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스트와 PR실무자의 닮은꼴 찾기
소피스트와 PR실무자의 닮은꼴 찾기
  • 관리자 (admin@the-pr.co.kr)
  • 승인 2010.11.18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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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인 에세이] 박혜완 롯데홈쇼핑 대리

고대 그리스에서 ‘현인(賢人)’ 또는 ‘지자(知者)’로 불리며 변론술을 가르치고 법정에서 변론 원고를 쓰기도 하던 소피스트는 처음에는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았지만 오래지 않아 자기 이익만을 차리는 궤변가로 불리게 된다.
그러나 당시의 소피스트가 지나치게 부당한 비난을 받았던 측면이 있다고 재해석 되고 있다. 소피스트들은 법과 정치, 심지어 종교까지도 상대적인 것으로 간주하며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 여겼다. 단 하나의 절대선을 주장한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와 달리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관점에서 상황을 이해하고 정치적 권력에서는 뒤로 물러난 진보적 지식인이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소피스트들을 재해석한 사례들을 살펴보다 보니 PR실무자의 역할이 재해석된 소피스트와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예측할 수 없는 이슈에 대해 이해관계가 상이한 공중들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PR실무자들에게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절대적 진리란 없다”. 사람마다 다른 기준, 양적 측면과 질적인 측면에서 뉴스가치는 새롭게 정의되고, 뉴스가치의 척도도 매일 매일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보편·객관·절대적 진리는 없어…
소피스트와 PR실무자 모두 절대선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맺고 있는 여러 공중들의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의견 청취를 통해 여러 공중들과 최상의 ‘win-win zone’을 찾아가는 것도 PR인이 현대의 재발견된 소피스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닮은꼴이었다.
실제로 다매체시대의 게이트키핑이란 ‘뉴스 결정권자가 뉴스를 취사선택하는 일이나 과정’이라기보다 ‘어떤 기사가 기삿거리가 되나’하는 고민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는 ‘기자’들의 당면한 고민인 동시에 홍보를 담당하는 ‘우리’의 숙제이기도 하다.
특히, 공중(독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취사선택한다는 관점에서 기자(대부분의 기자)는 비의도적 게이트키퍼인 반면, PR인은 고객에게 기업의 정보를 전달하고 때로 숨기게 된다는 점에서 의도적 게이트키퍼다. 기업입장에서 조직에 호의적이고 긍정적인 뉴스를 선택하고, 정보를 알리는 일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때때로 윤리적으로 충돌하기도 하지만 이는 홍보담당자의 당연한 권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PR인이 소피스트의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해 미디어와 미디어를 접하는 언론수용자 모두를 고려해 뉴스를 선별하는 일은 까다롭지만 중요하다. 이는 진정성과 설득력을 동시에 갖춰야 하는 매우 고차원적인 일이다. 여기에 더해 PR은 사회적 기여가 더해져야 하는 전문 영역의 일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슈든 구체적으로 촉발되는 타이밍(the moment)이 있게 마련이다. PR실무자가 이러한 적절한 타이밍에 프레임을 활용해 커뮤니케이션 하면 효과적이고 강력한 메시지를 공중들에게 전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원하는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자칫 바운더리의 실종이라는 역기능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래서 PR실무자의 영역은 무한하다. PR실무자들도 스스로의 역할과 정의를 언론홍보가 아닌 커뮤니케이션 촉진자(Communication facilitator), 혹은 커뮤니케이션 조정자(Communication modifier)로 리프레이밍하는 노력도 필요하겠다. 여기에 더해 미디어가 올바른 프레임을 설정하도록 조력하는 PR인들 스스로도 기자들 이상의 윤리와 신념을 갖추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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