (관련기사: ‘양두구육’ 폭스바겐, 위기 끝이 안 보인다) 전 세계인들이 겉과 속이 다른 실체를 알게 됐다.

부메랑이 된 청정디젤 캠페인

배기가스 저감장치 조작 스캔들이 있기 전까지 올해 폭스바겐사가 ‘디젤 차량은 가솔린 차량의 대안이고 친환경적’이라는 주장을 홍보하기 위해 미국에서 집행한 비용은 7700만달러(약 872억원)에 달한다.

▲ 폭스바겐은 오랫동안 환경문제에 관해 ‘진실된’ 이미지를 심어왔다. 사진 출처: cargocollective.com

폭스바겐사는 막대한 돈을 들여 친환경적 이미지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약 1100만대의 차량에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하는 소프트웨어를 심고 있었던 셈이다.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로 물러난 마틴 빈터콘 전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가 비디오 메시지를 통해 발표한 사과문대로 이는 “전 세계에서 폭스바겐 브랜드에 신뢰를 가지고 있던 수백만 고객들을 저버린” 중대한 사건이다.

브랜드 신뢰가 무너질 때의 영향에 대한 질적연구를 수행한 엘리엇(Richard Elliott, 영국 배스대)과 야노풀루(Natalia Yannopoulou, 영국 워릭대)는 신뢰는 소비자와 브랜드 간의 유대관계를 공고하게 해주는 조직의 중요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신뢰에 금이 가는 일이 발생할 시 소비자들은 당황하고 분노하는 감정을 느낀다고 했다. 소비자들의 브랜드 구매 의도는 급격히 떨어지며, 친구들에게 해당 브랜드 제품을 사지 말라고 말하는 등 보이콧 의도도 커진다. (관련기사: ‘액션’ 빠진 폭스바겐의 위기관리)

스탠포드대의 제니퍼 아커(Jennifer Aaker) 교수 등은 브랜드와 고객의 관계를 친구 관계의 발전양상으로 전제, 아주 재미난 종단적 현장실험 연구를 했다.

나와 친구 사이가 그 친구가 관계 유지를 위해 보여주는 능력과 노력, 그의 성격에 의해 영향을 받듯이 고객과 브랜드 관계도 브랜드의 약속 유지, 관계를 해치는 행위를 방지하는 노력, 문제해결 능력, 그리고 브랜드의 퍼스낼리티(personality) 등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고 봤다.

물론 대인관계의 발전적 궤도에서 관계를 해치는 일이 일어나는 것처럼 브랜드와 소비자의 사이에서도 긴밀한 유대를 해칠 수 있는 위반(transgression) 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

아커 교수 등의 연구에서 가장 의미 있는 결과는 기존에 브랜드가 어떤 퍼스낼리티로 특성화됐는가에 따라 위반 행위로 인한 위기 상황시 관계의 회복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브랜드 퍼스낼리티를 진실된(sincere) 성격과 신나는(exciting) 성격으로 실험처치한 후, 진실된 성격의 브랜드가 위반 행위를 하면 어떤 보상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관계 회복이 어렵다는 것을 발견했다.

폭스바겐처럼 자신들이 친환경차를 만들기 위해 아주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오랫동안 홍보해온 회사는 고객들에게 환경문제에 관해 ‘진실된’ 이미지를 심어줬을 가능성이 높다.

‘그린워싱’의 죗값

반면 최근 광고들을 볼 때 인피니티의 브랜드 퍼스낼리티는 ‘신나는’ 쪽으로 형성돼 있는 것 같다. 인피니티의 ‘휴가’편 광고에선 경쾌한 배경음악과 함께 여름휴가를 떠나는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 인피니티의 브랜드 퍼스낼리티는 ‘신나는’ 쪽에 가깝다. 사진: ‘휴가’편 광고(youtu.be/plebr5hnop8)

인피니티 SUV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던 남자는 빨간 람보르기니를 모는 금발의 매혹적인 여성 운전자와 서로 눈짓으로 구애 행각을 벌인다. 그러다 옆에 앉은 아내에게 발각돼 정신을 번쩍 차린다는 스토리라인이다.

이런 설정은 인피니티를 타는 남자의 가벼운 일탈쯤은 애교로 봐줄 수 있다는 암시를 줌으로써 진실성은 결여되지만, 신나는 브랜드 퍼스낼리티를 만들어낸다.

아커 교수 등의 연구를 적용해 보면 배출가스 조작사건과 같은 소비자 신뢰에 비수를 꽂는 엄청난 스캔들이 터졌을 때, 폭스바겐처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강조함으로써 오랫동안 진실된 인상을 심어온 회사는 인피니티처럼 쿨한 이미지를 조성해 온 브랜드보다 신뢰 회복에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따라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폭스바겐이 앞으로 기울일 그 어떤 노력도 이번 스캔들로 인한 오명을 말끔히 씻길 수 없을 듯하다. 또 폭스바겐이 그간 벌여온 캠페인은 CSR이란 이름으로 둔갑해 행하는 이른바 ‘그린워싱(greenwashing)’의 대표적 경우로 기업윤리사례집에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CSR=자선’ 시대 지났다”)

미국의 친환경마케팅업체 테라초이스의 보고서를 인용(bit.ly/1ZSwdbp)한 <동아비즈니스리뷰>에 따르면 말만 앞세워 친환경 코스프레를 하는 그린워싱 행태는 점점 더 잡초처럼 번지고 있고, 폭스바겐차 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친환경 제품들이 상당한 과장과 부풀림을 내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입으로는 디젤엔진의 청정성을 홍보하고, 손발은 미 규제당국과 소비자를 속이기 위한 조작시스템을 설치하는 데 움직이고 있었다는 것은 테라초이스 보고서에서 분류한 ‘그린워싱의 7가지 죄악’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 보기 드문 사례 즉, ‘새빨간 거짓말’이다.

임준수
시러큐스대 교수

현재 미국 시러큐스(Syracuse) 대학교 S. I. Newhouse School의 PR학과 교수다. PR캠페인과 CSR 커뮤니케이션의 전략과 효과에 관한 연구를 하며, The Arthur Page Center의 2012-2013년 Page Legacy Scholar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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